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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유 Mar 31. 2024

바쁠수록 고개를 들고 내 마음과 주변을 바라보자

롱런을 위한 전략


어느덧 현 회사에서 일을 한 지 1년 2개월이 지났다, 시간은 빠른 듯 느린 듯 흘러갔다. 최근에 다시금 깨달은 점이 하나 있다면 ‘바빠도 아니 바쁠수록 고개를 들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주변을 둘러봐야 한다’는 것이다. 롱런을 위한 전략이다.


고작 1년 남짓한 시간이지만 입사 초반에는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쫑긋 열고 모든 것에 호기심이 참 많았다. 내게 주어진 일을 하기 위한 학습 외에도 회사 내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 환경, 문화, 모든 것이 새로워서 끊임없이 새로운 인풋을 얻고 배우면서 매일 머릿속에 느낌표와 물음표가 가득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 주변 사람과 환경에 대한 관심은 조금씩 줄고 오히려 ‘내가 맡은 과제, 내가 하는 일’로 온통 관심이 쏠렸다. 내게 맡겨진 일을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에 고개를 박고 귀를 닫고 내 일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 깨달은 건 ‘내가 하는 일’에만 고개를 박고 몰두할수록 오히려 더 빨리 지친다. 더 빨리 나가떨어진다. 하루의 대부분의 에너지와 시간을 ‘내 눈앞의 일’에 썼기에 더 이상 스스로에게 남아있는 에너지가 없어서 소진되는 느낌이 들고, 모든 일이 그렇듯 일이 내 맘대로 되지 않을 때는 마음도 몸도 더욱 힘들다.



이렇게 힘들 때면 주기적으로 나에게 찾아오는 질문이 있다.

바로 ‘나는 왜 일할까?, 나는 왜 지금 여기서 일할까?’하는 질문이다. 이 순간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나는 왜 일할까? 나는 왜 지금 여기서 일할까?’

이 질문에 대한 나만의 대답을 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곧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아서 12월부터 3월까지 몇 개월 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곰곰이 생각해보기도 하고, 가까운 사람과 대화를 하고, 때로는 인생 선배 팀원을 찾아가고, 코칭을 받고 책을 읽기도 하면서 나만의 대답을 한참 동안 적어 내려갔다.





나는 왜 일할까?

(당시에는 ‘나한테 일이란 뭘까?’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메모장에 적으며 혼자서 셀프 코칭을 진행했고, 글을 적으며 좀 더 코칭다운 질문과 답 형태로 재구성했다.)



Q. 지유님께 일이라는 게 꽤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지유님께 일이란 무엇인가요?

A. 음.. ‘저의 쓸모를 찾는 순간’이요.


Q. 쓸모라고 하셨는데 어떤 뜻일까요?

A. 예전에 감명 깊게 읽은 글이 있는데 사람에게는 쓸모 있는 존재라는 느낌을 갖는 것이 참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쓸모를 느끼는 순간이 주로 일을 하거나 사람들과 뭔가를 나누는 순간인 것 같아요.


Q. 지유님은 공유에 가치를 두시는 분이군요. 지유님은 일로서 디자인을 하시잖아요, 디자인에도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A. 네, 우선 저는 제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어떤 형태든 결과물로 꺼내어 놓는 창작 활동을 굉장히 좋아하고요. 그리고 저는 주로 사용자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서비스를 만드는데, 제가 만든 결과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게 정말 기뻐요.


Q. 또 있을까요?

A. 서비스는 저 혼자 만들 수 있는 게 아니고 PM, 개발자 등 많은 팀원과 함께 만들게 되는데요. 물론 다 같이 해야 해서 힘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같이 일하고, 수다 떨고, 하나의 결과를 만들고, 멋진 성과를 서로 축하하는 이런 하루하루도 재밌어요.


Q. 지유님은 굉장히 창조적이고, 이타적이고, 팀을 사랑하시네요.

A. 감사합니다. : )


Q. 그런 지유님이 ‘나는 왜 일할까’라는 생각을 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A. 음.. 생각해 보니 일과 삶의 밸런스가 깨져서 제 몸과 마음을 돌보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들었을 때, 그리고 일이 제 마음처럼 안 풀려서 답답할 때? 힘들 때? 주로 이런 생각을 다시 하게 되네요. 재작년에도 이럴 때가 있었어요.


Q. 요새 조금 답답하고 힘든 마음이신가요? 마음이 어때요?

A. 많이 힘들던 시기는 조금 지나갔는데요. 내가 ‘일을 잘한다는 건 뭘까? 어떻게 하는 걸까? 회사에서 어떤 마음과 태도로 일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Q. 지유님께는 일을 할 때 일을 잘하는 것과 일하는 태도도 중요하신가 봐요.

A. 어.. 네. 저는 매일 조금이라도 성장하길 바라요. 제가 어느 면에서든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자기 효능감을 느끼고 만족감이 올라가요. 예전에는 성장 욕심을 많이 냈는데, 물론 지금도 그렇긴 한데요 ㅎㅎ 요새는 그래도  매일 1CM라도 성장하면 잘했다! 생각하고 있어요.


Q. 지유님이 ‘성장’이라는 단어를 세 번이나 언급하셨어요. 요새 일하실 때도 성장에 대한 감각을 느끼고 있나요?

A. 음… 확실히 작년 초반보다 덜해진 것 같아요. 지금 제가 쳐내야 하는 일에 몰두하다 보니까 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감각보다는 ‘일을 마쳤다’를 느끼거나, ‘일을 빨리 마쳐야 하는데’하는 초조함을 느끼는 순간이 좀 더 많았어요.


그러네요… 제가 요새 성장에 대한 감각이 적거나 없어서 힘들었나 봐요.


(셀프 코칭 종료)






나는 왜 지금 여기서 일할까?

나는 왜 지금 여기서 일할까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다. 내 커리어를 전반적으로 되돌아보고, 미래를 떠올려보고, 그리고 다시 현재로 되돌아왔다.



‘입사할 때 내가 기대했던 것은 무엇이고 회사는 나의 갈증을 해소해 줬나?’


분명 이직을 결정할 때는 명확한 갈증과 해소를 위한 기준이 있었는데 이제는 어렴풋이 떠오르기만 했다. 아니 사실 잊고 살았다. 그래서 내 커리어를 되돌아보면서 회사 별로 일하며 느낀 장점과 갈증을 하나씩 적었다. 글로 적어놓고 나와 조금 분리해서 바라보니 초기에 내가 갖고 있던 갈증이 꽤나 많이 해소됐음을 알 수 있었다.

인간은 참 무섭게도 적응을 잘한다. 이전엔 갈증이었던 부분이 해소되면 처음엔 정말 진심으로 기쁘다가도 점점 당연해지고 그 후에는 무뎌진다. 이제는 해소되어 무뎌진 수많은 갈증을 떠올리면서 다시금 감사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럼 지금의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과 갈증은 무엇인가? 어떤 부분이 어렵고 어떤 부분을 더 잘하고 싶은가?’


무던해지고 적응한 부분도 있겠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나 또한 변화하고 성장했다. 인간은 무한히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는 존재기에 그렇다. 그래서 다시 한번 떠올려봤다. 지금 내가 가진 고민과 갈증은 무엇인가? 나는 앞으로 어떤 존재가 되어가고 싶은가?



‘지금 여기서만 내가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러고 나서는 과거나 미래가 아닌 지금 현재에, 다른 곳이 아닌 여기에서만 내가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같은 직무, 같은 일을 하더라도 분명 있다. 각자의 회사와 팀의 상황에 따라, 본인의 관심사와 의지에 따라 분명 지금 여기서만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있을 것이다.



“배우고 싶어요, 도와주세요”


고민을 하던 중에 잘 모르겠을 때는 도움을 요청했다. 나보다 회사에 오래 다니시거나, 사회생활 경험이 더 많은 분들을 찾아가서 주로 질문하고 들었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해오셨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 회사에 다니시는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이런 질문을 했다.

그리고 대화 속에서 시간과 경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지혜와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 이야기를 들으며 어렴풋이 나의 방향성과 목표를 그려보기도 했다.



여기까지 오자 내가 지금 여기서만 배울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게 너무나도 많았다.


내가 하고 있는 프로젝트, 내 주변의 사람, 내 주변의 환경.

이 프로젝트에서는 이걸 꼭 경험해보고 싶고,

이 사람에게는 이걸 꼭 배우고 싶고,

이 환경 속에서는 변화하는 우리 조직을 체험하고 나 또한 기여하고 싶다.


일을 하고 회사 생활을 하는 과정 속에서 느끼고 보고 듣고 대화하고 따라 해 보면서 해 볼 수 있는 게 정말 많았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의 종류나 양 자체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지만, 일과 회사 그리고 그 안의 나를 바라보는 내 시각과 태도가 달라졌다. 그러자 조금 덜 힘들었고, 오히려 힘이 났다. 같은 일을 해도 나만의 배움을 찾아가며 좀 더 즐겁게 나의 의미를 찾아가는 시작점이 됐다.



혹시 너무 바빠서 또는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에 쉴 틈 없이 ‘내가 하는 일’에만 고개를 박고 몰두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꼭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다. “바빠도 아니 바쁠수록 고개를 들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주변을 둘러봐야 한다”라고. 언젠가 이 배움을 또 까먹고 고개 박고 일만 하고 있을 스스로에게도 다시 들려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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