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과 혼돈을 오가는 자유분방한 음악과 영상으로 독자적인 스타일을 구축한 바밍 타이거 크루의 싱글. 정신이 나간듯한 오메가 사피엔의 랩과 주술처럼 웅얼거리는 소금의 보컬을 과하지 않게 절제해서 배치하고, 탈퇴했던 프로듀서 노아이덴티티와 협업해 심플하고 군더더기 없는 비트를 깔았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넵튠스의 전성기를 떠오르게 하는 세련되고 멋진 댄스 트랙.
메타버스에서 활동하는 디지털 휴먼은 케이팝 산업의 오랜 숙원을 해결할 수 있을까? 케이팝을 커버하던 버추얼 인플루언서 아뽀키는 나이들지도 사고치지도 않으며 영원히 활동할 수 있는 아이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수상할 정도로 춤을 잘 추는 퍼리(수인) 캐릭터로 '불쾌한 골짜기'를 건너고, 자연스러운 랜더링과 모션 캡처, 매력적인 목소리를 빌려 만들어낸 새로운 스타.
하나의 스타일이 유행하면 표준 공정으로 양산되는 케이팝 트랙들 사이에서 변별력을 만드는 요소는 무엇일까. 감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개성을 갖춘 래퍼라인이 변속 기어를 넣고 액셀을 밟으면 명창 보컬이 받아서 3단 고음으로 심장을 터뜨려 버리는 올해 최고의 케이팝 뱅어(Banger). 초동 66만 장을 팔고 빌보드 200 앨범 차트에 42위로 진입했지만 아직 아는 사람만 알아서 아쉬운 팀.
디스코 훵크 기반의 곡인데 서로 겹치지 않고 낄끼빠빠로 치고 빠지는 악기들의 타이밍이 절묘하다. 브라스를 중간에 감질나게 한 번 살짝 들려주고 숨기다가 후주로 빼서 화려하게 마무리하는 편곡이 참 좋았다. 어떤 미련도 남기지 않고 후련하고 아름답게 지난 시절과 이별할 수 있는 확신의 마음은 이 사람이 관통해온 시간과 태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룹 메인보컬의 솔로 앨범에 실려 실력을 증명하고 감동을 선사하는 곡이라는 측면에서 태연의 UR와 비슷한 맥락을 가지는데 오케스트라도 안 쓰고 피아노 한 대와 목소리 만으로 클래식 디바의 재질을 증명한다. 후렴부터 고음 영역에 진입해 내달리다가 브릿지에서 변주해서 가장 높은음을 낼 때 찾아오는 카타르시스. 부상으로 인한 공백을 극복하고 다시 돌아온 스토리까지 마음을 울린다.
네오보다 와닿는 건 끝나지 않고 영원히 멈춰 있을 것만 같은 청춘의 어떤 순간이다. 이 팀이 함께 부르는 유니즌 파트를 들을 때면 10대에 데뷔했던 하이파이브, 보이즈투멘 같은 그룹들이 떠오른다. 아직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목소리로 만들어내던 아름다운 하모니. 미숙하고 여린 기운이 남아 있는데 장난스러운 유쾌함과 알 수 없는 슬픔이 묻어나서 마음 한편이 찡해지고 마는 노래.
원곡을 따라가다가 리듬이 두 번 바뀌고 유영진과 바다의 성대 클론들이 등장하면 잊고 있던 세기말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낯에는 욕하고 밤에는 노래방에서 따라 불렀던 이중생활의 죗값을 다 치르려면 아직 멀었구나. 윈터가 우위 우~하고 외치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절대 놔줄 생각 없는 악랄한 소환사의 주문에 홀린 듯 삭아빠진 육신을 일으켜 광야를 헤맬 수밖에 없는 스엠 지박령의 운명을 깨닫는다.
디스코 훵크/신스 웨이브 유행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계속 이어졌고 트랩 스타일 드럼을 깔거나 랩 파트를 넣어서 살짝 변주를 주는 경향이 있었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고 할 수 있는 이 곡은 필살의 베이스라인과 단숨에 각인되는 코러스 챈트, 음색에 맞게 배치된 보컬 파트 분배까지 어우러져서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졌다. 랜선 여행이라는 콘셉트로 멤버들의 매력을 잘 보여준 뮤직비디오도 훌륭했다.
팀 색깔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멤버들의 역량과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메인보컬 나고은은 도입부에서 청자를 주목시키고 후렴을 리드하고 하이라이트에서 전조 해서 고음 애드리브를 소화하는 와중에 날렵하고 절도 있는 춤선을 보여준다. 래퍼 유키는 쥬얼리 하주연, 브라운아이드걸스 미료가 생각나는 톤과 좋은 딕션으로 노래에 악센트를 찍고 작사까지 하는데 일본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