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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komin Apr 17. 2018

드로잉 에세이 32

잉여

나는 지난 삼십 년을 일했다

조직에게 주어진 임무를 나 와 내 가족을 위해 수행하고 돈을 받았다

그 돈으로 가정을 이루었다


그리고 지금은 은퇴를 하였다


은퇴가 즐거운 일은 아닐지라도 과정으로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였다

그러나 현실의 은퇴는 냉정했다

벗어날 수 없는 가사상태이다


지난 세월을 버텨내기 위해 많이 싸웠고

용케 견뎌내고 생존하였으나 안팎으로 깊은 상처가 남았다


나는 무사귀환이라 생각했지만

차가운 현실은 무사하다고 보지 않았고

귀환이라 반기지 않았다

그저 곧 소멸할 트렌디한 사회현상으로 언급되고 소비되었다


나는

살아온 만큼 살아야 하는 벌을 받을 받아야 하는 나는

내 문제임에도 어쩔 수 없는 착시로 남의 일인양 수긍한다


미련이라도 남은 듯

열렬했던 지난날을 추억하고 돌아보지만

나 외의 모두는 텅 빈 나의 오늘과 내일만을 바라보며

생산능력이 없음을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알아주었으면 한다

모두 소진했을 뿐이다


알고 있다

어제부터 나는 잉여임을

불행히도 갈길이 멀다

부축받을 일이 많다

부디 외면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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