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사에서 살아본 경험 있으세요?
도시, 큰 학교에 있으면 거의 들을 일도 없죠.
교장 관사라고, 교장선생님만 쓰는 곳인가 했었죠.
어쩌다 보니 저도 관사라는 곳에 살게 되었네요.
어쩌다
대부분은 신규, 승진과 같은 인사발령 때문이겠죠.
원하는 지역에 나지 않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출퇴근이 힘들면 관사를 얻어야지요.
그렇다고 꼭 억지로만 가는 건 아니에요.
친한 부부는 여러 좋은 점 때문에 갔거든요.
승진점수도 따고, 관사에 살면서 돈도 많이 모으겠다고요.
살던 집은 세를 주고, 아이들은 작은 학교 혜택을 많이 보고 있어요.
꽉 찬 방과후로 학원비도 아끼고, 도시에서 쓰던 소비 습관도 잡혀서 월급이 거의 남는대요.
물론 이렇게 좋은 경우만 있는 건 아니지요.
한 젊은 선생님은 작은 학교로 일부러 냈어요.
큰 학교에서 드센 아이들에게 지칠 대로 지쳐서요.
작고 조용한 학교에서 마음만은 힐링하고 싶나 봐요.
어쩌면 먼 얘기로 들릴지 몰라요.
그래도 조금만 더 함께 읽어주시겠어요.
꼭 하나의 이유만으로 옮기는 건 아니니까요.
삶이라는 게 나 하나의 의지로만 되는 것도 아니고요.
긴 교직의 삶에서 언젠가 관사 생활을 할 기회가 올지 모르잖아요.
시설은
제가 있는 학교에는 30 가구 이상의 관사가 있어요.
(그만큼 필요한 지역이라는 뜻이겠지요)
교내에만 7동의 건물이 있고, 외부에 통합 관사, 아파트도 1채 있다네요.
간단한 설명을 듣고 관사를 보러 갔어요.
시설의 노후, 관리 정도가 다르기에 선호 차이가 났죠.
함께 보러 간 사람들이 경쟁자로 느껴져서 조금은 어색했어요.
실장님이 관사관리위원회를 열어 결과 통지를 한다고 하네요.
교직 경력, 실거주 인원 등을 고려한 우선순위를 정해.
저는 독신자(1인용) 관사를 받았어요.
에어컨, TV(미설치, 오른쪽 아래)가 있습니다.
커튼, 매트 등의 물품은 개인이 구입한 것입니다.
(방이 지저분해서 죄송합니다)
보일러 15도만 해도 바닥은 뜨끈뜨끈합니다.
잘 때 얼굴이 시려서 텐트를 쳤습니다.
가스, 전기, 물 등의 사용료는 내야 해요.
TV, 인터넷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은 스마트폰과 노트북으로 버틸만합니다.
처음엔 벽에 곰팡이가 있었는데, 벽지를 새로 했습니다.
창문과 벽 사이 틈이 있어 메꾸는 공사도 했습니다.
큰 시설 문제는 행정실에서 잘 해결해 줍니다.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제습기, 전자레인지, 인덕션 있습니다.
빨래는 가져갈 예정이지만 기계는 좋아 보입니다.
좁지만 혼자 뭘 하기엔 충분한 공간입니다.
그냥 무난한 화.장.실. 입니다.
변기 커버, 샤워기 헤드는 바꿨습니다.
곳곳 녹슨 부분이 있지만 양호합니다.
더 좋은 관사도, 나쁜 관사도 있겠지요.
경험이 없는 저는 비교가 어렵습니다.
이제 마음 붙이고 살아봐야지요.
생활은
우선 청소하는데 20시간 이상은 쓴 것 같네요.
창틀의 흙, 벌레, 바닥에 눌어붙은 벽지풀, 실리콘.
부엌, 화장실 타일에 낀 찌든 때, 찬장, 손잡이 등등.
새 집은 아니어도 깨끗해야 내 집이라는 느낌, 아시지요?
다행히 편의점은 3개나 있어요.
식당도 제법 있어서 먹고 들어와요.
문제는 학생들을 꼭 만나게 된다는 것.
상권이 하나라 어디든 학군이고, 학부모 가게예요.
처음 며칠은 많이 우울했어요.
독방에 갇혀 벽만 보고 있는 느낌.
술이라도 마셔야 시간이 좀 지나갔어요.
아내와 딸에게 영상통화를 많이도 걸었어요.
친한 형은 농사도 짓더군요.
누구는 요리를 해보라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혼자서 뭘 부산스럽게 할 것 같진 않아요.
그냥 많이 걷고 뛸까 해요.
주중엔 딱 한 번만 마시고.
(관사에 살면 매일 먹는다더니, 여긴 출퇴근이 많네요. ㅠ)
체력 관리 잘해서 주말에 가족들과 더 진하게 지내도록.
선생님도 어디에 있든 잘 지내시길 바라요.
또, 어떤 일이 있든 잘 이겨내시길요.
저도 다음엔 좀 더 밝은 느낌으로 찾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