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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지유 Aug 25. 2024

머리 대신 몸을 움직여야 할 때

엄마, 일단 해보자!

평생 하던 간호사를 은퇴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엄마의 인생 2막, 우리는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
엄마와 딸의 좌충우돌 창업 도전기, 엄마의 꿈을 응원해!


사실 몇 년 전부터 엄마는 쑥을 캐고, 허브를 키우고 덖으며 차를 만들어오고 있었다. 나도 제주에 친구들과 놀러 갈 때면 엄마가 덖어준 쑥차를 나눠마시기도 하고 다시 올라갈 때는 항상 차를 챙겨 와서 마시곤했다.


하지만 엄마한테는 이 차를 판매할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이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내 강점 중 하나는 실행력인데 이번에는 이 강점으로 엄마가 진짜 엄마의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확! 밀어주기로 했다.



"엄마 일단 해보자!" 하면서 차를 포장할 수 있는 공티백과 실링기를 냅다 엄마 몰래 주문했다.

이틀 정도 기다리자 집에 티백과 실링기가 도착했다.








엄마가 직접 키우고 말려둔 라벤더, 캐모마일, 쑥, 댕유자, 모든 건 준비되어 있었다.


잔뜩 기대하는 마음으로 같이 자리에 앉아서 포장을 시작했다. 그런데 뭔가 계속 이상했다. 자꾸만 티백이 녹아버렸다...

'실링기를 잘못 샀나? 다시 주문해야 하나?'




한참을 실패했다. 티백 몇십 개는 버렸을 것 같다. 우리는 몇 번의 실패 끝에 실링을 하는 적당한 온도와 적당한 시간을 찾았다.


고작 티백 실링조차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이게 뭐라고 이 작은 성공이 얼마나 기쁘던지!












우리는 티백 공장이라도 차린 것 마냥 티백을 잔뜩 만들었다. 평소에 노트북 작업만 했지 손으로 이렇게 뭔가를 포장하고 만들어내는 건 참 오랜만이었다.


캐모마일과 라벤더의 포근한 냄새 덕분일까, 잔잔한 노래를 틀어놓고 엄마와 티백을 포장하는 이 순간이 왠지 모르게 편안하고 행복했다.





그렇게 티백을 한참 만들다가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다. 부산스럽게 물을 끓이고, 집에 있는 예쁜 찻잔이라는 찻잔은 모두 가져왔다.


기대와 떨리는 마음으로 티백에 물을 부었다.






"우와~~ 대박~!"

우리는 소리를 질렀다.


5월의 따뜻한 햇살을 머금은 캐모마일, 2월 겨울과 이른 봄의 기운을 담은 여린 쑥, 12월 겨울에 말려둔 댕유자차까지. 노란색, 초록색, 주황색 각자 아름다운 색을 내고 있었다.


엄마가 말리고 덖은 차지만 맛도 참 좋았다.  우리는 연신 '대박~'을 외치며 한참이나 사진을 찍고, 차를 마시고, 다시 차를 만들었다.






분명 시계는 자정을 넘어 열두 시 반을 가리키고 있는데 야밤의 티백 공장은 멈출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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