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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삐딱한 나선생 Apr 25. 2024

유부남의 무서움

남자 둘, 여자 둘, 4명이 술을 한 잔 했다.

모두 30대로 나이 차가 크진 않았다.

(난 빠른 86인데, 윤정부 나이로 줄었는데.. 아이고 모르겠다.)

다들 성격이 모나지 않았고 분위기는 올랐다.



물어볼 수 있는 자


A여선생님이 B남선생님에게 물었다.

"선생님 눈이 높다고 들었는데~

좋아하는 여성상이 어떻게 돼요?"


B남자는 당황했고, 술을 연거푸 마셨다.

"아이구.. 갑자기.. 이건 술이 더 들어가야.."

B남자는 놀라서 벌건지, 취해서 벌건지 어쨌든 시뻘겠다.


나도 A여자가 들이대는 건가 싶었다.

'둘 다 미혼이고 그런데 잘 되면 좋지.'

"아~ 저 남친은 있어요~~ ㅋㅋ"


B남자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좋다 말았는지 안도했는지는 모른다.

낚시를 당했다는 생각보다 난 다른 깨달음이 있었다.


'역시.. 남친이 있으니 저렇게 대놓고 물을 수 있지.'

당당할 수 있다는 건 어떤 거리낌도 없다는 뜻.

정말 마음을 화끈하게 내놓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아예 마음이 없다는 것.



솔직할 수 있는 자


다음 날 서로 생존신고를 했다.

"새벽에 깨서, 어제 옷 그대로 입은 채, 가방에 묶여 있는 나를 발견했어요."

"저는 새벽에 3번 토하고, 세 시간을 뒤척이다가, 숙취해소제를 3개 먹었어요."


그러다 갑자기 B여선생님이 교실에 온다고 했다.

문이 열리고, 비싼 별 커피에 초콜릿을 줬다.

"얼굴도 예쁜데 마음도 이렇게 예뻐요~"


난 정말 진심이었다.

내가 싱글이면 바로 들이댔겠다.

나는 마누라도, 딸도 있으니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어제도 나는 너무 대화가 잘 통해 A여자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아니~~ 도대체 손을 몇 번을 치는 거예요~~"

B남자는 이것조차 스킨십으로 봤다.

(아.. 물론 뒤에서 내 아내가 째려보긴..)


"야~ 나는 그냥 사람대 사람으로 말하는 거야~

나는 결혼했고, 이 분은 남친이 있는데~"

B남자는 날 말리고 싶었던 걸까, 자기도 그러지 못해 아쉬웠던 걸까.


확실히 B남자에게 모든 여자는 가능성이다.

나에게 여자란 같이 살아가는 지구인에 불과하다.

나의 현재는 상대방을 바라보는 기준이 되고 또한 태도가 된다. 

(아.. 물론 정말 예쁜 여자라면 설레기는..? 아니, 난 중성화 수술도.. 윽.. 마누라 살려주세요..)



가진 자의 특권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지금의 여유를 갖고 20살로 돌아간다면.

먼저 물어볼 줄 알고, 진심으로 대하는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20살의 나도 나름의 최선이었겠지만.

중년의 노련함이나 포용력은 부족했으니.

내가 봐도 찌질한 과거보단 지금이 나아서.


그러니까, 우리는 어쩌면 반대로 살아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

애인이 없는데 있는 사람처럼 상대를 대하고.

당신을 향한 음흉한 생각으로 가득 차 놓고, 나무를 보듯 하는 거다.


어떤 감정에 매여 있으면 아주 작은 사람이 된다.

길에서 급똥이 마려우면 인간이 아니라 동물에 가까워진다.

상대가 이성으로 보일수록 입을 열기도 어렵고, 행동도 조심스럽다.


물론 이건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다.

또, 진심을 숨기고 반대로 하란 말도 아니다.

오히려 진짜 더 자신의 진심을 바로 보란 얘기다.


"이상형이 어떻게 돼요? 이런 스타일은 어때요?"

당신에게 이렇게 물어봐 주는 여자에게 혹하지 않을까?

"얼굴도 예쁜데 마음도 예쁘셔요~~"

이렇게 말해주는 남자가 매력적이지 않을까?


아.. 하지만 이 모든 말도 결과론적인지 모른다.

'이미 가지고 있으니까 그렇게 편하게 말하지.'

그러니까 당신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행동해 보길 추천한다.


돈이 없어도 돈이 많은 것처럼.

나는 조급해도, 다가올 당신을 위해 아주 느긋한 척.

이건 어쩌면 나를 벗어나 당신에게 다가가는 하나의 방법인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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