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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유 May 11. 2024

리더가 읽어줬으면 하는 책, ‘자기창조조직’

구성원이 리더에게

구성원이 리더에게,

리더가 구성원에게, 경험이 많은 전문가가 초심자에게 조언하는 글은 꽤 많은 듯합니다. 대부분의 경험과 지식은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려오니까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반대로 팀의 구성원으로서 리더에게 바라는 바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요즘 구성원, 소위 요즘 MZ들은 어떤 생각과 태도를 지니고 회사에 다니는지, 회사와 리더에게 어떤 것을 기대하는지, 생각이 날 때마다 조금씩 적어보려 합니다. 하지만 보편적이기보다는 지극히 개인적 일 것입니다. 또 제가 재직했거나 재직 중인 특정 회사와 특정 인물에 한정 지어 생각지 않아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언젠가 리더가 되고 나서 이 글을 읽으면 ‘하이고.. 안 그래도 힘들고 바쁜 리더한테 이런 것까지 원했다니’ 하면서 후회하거나 때로는 좁은 시야가 부끄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송길영 작가님의 말을 다시 곱씹으며 담대한 용기를 내봅니다. “10년 전에 쓴 글을 읽었는데 부끄러웠다. 어, 이제 부끄러운 걸 아네? 앞으로 10년 후에도 또 부끄러우면 좋겠다.”

제 직속 리더는 오히려 제 글을 안 읽으셨으면.. ㅋㅋ 하는 바람과 함께 글을 시작합니다.




리더가 읽어줬으면 하는 책, ‘자기창조조직’


리더가 읽어줬으면 하는 첫 번째 책은 ‘자기창조조직’입니다.

어제부터 읽기 시작해 오늘 다 읽어버린 따끈한 책입니다. 제가 속해 있는 ‘한국조직경영개발학회’에서 진행하는 세미나를 통해 알게 된 책인데요.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2008년 출판한 책에 예시를 드는 기업이 관세청이라 “뭐야, 너무 오래된 사례 아니야~? 거의 16년이 지났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읽을수록 공감이 가고 배워야 할 부분이 많았습니다. 앞으로 꽤 오랫동안 제 책장에 꽂혀 여러 번 읽힐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기창조조직, 이홍, 삼성경제연구소






자기창조조직의 원리와 한 조직의 변화의 흐름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창조조직의 원리와 함께 ‘관세청’이라는 조직의 변화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설명합니다. 조직의 역사적 흐름을 이해하지 못한 채 여러 조직의 스냅사진만 보며 적용하려고 하면 실패하기 쉬워 한 조직을 깊이 있게 관찰하며 자기창조 조직의 ‘원리’를 전달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관세청은 정부 조직의 하나로 통관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입니다. ‘자기창조조직의 사례가 정부 조직이라고?’ 싶을 수 있지만, 관세청의 화물 통관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소요 시간을 9.6일에서 3.9일로 줄였으며, 세계 최초로 100% 전자통관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관세청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그 시작부터 의사결정, 시도, 변화, 전략 등을 아주 구체적으로 소개합니다.





자기창조 조직이란?

자기창조 조직의 기본 원리 (출처: 자기창조조직, 이홍)

책의 서두부터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우리가 보통 ‘학습’이라고 하면 모르는 걸 배우는 걸 생각하는데 저자는 ‘버리는 학습’이 있으며 자기창조가 일어나려면 버리는 학습이 먼저라고 말합니다.


학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채우는 학습이고 다른 하나는 버리는 학습이다. 우리가 보통 체험하는 학습방식은 채우는 학습이다. 모르는 것을 터득하는 학습이 채우는 학습이다. 버리는 학습은 이와 반대다. 내가 이미 체득하고 있는 무언가를 폐기하는 것이 버리는 학습이다. 이미 습관화된 행동패턴과 지식이 있다는 전제조건 하에서 이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없애는 것이 요체다.
자기창조는 채우는 학습과 버리는 학습에 의해 일어난다. 다만 이들 학습 사이에는 순서가 있다. 버리는 학습이 일어난 후에 채우는 학습이 진행되어야 한다. 이는 자기창조의 핵심은 채우는 것이 아니라 먼저 버리는 것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먼저 버리고 나중에 채워야 한다. 자기창조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많은 루틴을 버리고 새로운 루틴으로 채울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 자기창조조직, 이홍, 30~31p





관세청의 개념변경, ‘감시하는 규제자’에서 ‘기업의 서비스 제공자’로


‘삶의 지배자’라는 용어도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바로 내 입장과 내 관점이 아닌 진정한 상대의 입장과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을 말합니다.

수입화물의 통관 개념 (출처: 자기창조조직, 이홍)


과거 관세청은 ‘감시’를 핵심 개념의 하나로 삼았다고 합니다. 감시를 하는 규제자 입장에서는 ‘징수’와 ‘적발’이라는 주요 역할입니다. 관세청은 전자통관 시스템을 통해 5시간 걸리던 세관 절차를 1.5시간으로 줄였는데도 기업은 큰 감흥이 없었다고 합니다.


관세청 입장에서는 ‘신고 → 수리’까지가 세관의 역할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입항 → 반입 → 수입 신고 → 수리 → 물품반출’까지가 통관이기 때문입니다. 즉 중간 단계를 아무리 줄여도 효과가 크지 않았던 거죠. 이때 관세청은 기업의 관점인 ‘입항부터 반출까지’로 확대했습니다. 자신을 ‘규제자’에서 서비스 제공자로서 인식을 전환했고, 관세청은 타인 관점에서 자신의 서비스를 바라보는 눈을 갖게 됐습니다.


읽다 보니 제 자신과 제가 속한 팀을 되돌아보게 됐습니다. 저는 내부 팀원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데, ‘저와 팀이 얼마나 이것을 적용하기 위한 팀의 관점에서 깊게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애썼나?’를 고민해 보면 부족한 부분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성공체험


저자는 또한 자기창조 조직이 되기 위한 첫 단계에서 ‘성공체험’의 중요성을 언급합니다. 그리고 성공체험을 위한 전략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성공체험 실현을 위한 방법 (출처: 자기창조조직, 이홍)



‘성공체험’은 스스로가 행동에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자기를 설득하고 타인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과제 선정부터 중간 공유, 서포팅까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성공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너무 어렵지 않은, 너무 오래 걸리지 않으면서, 효과가 큰 과제를 선정하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 


또한 자신과 자신의 팀이 성과에 대해 외부에 알리거나, 최고의사결정자에게 지속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정치적이거나 과하다고 여기기도 하는데 오히려 그것이 반드시 필요한 성공 전략인 거죠.


과제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외부에 알리는 일은 과제와 변화에 대한 외부의 회의적인 시선을 공개적으로 무력화할 수 있으며, 최고의사결정자가 스폰서 역할을 하는 것이 팀의 결속력을 다지는 게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설명합니다.





미시적 불안정성과 거시적 안정성


저자는 ‘미시적 불안정성’이 자기창조 조직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말합니다.

매번 개봉하는 영화마다 자신을 변신시키는 연기자처럼, 항상 새로워지는 능력을 가진 조직만이 자기창조 조직이며, 이를 위해서는 개개인이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와 발상을 이뤄내고 있는 거죠. 이를 통해 조직 전체는 거시적인 안정성을 확보하고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또 조직 내의 구성원이 미시적 불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시스템과 구조를 잘 마련해야 하며 연결과 비대칭성에 대해 강조합니다.

미시적 불안정성 생성 메커니즘 (출처: 자기창조조직, 이홍)






지속적인 자기창조를 위한 반복장치


이렇게 ‘갭 인식 → 자기 성찰과 과제화 → 과제해결과 실행’의 순환이 일상화된 것을 ‘메타루틴’이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매일 실행하는 일상적 루틴을 객관적인 관점에서 관찰하고 수정하는 상위 루틴인 것이죠.

자기창조 메커니즘 (출처: 자기창조조직, 이홍)




관세청에서는 CRM에서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 자신을 성찰하고, 전략 목표를 세워 자신의 참조지표를 세우고 끊임없이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관세청의 자기창조 반복장치 (출처: 자기창조조직, 이홍)



여기서도 인상 깊은 구절이 있었습니다.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한다는 것은 다른 말로 자기 성찰이 일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내가 문제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인식이나 내가 나서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이 없으면 문제는 결코 과제화 될 수 없다. 문제가 있어도 나와 무관하다고 생각하면 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떠한 문제라도 내가 문제의 원인이며, 내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라는 주인의식과 자발성을 갖는 것부터가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일부 내용만을 담았지만, 책에서는 자기창조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 리더로 구성된 1차 집단은 어때야 하는지, 2차 집단의 공감과 촉진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어떤 것들을 해야 하는지도 자세히 말하고 있습니다.


또 관세청의 정말 세세한 사례와 프레임워크를 단계별로 설명합니다. 관세청의 자기창조가 동기유발을 위한 ‘인재육성시스템’과 조직정렬과 평가를 위한 ‘BSC 시스템’과 맞물려 확장되는지, 또 자기창조라는 끊임없는 변화로 인한 피로를 해소하기 위해 어떤 피로 해소 시스템을 도입했는지도 말이죠!

관세청의 인재육성시스템 (출처: 자기창조조직, 이홍)








마치며,

조직차원의 거시적인 뷰와 실질적인 영향력을 갖고 계신 리더분들이 이 책을 더 많이 읽으신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읽고 인사이트를 얻거나 실제로 기업에 도입하신 게 있다면, 제게도 꼭 알려주시고 널리 공유해 주세요! 책 추천해드린 대신 저도 배우고 싶어요. : )


리더가 아니시더라도 시스템적이고 추상적인 문제를 풀고 있는 구성원 또는 조직문화에 관심이 많으신 분에게도 추천드려요. 요즘 책값과 달리 12,000원입니다. 담겨 있는 지식과 지혜에 비해 책 값이 너무 저렴하게 느껴질 정도니까 원문을 꼭 읽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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