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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an Lee Jun 10. 2024

[미학적 단상]폐허

잘 알려진 밤의 질서

1.

아무리 걷고 또 걸으며 누구를 만나고 또 만나도 도시에서 이제 더이상 시퍼런 야성의 심장 하나 만나지지 않는다면 나는 차라리 비나 그리워하며 살아가겠지.


거짓없이 맹렬히, 내 의견도 묻지않는 무례함으로 차갑게 내리는 비는 맹수보다 더 아프게 내 어깨를 물겠지..


2.


또 밤..


폭격이 휩쓸고 간 어느 폐허의 땅 위에 애도의 시간도 없이 아무렇지 않게 별이 뜨고 눈부신 노을이 내리는 건 좀 너무하지 않아?


세상은 누군가의 형편과 심정에 상관없이 이토록 폐허 속에서도 하염없이 찬란하다니..


공평한 밤의 시간, 모두 평안하시길..


ㅡㅡㅡㅡ


안젤름 키퍼.

ANSELM KIEFER

Die berühmten Orden der Nacht, 1997

Acrylic and emulsion on canvas

514 x 503 x 8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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