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글에 이어, 이 문장으로 이 글의 시작을 열어보고자 한다. 20대 때는 1억만 있으면, 자유롭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1억을 모았다는 글을 쓰고, 창업모임에서 글의 내용을 밝힌 적이 있다. 딱히 모은 자산을 밝히려고 했던 건 아니고, 1억이라는 단위의 숫자 때문에 갑자기 검색량이 늘어난 내 브런치를 이야기하고자 했다. 브런치에 글을 쓴 지는 정말 오래됐지만, 대부분의 내 글은 크게 인기가 있는 편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너무 작고 사소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주축으로 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이 글을 이어서 적기로 한 이유를 설명해보고자 한다. 매주 토요일에 디자인모임을 간다. 20대 디자이너분들을 만나서 재밌는 얘기를 꽤 긴 시간동안한다. 그중에 한 분이 자신은 '30대까지 1억을 모으고, 그 이후엔 좀 자유롭게 살겠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나는 '딱 그 정도 나이에 그만큼 모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라고 이야기를 했다.
삶의 방향성에 관한 이야기는 아무리 긴 시간 해도 결론이 나지 않기 때문에, 찜찜한 대화들을 뒤로하고 헤어져 집으로 왔다. 집으로 이동하는 전철 안에서 '나는 왜 1억을 모았는데 자유롭지 않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1억과 자유에 관한 글을 한번 적어보자' 싶어졌다.
20대 때는 1억이 굉장히 큰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잔고에 1억이 찍히니, 별로 큰돈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1억이라는 숫자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돈은 써야 하고, 쓰면 줄어드는 게 당연하기 때문에 잔고는 1억이었다가 1억이 아니었다가 다시 1억이었다가를 반복한다.
더욱이 나의 경우엔 모든 재산을 전부 주식에 넣어놓은 까닭에 변동폭이 더 크기도 했다. 돈이 갖는 불안정성은 액수가 크다고 줄어들지 않았다. 돈의 불안정성 -사용하면 없어진다, 시간이 지나면 그 가치가 떨어진다 -은 액수와 반비례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1억을 모으고도 자유롭지 못했다.
요즘도 가끔 토스뱅크에 들어가 잔고를 확인한다. 지금은 1억을 좀 넘겼고, 여전히 1억 3천 언저리쯤에 멈춰있다. 정확한 계산을 위해 개인연금에 넣은 돈과 국채에 투자 중인 돈, 회사에서 퇴직금으로 넣어준 돈을 제외해 봤다. 순수하게 투자 중인, 그리고 지금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은 1억 8백쯤 된다.
올해 주식 수익을 복기했다. 해외주식수익으로 천만 원 정도 수익이 났다. 국내주식 중에 장기투자로 가지고 가려고 했던 카카오와 네이버를 손절했다. 700만 원 손절을 해서, 결론적으로 약 400만 원 수익이 났다. 여전히 열심히 투자를 하는 중인데, 올해 수익은 아무래도 많이 나야 천만 원 선에서 마무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왜 그렇게 열심히 돈을 모으냐고 하면, 사실 나는 딱히 갖고 싶은 게 없다. 사고 싶은 신발도, 갖고 싶은 가방도 없다. 회사생활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월급으로 명품을 산다는 회사사람의 얘기를 듣고 한 번은 30만 원을 주고 맨투맨 티셔츠를 하나 샀다. 내 나름대로 큰 일탈이었는데 딱히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았다. 그 뒤론 더 안 사게 된 것 같다.
소비를 자유롭게 하면, 인생이 자유로울까.
1억이 있다면,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내 답은 NO다. 1억과 자유는 별개의 문제다. 자유라는 건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의 문제인 것 같다. 1억이 있어도, 1억이 없어도 자유로울 수 있다. 단순히 1억은 기준일뿐이다. 1억이 있으면 자유로울 거라는 막연한 기준.
그래서 오늘은 1억을 모은 김에 다양한 방향으로 자유를 누려보려고 했다.
'1억 모았으닌깐, 등갈비찜정도 시켜 먹어도 괜찮잖아?'
'1억 모았으닌깐, 커피정도 시켜 먹어도 괜찮잖아?'
오늘 하루 소비를 10만 원 정도 했다. 막상 쓰고 나니 별거 없다. 잔고가 줄었다. 미비한 영향이지만, 줄긴 줄었다. 이렇게 쓰다 보면 1억 도 금방 다 쓸 것 같다. 1억으로 얻을 자유가 이런 건 아닌 것 같다. 아무래도 이런 식으로 쓰기 위해 모은 돈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나는 1억을 가지고 뭘 해야 자유로울까?
나는 1억을 가지고 뭘 하고 싶을까?
이제부터 그 답을 찾아가는 글을 적어보려고 한다.
-글의 결론이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 어쩌면 '돈을 모으는 건 쓸모없다'라고 말하게 될지도..-
첫 번째 글
https://brunch.co.kr/@llonv/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