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겨리 Apr 17. 2016

여섯 번째 롤

봄이 왔네. 근데 가네.

여섯 번째 롤에는 3월의 풍경이 담겼다. 덕분에 외부 활동이 많았다. 올해 첫 야구장 나들이도 가고 오랜만에 여수도 다녀왔다.

그럼에도 이번 봄은 그리 마음이 편하지 않다.

초조함 때문에 봄을 즐길 수 없었다. 직업에 대한 의구심. 떠나가는 동료들.

새출발을 꿈꾸는, 새생명이 머리를 드는 계절에 정작 나는 새출발도, 마무리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사진도 맘에 드는게 없다. 그럼에도 내 일상이었으니 몇 자 적는다.



1. 올해 첫 직관

올해 첫 직관이었다. 비록 시범경기였지만 새단장을 마친 SK행복드림구장(문학구장) 덕인지 많은 관객이 응원을 왔다.

선발투수 박종훈의 부진이 아쉬웠던 경기.


2. SK 와이번스 응원팀

한국 프로야구가 국민 스포츠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구단 응원팀의 공이 지대했다고 생각한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경기에 녹아들 수 있게 3시간 내내 에너지를 쏟아내는 이들을 보면 존경스럽단 생각이 든다. 간단한 율동과 익숙한 응원가로 수천명의 관객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이날 오랜만에 응원을 했더니 금세 지치는 내 몸뚱아리를 보니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3. 새단장한 인천 SK행복드림구장

올해 프로야구단 구장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돔구장 넥센히어로즈의 고척돔, 삼성라이온즈의 라이온즈파크까지.

그동안은 잠실 아니면 문학만 다녔는데, 올해는 라이온즈파크도 가고 돔구장도 가야겠다.

물론 문학구장도 많은 변화를 했다. 원래부터 신식 구장이었던 만큼 작은 변화만으로도 세련된 구장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전광판 '빅보드'. 세계 최고의 크기를 자랑하는 전광판이다. 사진에서는 못 느낄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보면 와~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SK는 빅보드에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적용해 관중에게 새로운 야구 관람 환경을 제공한다. 구단에서 운영하는 방송도 나오고, 뭐 말로는 전광판과 연동해 게임도 가능하다는데 안해봐서 모르겠다.

출입구에는 '1루광장', '3루광장' 등 조형물을 설치해서 현재 위치를 보다 쉽게 알 수 있도록 했다.


4. DTSQ 드러머 박순평

오랜 친구인 순평이의 공연을 보기 위해 홍대에 다녀왔다. 터프한 외모와 달리 유하고 세상 누구보다 착한 친구다.

순평이가 속해 있는 DTSQ는 홍대 인디씬에서 자리를 잘 잡고 있는 것 같다. 순평이가 음악인으로서 열심히 사는 걸 보면 잘되고 있는게 당연하게 느껴진다. 곧 있음 유럽 페스티벌에 초청받아 간다는데 부디 멋진 공연하고 오길! 유럽투어도!

아 참! 나도 후원하려 했는데 생각만 하고 깜빡했다. 다음 공연 때 티켓값을 비싸게 지불할게.


5. 국화빵틀

행주산성 인근 어느 카페에 있던 국화빵틀. 오랜만에 보는 물건이라 한 장 찍었다. 이 카페는 1층은 피규어로, 2층은 골동품으로 가득하다.

이런 분위기의 카페나 술집을 가면 미니 테이블 축구게임이 항상 있다. 재밌어 보이는데 한 번도 안해봤다. 주로 외화에서 이 게임을 하는 모습을 봤다. 언젠간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한 번쯤 방문해 쉬었다 가기 좋은 곳이다. 아이들이 많으니 조용한 곳을 선호하는 분들은 피하셔도.


6. 여수 출장

여수 출장을 갔다. 3월 초에 가는터라 남쪽은 따뜻하겠거니 싶었지만, 추운건 마찬가지였다.

이 사진은 숙소에서 창문을 열고 찍었다.

살짝 어두워진 하늘과 켜진 가로등,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멀리 보이는 바다까지. 잘찍었다고 생각했다.

사실 촬영한 나만 알지 남들은 보면 모른다. 그럼에도 꽤 들뜬 마음으로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이날은 회랑 술을 진탕 먹어서...다음날 일할 때 죽는 줄 알았다. 앞으로 출장가서는 일 끝나고 술 먹기로...


7. 도로

이곳이 전라도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찍었다.


8. 버거킹. 버세권

내가 사는 도시에는 버거킹이 없었다. 맥도날드도 있고 KFC도 있고 롯데리아도 있으면서 버거킹만 없었다.

그러다 최근에 버거킹이 생겼다. 버거킹은 맨날 출근하는 곳 바로 옆에 있어서 먹을 거 없을 때 아무 생각 없이 먹곤했는데, 내가 사는 곳에 생겼다니 기분이 남달랐다.

자연스럽게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어무니, 버거킹 햄버거 드셔본 적 있으세요? 사갈까?"

"버거킹 햄버거 안먹어봤어. 아빠꺼도 사와."

기분이 묘했다. 안드셔봤구나. 아버지도.

난 나름 이것저것 잘 먹고 다니는데...예전에 부모님께서 경복궁을 못 가보셨다고 했을 때가 생각났다. 마침 야간개장 시기여서 티켓을 구입해드렸는데 막상 당일에 많지는 않지만 비가 와서 속상했었다.

하여튼 버거킹에 들어서니 사람들로 가득했다. 중고생부터 중년층까지. 다들 나 같은 생각을 하면서 왔겠지?

저녁 8시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버거킹에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캐논 AE-1 / Kodak ColorPlus 200

매거진의 이전글 다섯 번째 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