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회복지사의 이야기
억수같이 비가 내리는 오늘도 어김없이 전화벨이 울린다.
"우리 옆집 아지매 죽을 것 같은데 동에서 와서 살려야 되는 거 아닌교?"
"옆집 아주머니가 어떤데요?"
"오늘 마 죽을 거 같이 누워있어요. 힘이 하나도 없이..."
힘 없이 누워 있는 사람을 살려야 하는 사람, 난 그런 사람이다.
의사도 아닌데 사람들은 나에게, 우리에게 살려달라, 살려라고 말한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사회복지사다.
사회복지를 업으로 한 지 24년이 되었다.
우연히 시작한 자원봉사 활동으로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알게 되었고
이과형 인간이었던 나는 대학 졸업 후 다시 사회복지학과로 편입해
문과형 사회복지사가 되었다.
남보다 늦은 시작으로 고민도 많았지만,
어느새 20년 이상의 세월이 흘러버렸다.
그러나 자신의 고단함이 우리 탓인 양 화를 내는 사람들,
술을 먹고 풀린 눈으로 찾아와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사람들,
유튜브나 블로그에 소개된 모든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라는 사람들,
나라님도 구하지 못한다는 가난을 당장 해결해 달라는 사람들이 찾아오면
풀지 못하는 수학 문제를 앞에 두고 고민하는 학생처럼 어렵고 힘들다.
그럼에도 이 일을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어디에도 말할 곳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고,
해결하지 못하는 가난이지만 국가에서 정한 최저 생활은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으며,
누군가의 삶 속에 꼭꼭 숨겨든 아픔을 쓰다듬어 줄 수 있었던 몇 번의 기억들 때문이었다.
오늘도 우리가 해결하지 못하는 일을 당장 해결하라며 여기저기 민원을 넣는 사람 때문에 고단한 하루였지만,
20년 차 이상이 되니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그러면서 긴 세월 그렇게라도 버텨야 했던 그의 고단했던 삶을 이해하고 바라봐주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우리를 그도 이해해 주길 바란다.
결국 모든 일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우리는 그 과정에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그루터기와 물을 제공하며 삶의 고단함을 이야기 나누는 사람이다.
8월은 나의 인생 첫 책 '나의 두 번째 이름은 연아입니다'가 출간된다.
24년간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경험하고 생각했던 일들을 차분하게 적어나간 일상의 이야기이다.
나에게 "사회복지하는 년! 나와"를 외치며 무수한 욕을 던졌던 사람 덕분에 나의 이름은 사회복지하는 년? 연? 연아가 되었다. 김연아처럼 이쁜 사람이길 바라는 사람에겐 실망이겠지만...
책의 제목은 사회복지를 하는 우리 모두의 호는 '연아'라고 했던 어느 사회복지공무원의 강의를 통해 끄집어냈다.
나는 사회복지하는 년! 복지 하는 연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