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부터 어른이 되는 것일까.
사회가 정한 나이의 기준은 아닐 것이다.
단지 시간만 보내서는 어른이 되기 힘들다.
스스로 하기까지
나는 요즘 내 딸들의 공부습관을 잡으려 한다.
고작 하루 30분이다.
하지만 이조차도 쉬운 일은 아니다.
엄마가 공부를 봐주면 30분도 넘게 할 수 있다.
앉혀놓고 알려주고 잔소리도 한다.
그러나 난 이런 그림을 원치 않는다.
엄마가 약속이 있어 나가면 난 아이들의 공부시간만 알려준다.
난 그 시간에 게임을 하기도, 다른 일을 하기도 한다.
그냥 30분을 마치면 자기가 한 만큼을 보여준다.
나한테 채점을 해달라고도 했다.
"이거 답지 보고 네가 매길 수 있잖아."
그냥 자기가 하는 것보다 엄마가 해주면 편한 거다.
도시에 살거나, 열성 있는 주변 엄마들은 내게 더 시키라고도 한다.
"애가 할 수 있을 때 시켜야지. 애가 훨씬 더 잘할 수 있겠는데."
나는 단호히 얘기했다.
"난 내가 억지로 보내는 학원, 학습지 3시간보다 스스로 펼치는 30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아이를 놓기까지
3, 5학년이니 못할 것도 아니다.
그래도 차는 불안하다.
우리 애들만이면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 주변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있다.
둘보다는 넷이 운전자의 눈에 잘 띄고, 서로 챙겨주리라.
"우리 학원 안 가고 올 때도 같이 걸어오면 안 돼?"
걷기 싫어하는 첫째가 던진 말이다.
그냥 학원 가기 싫다는 말이다.
"네가 학원 안 가고도 80점 이상 유지가 되면 인정.
학원 두 개에 왔다 갔다 3시간이니까.. 집에서 공부 1시간 추가.
1시간 패드 추가에 1시간은 자유시간.
나도 솔직히 너 학원 안 보내고 싶지.
둘이 해서 학원비가 한 달에 80만 원인데.
그 돈이면 너네 문제집 사주고, 문제집 1권 끝내면 2만 원씩 보상도 주고, 맛있는 것도 사 먹고.
그런데, 넌 지금 내가 놓아줄 수 없어.
아직도 내가 시켜야만 공부를 시작하니까.
네가 1학기 실천하면 그때 학원 그만두게 해 줄게."
정말 내가 원하는 게 이것이다.
남의 도움 없이 인강 듣고 성공한 주변케이스.
어른이 되기까지
폰을 사주면서부터 알람에 일어나게 시키고 있다.
알람은 울었는데 애들은 여전히 누워있다.
결국 내가 깨우려 소리친다.
"아빠는 아침에도 게임하네?!"
일찍 깨버려 놀고 있는 날 보고 딸이 하는 말.
살짝은 억울하고 치사하다는 마음이 느껴져 대답했다.
"아빠는 아까부터 준비 다 해놨어.
너희도 스스로 준비해서 시간이 남으면 가능하지.
그런데 너네 TV 보게 해 줬더니 세수도 안 하고 결국 늦어지더라.
내일부터라도 알람에 스스로 일어나, 옷 입고 준비 싹 하면 가능해.
예전에 어느 예능에서 이런 비슷한 얘길 들었다.
나는 공자를 가르칠 만큼 어른이 된 것 같진 않다.
어른이 어른으로
"아이가 말썽 부리는 건 지도할 수 있어요.
아이가 떼 부리는 건 어려서라고 이해가 될지도 모른다.
또 그런 걸 가르치고 성장시키기 위해 교사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학부모가 아이를 편들면 답이 없다.
아이의 감정에다 그걸 옹호하는 부모까지 더한다.
내 번호를 공개해 왔지만, 나만 그럴 수는 없다.
"저반 선생님은 알려주던데요." 이러면 곤란하니까.
개인 번호가 아니라 이 번호로 연락 달라고.
그리고 첫 전화를 받았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아이가 안내장을 안 가져오거나 할 때 올려주시면 좋더라고요."
중요한 내용이나 급한 게 있으면 문자나 전화를 드립니다.
3학년이면 자기가 챙길 걸 스스로 하는 게 좋지요."
다행히 어머님도 내 말에 동의해 주셨다.
왜 안 하냐고 따지거나 민원을 넣지는 않았다.
올해는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함께 키울 수 있겠다.
아이가 어른이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어른이 어른다워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교사는 어른이어야 하며,
학생을 어른으로 키워야 하며,
때론 어른인 학부모를 어르고 달레야 한다.
어른이 된다는 건, 심지어 교사로서 어른이 된다는 건 더더욱 힘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