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도 글쓰기에도 슬럼프가 있는 걸까.
개인적인 일로 연필을 놓은 지 1년이 넘었다.
어느새 일기를 안 쓴 것이 큰 마음의 짐이 되었고, 일기를 안 쓴 날이 쌓여갈수록 더 두려워졌다. 일기장을 쳐다보고 싶지 않아졌다. 왠지 그 동안 밀린 일기를 다 써야한다는 부담감에 일기장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같은 맥락으로 브런치도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남긴지 1년 반이 되어간다는 사실을 인정해야한다는 현실이 싫었다. 그 동안 일기 하나 쓰지 않고 시간을 헛되게 흘려보낸 것만 같아서, 시간 관리에 실패한 사람처럼 느껴지는 내가 한심해질까봐 더욱 더 멀리했다.
그러나 결국엔 인정해야하는 현실이고 일기를 기록하지 않고 다른 행동을 한 내 행동에 책임을 져야한다.
밀린 일기를 다 쓸 수 없다.
그날의 시간은 지나갔다.
다가오는 시간의 나를 기록하자. 일기 대신 사진으로 남긴 것들을 기억하자.
그리고 나 자신을 토닥이자.
일기 안 쓰는 사람 많다. 글 안 써도 괜찮다. 괜찮아. 일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핸드폰이 얼마나 중독적이었으면, 글을 안 쓰고 책을 안 읽어던 걸까.
새로 다짐하고 새로 또 쓰고, 그러다 쉬고, 다시 다짐하고 다시 시작하고 다시 다짐하고 다시 시작하길 반복하면 되. 당장 내일 내 인생이 끝나진 않을 것 같으니까. 아직 기록할 날이 많이 남아있다고 믿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