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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igma Apr 04. 2019

결혼도 성격대로 한다

3개월 결혼 이야기를 맺으며



2018년 6월 17일 여의도.

약속 장소를 찾던 도중 길가에서 마주쳤고, 단숨에 서로를 알아봤다. 분명히 내가 받았던 한 장의 사진에는 고개 숙인 모습이라 얼굴을 모르는 상태였다. 그저 성별이 다행히 남자라는 것만 안채로 나갔는데, 그냥 내가 만나러 온 그 사람이 맞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  


이십 대 초반, 풋풋하고 순수했던 시절을 오랜 캠퍼스 연애로 보냈다. 그 이후 사회생활을 하며 만난 사람들은 전부 소개팅에 의해, 소개팅을 위한 만남이었다. 혹은 주변인과 나 자신에게 필요한 변명을 만들기 위해 나갔던 의무적인 만남이었던 것 같다. 이제껏 소개팅 자리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아닌 '내가 가진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했었다.


"저는 OOO로펌 아시죠? 거기서 일해요. 회사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일은 많은 편이에요."

"저는 결혼을 하면 바로 집을 사려고요. 서울에 어느 동네에서 살고 싶다고 정해둔 곳 있어요?"

"저 집이랑 이 집이랑 번갈아가면서 살아요. 저 집은 제 명의고요."


뭐 흔히 소개팅에 나가서 할 수 있는 말 아니겠냐 할 수 있지만, 모르겠다. 나는 왜 그렇게도 그런 이야기에 흥미가 없었는지... 나는 '나'에 대한 성찰이 없는 사람, 즉 자신만의 '나다움'이 뭔지 모르는 사람에겐 매력을 느끼지 못했고 첫 만남 이후 애프터를 가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처음 보는 사람을 알아간다는 건 누구나 직업이 뭔지, 취미나 관심사가 뭔지를 먼저 묻게 된다. 소개팅에서 그런 질문을 하는 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질문일 테니... 다만 그 질문들이 대게는 피상적이기 때문에 따분하고 지루한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처음이었다. 소개팅 자리에서 오롯이 자기 '자신'에 대해 말하는 사람을 만나는 게.

피상적일 수 있는 주제들에 대해 매우 깊은 대화를 했다. 대학교 얘기가 나오면 보통은 학벌 자랑 혹은 한자리했었다는 이야기 정도로 마무리 지었지만, 이 남자는 좋은 학벌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대한 자랑이 아닌 어떻게 그 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는지 때아닌 간증(?)을 늘어놓았다. 그렇게 들어간 학교였음에도 자기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휴학을 하고 카페 창업을 했던 이야기까지 상세하고 진정성 있게 말했다. 나도 오늘 처음 만난 이 남자에게 내 졸업작품은 뭐였고 어떤 콘셉트이었으며 어떤 반응이었다를 이야기하며 레퍼런스까지 보여줘 버렸다.


당시 나는 바디 프로필 촬영에 도전을 하고 있었던 터라, 강도 높은 웨이트 운동에 현미밥 200g으로 하루를 버텨야 했던 날이었다. 먹을 수 있는 게 없어, 첫 만남에 아메리카노 한잔만 시켜놓고 4시간 남짓을 대화만 했던 것 같다. 힘이 없어 쓰러질 것 같았던 내 몸뚱이의 모든 세포가 그 남자와의 대화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았다.  '왠지 이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다가 아닌) 결혼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 예감은 적중했고, 우리는 작년 여름을 뜨겁게 매일같이 만나고 가을이 되어서 결혼을 이야기했다. 그때로부터  3개월 만에 결혼이란 걸 해버렸고, 정신 차려보니 작년 6월 여의도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같이 살고 있다.


속도보단 방향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 말이 내 삶에도 고스란히 적용되었고, 나는 사계절은 만나봐야 한다는 내 나름의 속도 규정을  스스로 깨트리고 빠른 결혼이라는 방향을 택했다. 아마도 누군가에게 3개월이란 시간은 결혼을 준비하기엔 벅찰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겐 3개월 만난 남자와 결혼을 결심하는 것조차 이해 수 없는 일일 수 있다. 각자 저마다의 가치관과 생각이 있기에 '다름'을 존중한다. 그리고 그 다름은 '나다운 것'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저마다 '나다움'을 가지고 있기에 그것이 상대방에게는 나와는 '다름'일 거다. 나는 신랑의 '나다움'에 끌려 사랑하게 됐으며, 또 나의 '나다움'과 부딪히는 '다름'에서 치열하게 서로를 알아가며 수용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3개월 만에 결혼을 준비해서 식을 올린 건 나다운 행동이었으며 결혼을 준비하는 모든 과정에서의 크고 작은 선택들 그리고 결혼식 자체도 지극히 내 성격대로 했다. 결국 결혼도 성격대로 한다.


결혼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모든 이에게 '당신답게'하라고 그게 정답이라고 말하며 나의 첫 브런치 매거진 '결혼도 성격대로'를 맺고자 한다.





3개월 만에 결혼 준비 Tip

-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 사회의 틀 안에서는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 오고 가는 관례와 절차,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많은 건 현실이다. 짧은 기간 내 결혼을 준비한다면 처음부터 To do list를 올려놓고 뭐는 하고 뭐는 안 할지를 명확하게 정하는 것이 좋다. 그때그때 할지 말지부터 고민하게 된다면 일정면에서도, 비용면에서도 부담되고 꼭 필요한 게 아닌데도 분위기에 휩쓸려 하게 된다. (이때 양가 부모님의 의견이 필요한 것이라면 사전에 말씀을 꼭 드리고 정하는 것이 나중에 탈이 없다)


- 우리 커플의 경우, 구글 스프레드 시트로 예산과 To do list 등을 정리하며 공유하고 공유 캘린더로 일정을 관리했다. 실제로 큰 도움이 됐다. 결혼 준비 관련 포맷은 검색하면 많이 나오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 나머지 팁들은 나의 브런치 첫 매거진 '결혼도 성격대로' 곳곳에 기록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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