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편이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내 편에 마음이 가는 것도 자연스럽다.
그러나 내 편이 아니어서 감사한 일도 있다.
남의 집
우리 부모님은 내 아내를 더 좋아한다.
요즘 애들 같지 않고 순하고 참해서 좋단다.
내가 본인들 아들인데 데려온 며느리를 더 아낀다.
아무래도 내가 커온 과정을 알기에 더 그런가 보다.
아빠를 닮아서 성질이 나면 아주 불같아 지니까.
그런 나를 받아주는 착한 아내라는 거다.
반대로 처가에서는 내가 꽤 대접받는다.
사위가 오면 씨암탉을 잡는다 했던가.
나서방의 식탁엔 고기가 빠지지 않는다.
장인어른도 옛날 사람이라 가부장적인 멘트가 많다.
"정신 빠져서 늦게까지 술 먹고! 남편 밥이나 잘 챙겨!"
남자가 하는 사회생활을 중시하고 여자는 내조를 하라는.
물론 말이 그렇다고 딸보다 사위겠나.
사위를 챙겨줘야 딸이 행복할 거라 믿는 거지.
며느리, 사위는 남의 집 식구였으니 좀 더 예의를 차리는 거지.
나의 것
사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래서 감사하다.
만약 거꾸로 아들 편들고 딸 편드는 부모였다면.
아마 자기네 부모님은 왜 그러냐 서로 싸우지 않았을까?
꼭 이렇게 극단적으로 말을 해야 나쁜 건 아니다.
이미 자기 쪽만 편들 생각이라면 말이다.
어떤 가정을 보면 누구를 편애하는 게 보인다.
막내라서 귀엽다는 정도면 말도 안 한다.
너무 티가 나게 한쪽 편이다.
"첫째는 너무 둔하고 게을러. 둘째처럼 똑 부러져야지."
"둘째는 너무 독해. 다 이겨먹으려고만 들어. 첫째가 다 져주잖아."
둘이서 같은 아이를 키우지만 보는 건 정반대다.
더 안타까운 건 그 안에 자기밖에 안 보인다는 거다.
내가 옳고, 나를 최대한 닮은 네가 우월하다.
결국은 다시 내가 나를 편들려는 생각.
없는 것
"엄마는 나 사랑해? 안 사랑해?"
우리 첫째는 하루에도 몇 번 묻는다.
앵기고 부비고 만지고 치근덕거린다.
아내가 표현이 적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냥 날 닮아서 뭔가 끈적하게 달라붙는 게 있다.
아내는 첫째를 낳으면서 나를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마음을 다 표현하고 표현받고 싶어 하는구나.'
아내는 그런 첫째를 좋아한다.
하지만 그건 좋은 감정만 많이 나올 때다.
난 오히려 그런 첫째와 부딪치기도 한다.
적당히 멈춰야 하는데 둘 다 끝까지 간다.
그래서 난 둘째가 좋다.
언니를 받아주고 양보해준다.
엄마를 닮아 무심해서, 무던해서 견딘다.
아내와 나는 서로를 이해하면서 성장했다.
지금의 이 태도도 우리가 성장해온 결과다.
내가 가지지 못한 마음을 당신에게서 받은 아이라서 고맙다고.
물론 둘째가 애교를 더 부린데도 혼낼 땐 혼낼 것이다.
첫째가 좀 얄미운 짓을 해도 똑같이 뽀뽀하고 안아 줄 것이다.
그러니 너희도 우리 부모님이 그랬듯, 우리가 그랬듯 내편만 드는 사람으로 크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