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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an Lee May 05. 2024

[미학적 단상]소나기재

생사를 오가며

오늘 아침 누군가 내 페이지를 훑다가 오래전에 올린 이 사진이 좋다며 보내왔다. 그날을 회상해 본다.

가끔 찾아보는 2011.12.22.  SNS에 올린 사진.


개인적인 기념으로 드라이브 갔다가 소나기재에서 눈을 만났다.

비안리의 여러 사진 걸작(?)들 중에 대표(?!!).

이유는 생사를 오고가며 저 소나기재 넘다가 죽을뻔 했으니까


전에 후륜을 타다가 빙판에서 돌았는데 이날 죽지도 사고 나지도 않은 거 보니 차는 나와 궁합이 맞는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겨울의 저런 스펙터클한 기억으로 인해 눈이 오면 무서워서 운전을 안하게 되었다.




온통 백색의 풍경이 몹시 아름다운 날이었다.

슬프고도 아름답다는 묘한 감정이 나를 강하게 사로잡았다. 눈물이 그렁그렁 했던 것도 같은데 마음은 아름다움을 앞에 둔 벅찬 감정이 더 압도적이었다. 눈부신 하얀 세상에 소리내어 감탄도 했던 것 같다.

'너무 아름다워..'


미끄러지는 비탈길을 지그재그로 내려가며 다른 차와 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공포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붙들었다.

내 생의 마지막 날일 수도 있었기에 그 마지막을 공포심 보다는 애써 아름다움을 품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겨우 내려와 동네 분에게 물어보니 이 해의 첫눈이었고 첫눈이 이렇게 많이 온 적은 처음이었다고.

운도 좋은 비안리.


휴일 아침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는데 빗소리가 훌륭한 배경이 되어주고 있다.

오늘도 이 얼마나 아름다운 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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