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에서 2만원주고 샀는데요? 허허
전례 없는 스타트업 생활 1년 7개월을 끝으로 그만두고 나와, 지금은 취준(?)이라고 쓰고 이력서도 내지 않는 백수다. 집에서만 있기 싫어서 당근으로 자전거를 2만 원에 사 왔다. 별거 없었다. 그저 두 다리 말고 이동수단이 필요했고, 자전거 타는 걸 워낙 좋아했던 터라 당근을 기웃거리다가 구매했다.
구매 당일날 뒷바퀴가 약간 말랑거렸다. 별생각 없이 타다가 튜브가 꼬였다. 수리비가 1만 8천 원 정도 나왔다.
'2만 원에 샀으니, 2만 원 수리비 괜찮아'
그렇게 잊고 살다가 일주일 만에 자전거를 꺼냈다.
목표는 집에서 좀 떨어진 역의 영화관, 영화 한 편 보러 갔다가 오는 게 목표였다.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내려가다가, 인도 턱에 부딪혔다.
직감적으로 알았다. 이건 '펑크'다.
일단 영화를 봐야 했기에, 영화 한 편을 다 보고 점심까지 야무지게 챙겨 먹은 뒤 다시 자전거에게 왔다.
집에서 꽤 거리가 있는 역이었기에, 자전거를 끌고 1시간가량을 걸어서 집에 겨우 도착했다.
바람 빠져 축 처진 바퀴를 보니 내 마음도 축 처졌다.
그렇게 한 달여를 방치하다가 다시 자전거를 끌고 수리점에 갔다.
바퀴가 터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튜브는 1만 5천 원, 바퀴는 3만 원이라고 하셨다. 튜브만 교체하면 5만 원 타이어까지 하면 8만 원이라고 하셨다.
이때, 수리를 할지 결정을 했어야 했었다.
5만 원 정도 예상하고 갔던 거라, 순간 "엄청 비싸네요"라는 말이 툭 나왔다.
정비사님은 내게 더우니 안에 들어가 있으라고 했다.
정비사님은 자전거를 분해하고, 튜브 말고 바퀴까지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정비사님은 내게 뒷바퀴도 봐야지 튜브만 교체할지, 아니면 전체를 다 교체할지 알 수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뒷바퀴를 뜯기 전 앞바퀴를 교체했다.
순간 '아 확인만 해주시는 게 아니라, 지금 다 고치는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거다. 수리를 하러 들어갔고 가격을 물었고 뜯기 시작했으니,
온마음으로 빌었다,
뒷바퀴는 제발 튜브만 교체하게 해 달라고... 하지만 뒷바퀴도 온전하지 못했다.
양쪽 바퀴를 다 바꾸면서 차라리 한대 사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상한 마음에 정비사님에게 차라리 수리하지 말고 한대 사는 게 나을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이미 바퀴 교체는 끝나가는 시점... 죄송할 따름이다.)
8만 원을 결제하고 나오면서, 다음엔 좀 천천히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자전거를 탔다.
'또 타니 좋긴 하네...'
언니가 내 얘기를 듣곤 새 자전거의 가격을 찾아서 보냈다.
"12만 원이면 새거 한대 샀겠다"
꺼이꺼이.. 누가 8만 원이나 수리비가 나올 줄 알았나ㅠㅠ
교체 들어가기 전에 안 고치겠다 못 박고 그냥 들고 나왔어야 했는데,
똑 부러지게 이런 거 하나 판단 못하는 본인 탓인 것을,
오늘도 이렇게 멍청비용을 지불했다.
자전거를 타면서 알게 된 건,
중고 자전거는 생각보다 오래된 것들이 많아 상태가 별로여서 사면 이렇게 계속 고쳐가면서 타야 한다고 한다.
부디 이 글을 보는 그대들은,
조금 비싸도 새 자전거를 타시길.
고친 자전거 8만 원, 뽕빼려면 백수기간 동안 아주 열심히 타고 다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