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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공장 Nov 10. 2022

"마약과의 전쟁 반드시 승리해 달라!"

이 말은 경찰의날에 경찰에게 말한 단순한 권고였을까?








청춘 156명의 피는 누구 손에 묻어 있을까?

1029 참사는 왜 일어날 수밖에 없었나?


https://v.daum.net/v/20221021111051103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미래 세대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마약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달라" 고 올해 10월 21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제77회 경찰의날 기념식에서 말했다. 1029 참사를 일주일 여 앞두고 윤 대통령이 경찰을 모아 놓고 한 말이다. 이번 참사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서울 경찰청장과 용산 경찰서장은 윤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 달라.”는 간곡하고 단호한 말(행정부 수반의 지시로 해석될 수 있는)을 듣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경찰 최고위 지휘부는 윤 대통령의 이 말을 따라야 했을까? 이 질문 자체를 묻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이고, 그 행정부에 행정안전부가 있다. 그리고 이 정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한 경찰국이 행정안전부 소속이다. 그러면 경찰은 이번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마약단속 및 수사와 핼러윈 행사 인파 관리 이 두 주요 업무 중에 어느 임무에 집중하고 몰두했을까? 공교롭게도 참사가 일어난 현장에 인파 통제나 집회 관리를 하는 경찰 기동대는 보이지 않았다. 사실 관계를 살펴보면, 참사가 일어난 당일 137명의 경찰이 이태원에 투입되었다. 이중에 정복을 입은 경찰은 58명뿐이었고 나머지는 마약 단속과 수사를 위해 사복을 입은 채 이태원에 투입되었다고 한겨레가 보도했다. 2021년 작년에 경찰 기동대 3개 중대가 투입된 것과는 대조적인 경찰력 투입이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64959.html



김광호 서울지방경찰청장도 국회 행안위 질의에서 “마약 단속에 상당한 비중을 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청장의 이 발언은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29 참사가 일어난 배경에 관해 물은 것에 답한 것이다. 물론, 김 청장은 이 국감장에서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 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 아니고, 경찰청 자체의 판단이었다고 대답했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6767



경찰이 29 이태원 핼러윈 행사에서 경찰 기동대를 투입하지 않고, 마약 단속 위주로 경력을 투입한 것이 경찰 자체 판단으로만 이루어진 건지에 대해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지난달 21 경찰의 날에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이겨달라는 간곡한 호소에 앞서 한동훈 법무 장관도 지난달(10) 7 국회 국정 감사장에서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의 마약류 범죄에 관한 질의에서 이렇게 답했다.


“무조건 무리해서라도 막겠다........(중략) 검찰과 경찰을 많이 투입하는 것이 길이 될 것이다."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3076646632490624



한 장관의 이 답변은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장관) 직을 걸고 책임지실 의사가 있느냐?라고 물었을 때 나온 것이었다. 이렇게 현직 대통령과 법무 장관이 마약 범죄 단속과 수사에 강조하고 있던 시점이 지난달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때 이태원 핼러윈 행사에서 참사가 일어났다. 문제는 올해 10월 29일 핼러윈 참사 당시에 예년과 다르게 인파 관리하던 경찰 기동대가 참사 현장에 보이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그렇다면, 1029 참사 후 송재호 의원이 국회 국감장에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마약 단속이 대통령과 법무장관의 지시를 따른 것이었냐? 고 물은 것은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을 묻는 핵심적 질문이었다. 그런데 대통령과 법무 장관이 '마약과의 전쟁'을 강조하던 때에 참사가 일어난 상황에서, 김 청장은 송 의원의 질문에 어떤 답을 해야 했을까? "예, 참사 당일 이태원의 마약 단속 및 수사는 대통령과 법무 장관의 지시를 따른 것이었습니다." 고 답할 수 있었을까? 만약, 김 청장이 이렇게 답했다면, 참사 정국에 어떤 파장이 일어났을까? 만약 대통령과 법무장관의 지시가 어떤 형태로든 있었다면, 대통령과 법무 장관의 지시 때문에 1029 참사가 일어났다는 결론이 나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언론은 대대적으로 이 사실을 보도할 것이고 대통령과 법무 장관 즉, 현 정권에 엄청난 책임 추궁과 비난이 뒤따르게 될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쯤에서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분들께 이렇게 물어보고 싶다.


“여러분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라면, 대통령과 법무 장관의 지시를 따라 마약 수사에 집중한 겁니까? 란 송 의원의 질문에 '예'라고 대답할 수 있나?"


현 정부의 행정안전부 소속인 서울 경찰청장은 당연히 대통령과 법무 장관을 이번 참사의 책임에서 보호하고 싶을 수도 있을 것이다. 동시에, 현 정권의 고위 공직자로서 김 서울경찰청장은 현 정부를 위해 방어해 주어야 한다는 원칙이나 신념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렇기에 대통령과 법무 장관의 지시 혹은 경찰국을 지휘하는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의 지시가 실제로 있었는지에 관해 수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번 참사에서 수사 주체이자 수사 대상인 경찰에게 수사를 맡기는 것보단, 특검에 맡기는 편이 수사의 중립성과 객관성을 보장하는 데에 더 효과적일 것이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지난달 7일 국회 국정 감사장에서 한동훈 장관에게 "(장관) 직을 걸고 책임질 의사가 있느냐?"라고 물을 때 조 의원은 "정부 차원에서 마약 단속을 할 것이란 보도가 있는데"라고 말하면서 질의했다. 마약 수사와 단속을 범정부 차원에서 한다는 얘기는 이미 지난달 언론 보도를 검색해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에 '윤석열 마약과의 전쟁' 혹은 '한동훈 마약과의 전쟁'으로 검색하면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온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마약과의 전쟁'이나 다른 범죄와의 전쟁을 윤 대통령의 정체성(PI; President Identity) 만들기를 위한 프로젝트가 될 것이란 분석 기사도 나와 있다. 이 '마약과의 전쟁'을 대통령의 정체성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검사 출신' 이미지에 부합한다는 분석 내용도 이 기사에 포함되어 있다. https://www.segye.com/newsView/20221024515069



한 법무 장관의 '마약과의 전쟁' 선포 이후 검찰에서도 지난달 14일에 전국 4개 검찰청에 마약 수사 특별팀을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이 마약 수사에 관세청과 국정원 등도 참여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그러니 한 마디로 범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마약 단속 및 수사'가 추진될 상황이었다. https://biz.chosun.com/topics/law_firm/2022/10/14/7QGOAZTNGJFVLH65JHBWB7HADM/



이뿐이 아니다. 현 정부가 마약 수사에 거의 올인하다시피 한 정황이 곳곳에 등장한다. 지난달 24일 윤 대통령은 한덕수 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도 마약 범죄의 시급함과 절실함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총리실은 '범정부' 차원에서 마약류 단속, 치료, 재활, 교육, 홍보를 종합하는 대책을 구축할 예정이라는 것을 보도한 동아일보 기사도 있었다.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1024/116128232/2  대통령과 총리실, 그리고 한동훈 법무 장관의 이런 노력에 발맞추어 여당인 국민의힘도 가세했다. 26일 실제로 국민의힘과 정부가 이 문제로 당정협의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21026/116168454/1



요약하면, 윤석열 대통령, 총리실, 한동훈 법무장관, 여당인 국민의힘, 그리고 검찰을 비롯한 국정원, 관세청, 심지어 식품의약안전처, 보건복지부, 방송통신위원회,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등까지 가세한 범정부적인 마약과의 전쟁이 지난달부터 시작된 상황이었다. 이 사실을 지난달 14일 자 연합뉴스의 보도가 확인해 준다. https://www.yna.co.kr/view/AKR20221014038551004



이런 상황에서 행정안전부 소속인 경찰국의 지휘를 받는 김광호 서울 경찰청장과 용산 경찰서장이 '마약과의 전쟁'에서 빠질 수 있었을까? 10월 29일 참사 전에 바로 그 참사 현장에 대한 경찰 간부의 압사 위험성에 관한 보고가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서울 경찰청과 용산 경찰서는 마약 단속과 수사에 집중했다. 이렇게 바꿔서 물어보자. 이상민 장관이 이끄는 행정안전부, 그리고 그 행안부의 경찰국 지휘를 받는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는 이러한 대대적인 마약과의 전쟁에 딴청만 피우며, 시민 안전만을 위해 인파 관리에 집중할 수 있었을까? 올해 이태원 핼러윈 행사에 경찰이 인파 관리로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인지, 아니면 현 정부의 대대적인 마약과의 전쟁에 집중해야 할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어떤 경찰청장과 경찰서장이 대통령과 그의 황태자로 불리는 한동훈 법무 장관의 관심사와 지시를 무시할 수 있겠나? 경찰의 날 윤석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한 바로 그 말말이다. 그래서 이태원에 참사가 일어난 당일 그 현장에 인파 관리하는 기동대가 눈에 보이지 않았던 거다. 참사가 일어난 후 가장 먼저 출동한 경찰들이 마약수사대란 글귀가 인쇄된 옷을 입고 있었던 이유도 참사 당일에 경찰이 어떤 업무에 주력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명백한 장면이었다.  https://www.ytn.co.kr/_ln/0103_202211041400422777



그러니 송재호 의원이 국회 국감장에서 김광호 서울 경찰청장에게 대통령과 법무 장관의 지시에 따라 마약 단속 및 수사를 하고 있었냐고 물었을 때, 김 청장이 “아니요”라고 답한 것은 거짓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윤석열 정부가 범정부적으로 벌이는 마약과의 전쟁에서 어떻게 행정안전부 소속인 경찰만 쏙 빠질 수 있겠는가? 총리실, 법무부의 검찰, 국정원, 관세청,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방송통신위원회, 심지어 일부 지방자치단체까지 마약과의 전쟁에 참여했다. 경찰이 감사원같이 행정부와 헌법적으로 독립된 조직인가? 경찰은 행정부 외딴곳에 존재하는 섬과 같은 존재였나? 분명 아닐 것이다. 이것이 2022년 10월 29일에 참사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아니었을까?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서 너무나 귀하디 귀한 156명의 꽃다운 생명이 압사당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한 복판에서 일어난 참사다. 그것도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에서 멀지 않은 이태원에서다. 대한민국은 세계 경제력 순위 10위인 경제 강국이자, 군사력이 세계 6위인 나라로 선진국으로 인정받는다. 이뿐인가? 소위 K-culture라는 이름으로 팝이면 팝, <오징어 게임>이나 <기생충> 같은 드라마와 영화로 명성이 높은 문화 강국이기도 하다. 또한 손흥민을 비롯한 월드클래스 스포츠 선수를 배출한 나라다. 세계인 누구나 한 번은 방문하고 싶어 하는 문화 강국이 대한민국이다. 그 대한민국을 나타내는 K-culture의 중심인 수도 서울에서 이런 어이없는 참사가 일어났다.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해야 하는 경찰이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을 내팽개치고, 다른 일에 몰두하고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왜 서울 경찰청과 용산경찰서는 시민 안전보다는 다른 일에 온 정신이 팔려 있었을까? 경찰이 시민의 안전을 챙기는 최우선 과제를 제쳐놓고 자의적인 판단을 내려 수사하는 국가 기관인가? 경찰 조직은 명령과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소속이지 않은가? 행정안전부는 행정부의 소속 부서이고, 그 행정부 수반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마약과의 범죄'를 총리실을 비롯해 법무부의 검찰청, 행정안전부를 비롯해 국정원과 관세청 등 거의 모든 정부 부서, 그리고 심지어 지방자치단체까지 동원해 마약과의 전쟁에 임하고 있었다. 이렇게 온 행정부가 이 전쟁에 몰두하고 있던 때가 156명의 귀중한 생명을 압사로 잃은 2022년 10월 29일이었다.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이런 범정부적으로 벌이는 마약과의 전쟁에서 행정안전부의 경찰만 쏙 빠질 수 있었을까? 경찰에게만 대통령의 지시가 내려지지 않았을까? 경찰은 어쩌면 이태원 핼러윈 행사가 현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에서 공을 세울 최적의 시기라 판단했을 수도 있다. 이러다 보니 이태원 핼러윈에 참여한 젊은이들의 안전은 경찰의 최우선 관심사에서 밀려나게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게 과한 추론인가? 진정 음모론으로 보이나?


마지막으로 이렇게 묻고 싶다. 156명의 젊은이가 흘린 그 피가 과연 누구 손에 묻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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