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도레니'의 작품 '아탈란타와 히포메네스 이야기'에 담긴 인생의 교훈
르네상스부터 근대 전까지 그림의 가장 큰 주제는 크게 가톨릭 종교화와 그리스 신화로 나눌 수가 있다. 인간의 도덕성과 금욕적인 생활을 강조하는 가톨릭 종교화의 주제는 크게 7가지 원죄를 경계한다. 식탐, 육욕, 분노, 시기, 교만, 게으름, 탐욕 등이다. 인간의 본성이지만 이것을 평생 억눌러야 하는 것이 저주받은 조상'아담과 이브'를 둔 인간의 고통스러운 숙명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금욕적인 것들만 강요를 했다면 당시 유럽인들은 정상적으로 살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그 억눌린 욕구불만을 해소시킨 주제가 바로 '그리스 신화'였다. 여기서는 가톨릭적인 주제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온갖 불건전한 주제가 모두 있다. 불륜, 성욕, 근친상간, 폐륜, 살인, 배신, 탐욕 인간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모든 오락적인 요소가 다 녹아들어 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어린이들에게 그리스 신화 책을 읽게 하는 것은 그리 좋은 교육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스 신화중에 인간의 욕구를 담은 이야기를 소개한다. 남자는 아름다운 여인을 좋아하며 여자는 황금을 집착을 할 수밖에 없는 솔직한 욕구를 담은 이야기이다.
'아탈란타'라는 매력적인 여인이 있었다. 운동신경이 타고난 그녀는 화살 쏘기를 잘해서 사냥을 정말 잘하였다. 특히 달리기 만큼은 어느 누구와 시합해도 이길 정도로 엄청난 스피드까지 갖춘 강인한 여성이었다. 그런 매력에 빠진 남자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녀에게 청혼까지 하며 구애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신화의 예언에 따르면 '아탈란타'가 만약 결혼을 한다면 불행해지는 운명이었다. 그녀는 어느 누구라도 청혼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나 남자들의 구애는 포기를 몰랐다. 그래서 그녀는 남자들에게 제안을 한다.
"나와 결혼을 하고 싶으면 달리기 시합을 하자. 이기면 결혼해줄게. 대신 목숨을 걸어야 한다"
무서운 제안에도 달리기에 도전하는 남자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빛의 속도로 달리는 그녀를 이길 수는 없었다. 남자들은 목숨을 내놓아야 했다.
여기서 주인공 '히포 메네스'가 등장한다. 그는 목숨을 걸고 달리기 하는 남자들을 처음엔 한심하게 생각했으나 그 역시 그녀에게 마을을 빼앗기고 달리기 시합에 도전하게 된다. 당연히 그녀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던 주인공은 여신 '비너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사연을 들은 비너스는 대수롭지 않게 말을 한다.
"걱정하지 마! 여자들 뻔해. 내가 황금 사과 세 개를 줄 테니 달리기 할 때마다 던져 보아라. 그럼 네가 이길 것이다."
드디어 달리기 시합이 시작되었다. 역시 '아탈란타'는 빛의 속도로 스타트를 끊었다. '히포 메네스'는 비너스의 말대로 황금 사과를 하나씩 던져 보았다. 여신의 예상대로 그녀는 달리기 시합을 망각하고 황금을 줍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히포 메네스는 두 번째 황금을 던졌고 그녀는 또다시 황금에 한눈을 팔았다. 남자는 황금 덕분에 잠시나마 역전을 했지만 그녀는 다시 골인지점으로 달리고 있었다. 이때 마지만 황금을 본 여인은 황금이 먼저인지 달리기가 먼저인지 고민이었다. 달리기를 잠시 미루고 황금을 선택하더라도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자만 때문에 그녀는 황금을 또 주으러 갔다. 그리고 이 틈을 타서 히포메네스는 드디어 달리기 시합의 골인 지점에 먼저 통과를 하였다. 어떤 남자도 이기지 못한 달리기 시합에서 '아탈란타'를 이긴 것이다. 약속대로 둘은 결혼을 해야만 했다. 여기서 '해피 엔딩'으로 끝나면 좋겠지만 예언대로 비극적인 운명을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었다. 비너스는 히포메네스가 아름다운 여인을 갖게끔 도움을 준 것에 대한 보답을 기다렸다. 그런 여신의 마음을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히포메네스는 아탈란타와 사랑에 빠져 있었다. 결국 은혜를 갚지 않은 히포메네스에게 분노한 비너스는 이 둘에게 벌을 내린다.
"보아하니 너희들 달리기를 좋아하는군. 평생 달리기만 하고 살아라"
라며 이 둘을 사자로 변신시킨다. 그리고는 대지의 여신 '키벨레스'의 마차를 평생 끌게 하였다. 이 이야기는 솔직한 욕구는 인정하되 은혜를 갚지 않으면 벌을 받는다는 교훈의 주제까지 담고 있다.
같은 주제를 다룬 작품이 이탈리아의 바로크 화가 '귀도레니'가 그린 '아탈란타와 히포메네스'이다. 현재 프라도 미술관에 소장되어있다.
이 작품에서는 아틀란타가 두 개째 황금을 손에 쥐는 장면을 포착했다. 순간을 포착하는 전형적인 바로크식 방식이다. 빛과 어둠 대비(키아로스쿠로) 역시 카라바조의 영향을 받은 그림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세련된 인체와 자연스러운 근육 표현은 이탈리아 화가들의 강점인데 이 화가 역시 좋은 스킬을 가지고 있다. 여인의 살이 다소 풍만하게 표현된 점도 바로크가 가장 시대적 미의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 그림이 단순히 그리스 신화의 이야기를 재현하기만 했다면 매력이 반감되었을지도 모른다. 격렬하게 달리기를 하는 장면으로만 그렸다면 긴장감이 감돌긴 하지만 고전주의가 추구하는 우아한 매력은 떨어졌을 것이다. 음악가 집안 출신답게 화가는 그림에서 두 남녀가 달리기를 하는듯하지만 동시에 리듬감 있는 춤을 추는 듯한 장면으로 재해석을 하였다. 결과적으로 바로크가 주는 적당한 긴장감 그리고 순간을 포착하는 스냅사진 같은 느낌에 르네상스가 추구하는 우아함까지 더한 작품이다. 다소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그림에 흩날리는 천의 색감으로 그림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다. 은밀한 부위를 가려서 시대가 금시기 했던 에로틱한 요소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효과도 내고 있다.
한 장면 만을 포착하여 감상자들의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것이 바로크 그림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 그림에서는 두 가지 욕망이 있다. 아름다운 여인을 좋아하는 남자의 본성 그리고 황금에 집착하는 여인의 본성, 여기까지는 좋다. 인간의 욕망을 솔직하게 표현한 이야기이다. 대신 은혜는 갚고 살아야 한다는 인생의 진리를 보여주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