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NOT GOOD ENOUGH. 인사이드아웃 2를 보고 가장 기억에 남았던 말이다. 내가 나 스스로에 대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최근의 나의 마음에 대한 관찰. 나는 너무 잘하고 싶기 때문에, 나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기 때문에 마음이 불안한 경우가 많다.
인사이드 아웃 2의 불안이(Anxiety)가 머릿속 수많은 시뮬레이션들을 그려가면서 이런 가능성, 저런 가능성을 상상하고 미래를 대비하고 애쓰는 모습이 나의 모습에 겹쳐 보였다. 아, 나는 생각이 너무나 많다! 그 생각들을 비우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한다. 명상, 운동, 산책, 호흡과 이완...
그리고 하나 더. 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수백 수천 명의 이름들. 이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여러 사람이 조금씩 힘을 모아 가지고 이 작품 하나를 만들어 수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줬는데, 누군가 한 사람이 꼭 그렇게 두각을 드러내고 그렇게 막 뛰어나야만 하는 것인가? 저 작은 이름들은 작기 때문에 가치 없는 것인가? 저 사람들 모두 다 엄청 소중한 사람이고 다 엄청 대단한 사람들인데 왜 그 잣대를 나한텐 적용하지 못하는가? 왜 나는 나에게 이렇게 너그럽지 못한가.
오늘 회사에서 점심을 먹고, 2017년 함께 회계사 학원에서 공부하던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다. 미화된 것도 크겠지만, 공부하던 때가 단순하고 좋았던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지만 2017년에 처음 회계사 공부를 시작하던 나에게는, 지금의 내 모습이 꿈이었을 것이다. 수많은 과목, 회계, 세법, 재무관리, 경제학... 그 많은 텍스트, 두꺼운 책을 다 소화하고 짧은 시간 안에 시험을 붙은 미래의 나. 2019년에 시험을 붙고, 면접 스터디를 하며 입사를 준비하던 나에게, 가장 좋은 회계법인에 다니고 있는 지금의 나는 꿈이었을 것이다. 코딩을 공부하고, 지금 이 팀에서 일하던 선배에게 메일을 보내 어떻게 준비하면 되냐고 물어보던 나.. 처음 입사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어버버하던 나에게 지금의 능숙함은 꿈과 같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마음이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지금은 지금의 새로운 목표가 있을 뿐. 나는 모든 것을 훌륭하게 해내었는데, 바라는 대로 모두 이루었는데도 불구하고 왜 번뇌하는가. 왜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 나아가려 하는가? 나는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분명 많은 것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만족하지 못한다. 더 이루고 더 얻는다고 해서 이것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중요한 것은 마음의 작동방식이다.
거실 테이블 위에 손글씨로 이런 메모를 써두고 종종 읽는다. <불안한 완벽주의자를 위한 책>에서 내게 필요한 내용을 두고두고 읽으려고 발췌해둔 것이다.
1.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매일 조금씩 나아가자. 2. 휘몰아치는 온갖 생각들은 마음이라는 무대 위의 배우들이고, 나의 주의력은 스포트라이트다. 배우들을 무대에서 몰아내려 하지 말고 내가 원하는 곳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돌리자. 3. 첫번째로 호흡과 내가 느끼는 감각에 집중하며 현재를 느끼고,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으로부터 주의를 돌린다. 주의가 흩어지면 다시, 다시. 4. 그 다음, 한발짝 떨어져서 내 마음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관찰한다.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5. 내 주의력과 에너지를 어디에 쓰고 싶은지,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한다. 지금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에 주의를 집중한다. 6. 삶은 오직 현재에서만 일어난다. 과거나 미래에 허비하는 모든 순간들은 곧 잃어버린 현재의 순간들인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
- 경쟁과 다른 사람들의 인정에 연연하지 않고, 매일 한발짝씩 나아가는 것.
- 목표가 아닌 과정에 집중하는 것.
- 미래가 아닌 현재에 사는 것.
- 욕심을 버리고 생각을 비우는 것. 작은 것에 만족하는 것.
- 노력과 배움, 이룸에서 오는 뿌듯함을 느끼면서도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
- 친절함, 감사, 배려, 존중, 만족.
- 불안한 나의 모습조차 사랑하는 것. 나쁜 감정은 없고, 모든 감정에는 이유가 있다.
행복은 성취에서 오지 않는다. 내가 가진 것, 이룬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성취는 일시적이고, 내가 아무리 바라던 것을 달성하더라도, 목표를 보고 미래를 보고 살아가는 사람은 스스로에 대한 부족함을 느끼고 그 다음 성취를 갈망하게 된다. 그러나 아는 것과 마음으로 진정으로 느끼는 것은 다르다. 지식을 아는 것과 지혜를 체득하는 것은 다르다. 내가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부족한 것 하나 없이 지금 있는 그대로 완벽하다는 것을 나는 아직 가슴 깊이 느끼지는 못했다. 일단 뭐 알긴 아니까,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는지는 아니까 연습하다 보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