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실수의 연속이었다.
수동 필름카메라와의 설레는 첫 만남도 잠시였다.
첫 번째 필름은 끼우는 법도 몰라 필름이 감기지도 않는데 이곳 저곳을 찍고 다녔다. 암실을 열어보니 필름이 한심한 듯 날 바라보고 있는 듯 하여 멀리 던져버렸다.
두 번째 필름은 36장 모두 촬영했지만, 빼는 법을 제대로 몰라 필름을 끊어먹었다.
세 번째 필름은 앞선 두 번의 경험을 되풀이 하지 않겠노라 다짐하며 시험용으로 사용했다.
그렇게 네 번째 필름을 비장한 마음으로 카메라에 끼워넣었다.
무엇을 찍을까 고민을 했다. 난 내 주위의 익숙한 것들을 찍어보기로 마음 먹었다. 수동 필름카메라와 낯선 교감을 시작하려하니 사진에 담는 풍경이라도 익숙했으면 했다.
그렇게 나의 '첫 롤'이 탄생했다.
꼬박 6일을 기다려 결과물을 보았다. 역시나 실수의 연속. 작은 실수들이 내 생각과 전혀 다른 결과물을 나에게 안겨주었다.
1. 상록수역 - 출근길에 촬영했다. 매일 아침, 오랫동안 보아 온 풍경이다.
2. 집 앞 놀이터 - 아무도 찾지 않는 놀이터. 간간이 어린 학생들이 몰래 담배를 태우기 위해 찾을 뿐이다. 마지막으로 어린이들이 이곳에서 노는 모습을 본지가 언제인지 아득하다.
난 이 곳에서 꽤 신나게 놀았던 기억이 있다.
3. 상록수역 인근 포장마차 - 추운 날이었다. 손이 아프고 귀가 떨어질 정도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지하철역에서 나온 사람들도 포장마차에서 몸을 녹이던 밤.
전체적으로 밤에 찍은 사진은 결과물이 좋지 못했다. 흔들리고, 초점이 맞지 않았다. 이 사진도 그렇다. 분명 포장마차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더 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4. 회사 근처 카페 - 마감이 끝날 때 쯤 들려서 쉬다가 퇴근하곤 한다. 동기들을 이 곳에서 만나기도 하고.
5. 청계천 조명 - 오래 전부터 조명은 게임체인저라고 생각해왔다.
6. 광화문 교보문고 안 오르골 - 퇴근 전 가끔씩 교보문고에 간다. 한 바퀴 돌아보기도 하고 책을 뒤적이기도 한다. 꽤 익숙한 장소다. 다만 내 첫 롤에는 제대로 담지 못했다. 죄다 흔들려서.
7. 광화문 퇴근길 - " 빨리 집에 가고 싶다" "앉아서 집에 가고 싶다" "가까운 곳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하며 집에 간다.
8. 방 구석 CD들 - 오래 전부터 쌓여 있었는데, 언제 치우냐.
캐논 AE-1 / Kodak ColorPlus 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