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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리 May 16. 2016

여덟 번째 롤

봄, 꽃, 비

봄은 확실히 꽃의 계절인 것 같다. 36장짜리 필름 대부분이 꽃 사진이니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아름답다고 느끼는 대상이 달라지는 것 같다. 지금 보다 더 어릴 때는 꽃을 보고 감탄사를 내뱉기는 커녕 꽃을 보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고 닭살이라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봄이 좋아졌다. 봄과 꽃, 그리고 비.

이젠 녹음이 짙어지면서 알록달록한 봄의 색을 느끼긴 힘들어졌다. 또 봄을 맞이하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하는구나. 봄이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 깨닫는다.


1. 꽃과 나무

나는 녹색을 좋아한다. 특히 녹음이 짙은 도시의 가로수. 이날은 초록색과 벚꽃의 흰분홍, 개나리의 노란색이 눈에 들어왔다. 딱 4월에 즐길 수 있는 색들.

이 사진을 보니 '곧 더 더워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벌써 걱정이 된다.


2. 외할머니댁

1년 만에 온 외할머니댁. 남쪽 지방에 계셔서 자주 찾아뵙지 못한다. 이제 나이 탓에 혼자 계시기 힘드실텐데...멀리서 온 손자를 보신다고 한달음에 달려나오신다.

생신잔치를 하고 집에 가기까지 시간이 남아서 오랜만에 외할머니댁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사진에 담았다. 외할머니가 안계시면 이 집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집은 단순한 주거공간이 아닌 역사를 품고있는 공간이다.

역사를 이어갈 수 있게 사진으로 남긴다.


3. 외할머니댁 빨랫줄

거동이 불편하신 외할머니는 마당에 있는 빨랫줄을 이용하시지 않는다. 옛날에는 사용하셨던 기억이 난다.

이날은 비가 와서 오래 방치된 빨랫줄이 빗방울이 맺혀 있었다.


4. 외할머니댁 주방

찍은 기억은 없지만, 필름에 남아있던 사진.

이 공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삶과 죽음을 생각하면 늘 서럽다.


5. 봄 꽃

이름 모를 꽃들. 아직 만개하기 전 새생명의 기운이 팔딱이고 있는 듯해 필름에 담았다. 봄엔 뭘 찍어도 기분이 좋구나.


6. 목련

20대 총선날 찍은 사진이다. 모교인 시곡초등학교에서 투표를 하고 나오는 길에 화단에서 복숭아같은 수줍움을 내뿜고 있는 목련을 마주했다. 참 기분 좋다. 봄의 수줍움과 살레임이 담겨있는 것 같다.

6. 태극기

총선날이라 설치해뒀나. 동사무소 뒤 태극기.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다.


7. 파주 오산리 기도원

파주 오산리 기도원은 늦은 시기까지 벚꽃놀이를 즐길 수 있다고해 찾았다. 그 말은 실제로 그랬고, 파주를 마지막으로 꽃놀이를 마무리했다.

올해 나의 봄을 풍성하게 마무리할 수 있게 해준 곳

캐논 AE-1 / AGFA VISTA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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