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몽드 디플로마티크 4월의 엄윤진의 문화톡톡>
드라마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이라는 매우 현실적이고 중요한 문제를 제기한 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충분히 받을 만하다. 정의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은 강렬하다. 특히, 폭력을 행사한 가해자가 제도적인 혹은 형사적인 책임을 교묘히 빠져나갈 때, 정의를 실현하고 싶은 사람들의 갈망은 더 강렬해진다. 이 드라마에서도 가해자들은 아무 책임도 지지 않고 호화로운 삶을 영위한다. 아무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말이다. 우연이겠지만, 〈더 글로리〉 시즌 1이 끝나고 나서 우리 사회를 뒤흔든 학폭 관련 뉴스 보도가 있었다. 국가수사본부장이라는 고위 공직자의 자녀가 벌인 학폭 사건 전말이 드러났다. 현실에서도 가해자인 정군은 정시로 서울대학교에 진학하고, 피해자는 아직도 그 사건으로 인해 학업을 이어가지 못한 채 괴로워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했다. 심지어 가해자 정군은 고등학교 졸업 직후 학폭 기록마저 삭제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실현되지 못한 정의’를 실제 사건으로 접하게 되면서 학폭을 다룬 〈더 글로리〉의 인기는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끈 또 하나의 이유는 복수심이 인간의 본능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복수는 위협이나 위험에 인간이 보이는 본능적 반응에 속한다. 또한 사적 복수에 대해 공개적으로 찬성하는 사람이 많진 않지만, 우리 의식 내면에선 복수를 통해 정의가 실현된다고 믿는 경향이 강한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형사적으로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도 가해자에 대한 일종의 제도적 복수이고, 피해자의 원한을 공적인 사법 제도로 풀어 주기 위함이다. 또한 심리적으로도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데 성공하면, 가해를 당하기 이전의 건강한 심리 상태를 회복한다는 심리학 실험 결과도 있다. 그러니 드라마 〈더 글로리〉가 우리 현실에서 실현되지 못한 정의에 대한 사람들의 갈망을 후련하게 풀어 준 것이다.
〈더 글로리〉 같은 복수극이 갖는 장르적 매력
* 나머지 부분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서 읽어 주시길 바랍니다. 이 글은 제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4월의 문화톡톡에 쓴 글입니다. 조금 불편해도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http://www.ilemonde.com/news/articleView.html?idxno=169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