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바닥 Jun 02. 2024

나는 왜 죽고 싶었을까.

문득 들었던, 죽고 싶다는 생각의 정체.

별건 아니고, 그렇다고 별일이 있지도 않았다.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화창한 날들이었고 나는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그러다 문득, 갑자기 죽고 싶었다. 


순간 멈칫했다. 


'나는 왜 죽고 싶을까?' 


물음이 머릿속을 강타했다. 이번주도 충분히 열심히 살았다. 월~금까지 지치지 않고 출근하고, 신입직원 채용에도 참여했다. 맡았던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되어가는 중이고, 디자이너분들과의 모임도 나름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 밖에도 대학원생활, 회사밖 투잡을 위해 준비하는 스마트스토어일까지.

정말 열심히도 움직이고 있었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죽고 싶다고? 


왜 그럴까. 아무도 내 물음에 답해줄 사람이 없어 네이버에 검색을 했다. 갑자기 죽고 싶을 때라는 키워드로. 


생각보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위로가 됐다. 이런 위로를 받는다는 게 참 이상하다.


네이버 지식인은 질문을 하면 지식인이 답을 달아주는 서비스다. 한 질문글엔 나처럼 죽고 싶어 하는 이가 있었고, 한 의사분이[ '인생은 원래 외롭고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하고 마음먹으면 좀 더 살기 편해진다. ]라는 답을 달았다. 


그 답을 읽고, "그건 그렇지"라는 말이 입 밖으로 툭 소리 내어 나왔다. 


'그래 나도 잠시 피곤한 걸 꺼야.'


라는 생각을 하며, 애써 드는 생각을 지운채 티브이를 보고 또 보았다. 낮잠도 잤지만, 죽고 싶다는 생각이 쉬이 없어지지 않았다. 


'나는 왜 죽고 싶을까' 


이 물음은 아무도 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스스로에게 묻고 찾아야 한다. 그걸 알고 있지만, 내 방황하는 생각들은 지금 온통 죽고 싶다에 꽂혀 시야를 넓혀내기에 부족해 보였다. 그래서 다시, 네이버에 힘을 빌렸다. 


'죽고 싶을 때'라는 키워드로 다시 검색을 했다. 검색포털에서 나를 다른이의 브런치 북으로 이끌었다. 그분의 브런치 북내용은 '죽음과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편하게 a작가님의 글 이라고 지칭하겠다.) 


a 작가님은 자신이 죽고 싶을 때마다 '왜 죽고 싶었는지' 스스로에게 이유를 묻고 글을 썼다. 하루는 너무 솔직하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워 죽고 싶었고, 하루는 가족들에게 조차 멀쩡한 척 가면을 쓰는 자신이 싫어 죽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a작가님은 '열심히 살아도 나아지지 않는 자신이 싫어 죽고 싶다'라는 글을 남겼다. 


"아..."

글을 읽고 나니 어렴풋 내 마음의 정체를 알 것 같았다. 창업을 하고 싶다고 창업모임에 갔었다. 벌써 모임을 한 지 6개월이 넘어가는 시점이었다. 누군가는 사업자를 냈고, 누군가는 실행에 옮겼다. 어쩐지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열심히 했지만 나아지지 않은)것만 같았다.


회사일도 마찬가지였다. 열심히 프로젝트를 론칭했지만, 성공적인 생황이라 보기 어려워 보였다. 디자이너 모임도 참여했지만, 나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 같았다. 


그 와중에 통장 잔고는 바닥을 치고, 바쁘게 몇 주간 달리니 몸도 피곤했다. 


내 '죽고 싶다'라는 마음의 정체는 '이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은 것 같으니 다 그만두고 죽고 싶다'였다. 


지금부터는 정말 내가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았을까를 고민해야 하는 단계이다. 기록용 글을 써야겠다. 조금씩 기록하다 보면, 내가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은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겠지. 그러다 보면 더딘 나의 성장도 한눈에 알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앞으로 조금씩 더 많은 내용들을 브런치에 남겨야겠다. 아무래도 나는 이렇게 허무하게 죽긴 싫으니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아무것도 하기싫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