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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주동 Jun 30. 2024

비행기가 쿵 내려 유감

짧은 글 1. 2024년 6월 30일

바쁜 6월을 보내고 나에 대한 선물로 마쓰야마에 다녀왔다. 료칸에서 온천에 몸을 푹 담그고 완전한 이완을 연습했다. 6월은 잘하고 싶다, 라는 마음이 아주 커 괴로운 마음이 있었다. 내가 하는 일들에 대해 내가 부여한 무게가 크다보니 거기서 오는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다. 하나의 프로젝트든, 삶 전체를 관통하는 커리어든, 잘 하고 싶다는 마음의 무게에 눌려 마음이 편안하지 못했다. 6월 내내 열심히 달려서 아무튼 잘 헤쳐내긴 했지만, 편안하지 못한 마음은 마찬가지였다.


돌아오는 길, 마쓰야마에서 출발하는 비행기가 연착이 꽤 길게 되었다. 장마기간이라 바람이 거칠어 오고가는 비행기가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했나보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면서는, 제주항공 항공기가 꽤나 거칠게 착륙했다. 훅훅 고도를 내리다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도 나고.. 승객들이 종종 어우..하고 신음소리를 냈다. 여러분을 안전하게 모실 기장 xxx.. 아까 방송으로 나온 목소리가 젊었다. 아마 실전 경험이 몇번 안되는 기장님 아니었을까?


하지만 도착하니 웬걸, 오늘 날씨는 좋았다. 장마라더니 구름 한점 없고 이리 쨍쨍할수가. 역시 나는 날씨요정인가? 자신이 날씨요정이라고 주장하는 친구에게 반박하지 않고 속으로 조용히 기쁘게 생각했다. 연착도 많이 되고 훅 떨어지고.. 능숙하지 않은 비행이었을지 모르지만 아무튼 잘 도착했다. 뭐 어때. 장마 한가운데에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처음 비행기를 모는 서 기장의 마음을 상상해본다. 연착이나 간혹 내 실수로 거친 착륙을 한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고 익숙해지면 내린줄도 모르게 부드럽게 착륙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한번 쿵 내렸다고, 잠깐 기체가 흔들렸다고, 그래서 승객들이 불평한대도 조종간을 놓아버리면 좋은 조종사가 될 날이 올 수 있을까. 내 가치는 하루의 굴곡으로,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오늘에 얼마나 열심이었는지, 그 열심의 렌즈로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중요한거지. 한번의 쿵, 정도는? 유감이네.. 하는 가벼운 마음.


좋은 기장이 되기 위해 무시해야할 것:

바람이 많이 부는 오늘의 기상이 얼마나 불운한지

굴곡진 오늘의 착륙으로 승무원들과 승객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

잘하고 싶다는 마음과 관계사고. 사실에 해석을 덧붙이기


좋은 기장이 되기 위해 아껴주어야할 것:

내가 비행을 하며 느낀 오늘의 배움. 다음에 바람 많이 불때 어떻게 조종해야 부드럽게 내리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따라 이상하게 좋은 햇볕

아무튼 또 한번 잘 도착했다는 뿌듯한 마음


남들의 평가와 인정에 휘둘리기보다는 햇빛이 비추는 장마 어느 날의 행운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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