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igma Apr 12. 2019

신혼집 입성의 날

신혼집 입주 D-DAY _ 이사 & 가전들이기

입주 전날, 청소업체를 통한 입주청소를 마쳤다. 내 안에 두 가지 마음이 공존했는데, 하나는 불만족과 또 하나는 체념이었다. 만족스럽지 않음은 내가 했으면 더 깨끗하게 구석구석 했을 것이기 때문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상황이 주어져도 난 똑같이 돈을 주고 청소업체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기에 체념했다. 


신혼집 입주 전까지는 잠시 풀옵션의 원룸살이를 했었기에 짐이 별로 없었다. 근처에 사시는 큰아버지의 도움으로 스타렉스와 자가용으로 한큐에 짐을 다 옮겼다. 타이밍 좋게 짐을 다 옮기고 나서부터 가전이 차례대로 들어왔다. '백색가전은 엘지다'라는 어른들의 말씀을 받들어 가전은 전부 엘지로 대동단결! (+ 대륙의 실수 '샤오미'도 꽤 있다) 백화점과 여러 지점의 엘지베스트샵, 하이마트를 모두 비교한 끝에 한 곳에서 대폭의 할인을 받아 구매했다. 



잠시만요, 냉장고 들어가실게요 ~


넓은 매장에서 봤을 땐 잘 몰랐는데... '냉장고가 이렇게 컸었나?' 도착한 냉장고가 헐크 같았다. 이 큰 냉장고를 좁은 집으로 들여다 놓기란 설치기사분들에게 크나큰 숙제가 되었다. 집은 2층이고, 30년 된 주택에 엘리베이터가 있을 리는 만무하고, 심지어 사다리차 진입도 어려운 구조였다. 사다리차를 불렀지만 그대로 돌려보내고, 계단을 올라 현관으로 진입하기로 했다. 냉장고 문 네 짝을 전부 뜯어내고 행여나 상처 날까 융카펫으로 감쌌고 현관문을 뜯어놓고 집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융카펫은 설치기사님들이 가지고 계셨다:) 베테랑들 답게 그 어려운 걸 해내셨다. 


냉장고 입성 !!  (분리된 냉장고 문짝 / 냉장고 들어올 자리 / 자리잡은 냉장고)


계획했던 위치에 떡하니 자리 잡게 된 큰 냉장고를 보니, 왠지 모를 '결혼했구나. 가정을 이루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쭉 가족과 떨어져 (나는 영덕출신이다) 혼자 기숙사 생활이나 자취를 했었다. 고로 이런 가정집에 두고 사는 큰 냉장고는 볼일이 전혀 없었다. 고작 자취방에 있던 마실 거 몇 개 넣을 수 있는 작은 냉장고가 전부였다. 그래서인지 들어온 냉장고를 보며 나 자신을 향해 '많이 컸다'라고 말했던 것 같다. 


설치기사님들의 프로페셔널함으로 냉장고에 달린 정수기 연결과 에어컨과 실외기 연결까지 무사히 마치고, 비로소 거실 겸 다이닝룸에 냉장고와 에어컨, 무선청소기가 자리 잡았다. 


꽉찬 다이닝룸 겸 거실


엘지에서 구매한 마지막 제품은 트윈 워시 세탁기와 건조기다. (TV는 구매하지 않았다) 다행히 세탁기와 건조기는 현관문을 떼지 않고 들어올 수 있었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서로 마주 보게 배치한 후 설치하니 세탁실이 아주 꽉 찬듯한 느낌이었다. 트윈 워시 세탁기와 건조기의 사용후기를 공유하자면 결론적으로 '매우 만족'이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쯤, 터키와 그리스를 한 달간 여행했던 적이 있다. 열기구로 유명한 터키의 카파도키아에서의 일이다. 마침 그곳에서 입을 옷이 바닥나갔고 며칠 머무를 예정이라 숙소에 세탁 서비스를 맡겼다. 뽀송뽀송하게 잘 마른 옷을 받고 "테쉐쿨 에데림" (터키어로 감사하다는 뜻이다)라 말하곤 탁자에 쌓아뒀다. 그때까진 몰랐다. 다음날 협곡 트레킹을 가려고 옷을 집어 들었는데, 웬 강아지 옷이 있지 않은가. 정말 눈을 의심했을 정도로 옷이 줄어들어 있었다. 그 당시는 우리나라에 건조기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기었고, 그렇게 나는 머나먼 타국에서부터 건조기에 대한 선입견을 수입해왔다. 


가전을 보러 다니며 건조기를 꼭 사야 하는 가에 대한 의구심이 계속 들었다. 비싸기도 하고, 터키에서의 강렬했던 경험 덕에 옷을 건조기에 넣었다 빼면 강아지 옷이 되어 나온다라는 염려를 떨칠 수 없었다. 물론 그 의구심은 가전을 보러 다니며 전문가들에게 설명을 듣고, 주변에서 쓰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모두 해결했다. 그렇게 어렵사리 구매한 건조기는 정말 살림에 있어 '효자 템'이다. 옷이 줄어드는 현상은 다소 있는 것 같지만 강아지 옷 수준은 아니고, 입고 나면 금세 재 사이즈를 찾는 정도인 것 같다. 가장 좋은 건 옷을 털고 널고 털고 개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먼지가 없다는 점이다. 기관지가 약해서 기침을 달고 사는 편인 나에겐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가전은 엘지로 대동단결!'이라는 모토로 구매한 가전. 정수기냉장고, 무선청소기, 에어컨(스탠드, 벽걸이) 그리고 트윈 워시 세탁기와 건조기 모두 만족스럽다. (기회가 되면 제품에 대한 상세 리뷰도 연재할 예정이다)


이영표 선수의 명언이었던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우리의 셀프 인테리어도 그러하다. 지금부터는 살면서 고쳐가며 채워가는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타일에 칠하는 페인트가 있다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