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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동기 Nov 17. 2020

박용진 의원과 조선일보

[수다떨기] 꼭 이승만과 박정희를 언급해야 외연확장과 통합이 가능할까

“공과 과를 나눈다고 하는 것은 과에 대해서는 정말 엄정한 처벌을 비롯해서 그것에 대한 책임을 묻고 그리고 기록에 남기고 하겠다는 이야기인 거예요. 그리고 공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것이 개인의 것인지 아니면 그 시절의 국민 전체 우리 대한민국 공동체의 것인지 이것도 정확하게 해야죠.
저는 그런 의미에서 어쨌든 보수진영 혹은 보수 측의 인사들에 대해서 서로 이렇게 넘나들 수 있는 지점들은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야 국민들께서 통합적으로 가고 마음 편하게 바라보시는 지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에너지가 그렇게 해야 에너지가 모이겠죠.”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오늘(17일) KBS 1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한 발언 가운데 일부다. 최근 연세대 강연에서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 과를 구분해서 봐야 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자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김경래의 최강시사]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보기


중도·보수로의 외연 넓히기 … 꼭 이승만과 박정희를 언급해야 가능할까


박용진 의원은 ‘삼성 저격수’ ‘유치원 3법’으로 대표되는 의원이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도 나름 ‘쓴소리’를 해왔다는 점에서 박 의원이 여권에서 차지하는 포지션은 독특하다. 가볍지 않다는 얘기다. 그런 박 의원이 다음과 같은 얘기를 하는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고 본다.


“그만큼 우리 정치의 균열이 깊고요. 우리 사회에도 대립이 심하다고 이렇게 봐요. 그래서 제가 계속해서 정치인 통합을 가야 된다고 말씀을 드리는 것이고 기득권, 정치에 맞서는 변화 그리고 분열에 맞서는 통합 이렇게 가야죠.” (KBS 1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쉽게 말해 민주당이 좀 더 나은 대중정당으로 가기 위해선 현재 상황에 만족하지 말고 중도·보수로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지지자들 뿐만 아니라 통합을 얘기해야 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나는 그렇게 해석하고 있다.


박 의원이 인터뷰 등에서 한 발언 등을 살펴봤을 때 이때의 ‘통합’은 그냥 대동단결하자는 차원은 아닌 것 같다. ‘새로운 통합’을 말하고 있는 것 같은데 솔직히 ‘기득권, 정치에 맞서는 변화 그리고 분열에 맞서는 통합’이 어떤 통합인지 구체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아무튼 ‘대권 도전’ 의사까지 밝힌 상황에서 박 의원은, 현재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서 좀 더 ‘오른쪽으로’ 외연을 넓히는 행보를 시작한 것 같다. 정치인으로서 그의 이 같은 행보는 충분히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물론 박 의원의 이 같은 ‘선택’에 대한 평가는 각자 다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어찌 됐든 그가 선택을 했다는 것이고, 그 선택에 대해 지지자들을 비롯한 중도·보수 유권자들이 평가를 내릴 거라는 사실이다.


이승만과 박정희 그리고 조선일보의 ‘전략적 제휴’ 없이 통합은 불가능한가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박용진 의원 선택을 지지하지 않는다. 오히려 비판적인 입장에  있다. 물론 그가 강조하는 ‘통합 대해 민주당 의원들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고, 중도로 외연을 넓히는 방식에 대해서도 전략적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동의한다.


또 박용진 의원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의원들이 민주당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편이다. 그런 내부 토론과정을 통해 더불어민주당이 ‘다양성과 민주주의 토대’를 지금보다 좀 더 굳건히 확립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원이 선택한 방식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한국 정치지형에서 개혁진영이 통합을 얘기할   이승만과 박정희의 ‘공과 말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까. 이런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의문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이승만과 박정희를 언급하지 않는 중도 외연 확장은 불가능한가 △‘개혁적’이라고 평가받는 정치인이 조선일보가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해야만 보수층으로의 외연 확장이 가능한 것인가 △이승만 박정희를 언급하고, 이런 발언을 조선일보가 주목하고, 그래서 지면과 기사를 통해 자주 등장하는 방식의 ‘외연 확장’ 외에 다른 방법이 정말 없는 것인가.

박 의원은 조선일보 행사에 국회의원 3명 몫으로 초청받았다는 사실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쓰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각자 상징적인 물건을 담고 50년 후에 개봉하는 건데 저는 유치원3법이 통과된 후 본회의장에서 동료 의원들과 셀카를 찍던 사진이 실린 1월14일자 조선일보를 선택했다. 행사의 의미도 있지만 저 역시 평소 TV로만 보던 분들과 이야기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유치원 3법’에 대해 조선일보가 어떤 보도를 해왔고, 얼마나 박 의원을 ‘저격’했는지는 아마 본인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을 것이기에 굳이 여기서 별도로 언급하지는 않으련다.


그리고 본인이 언급한 것처럼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우리 진영과 생각이 다른 언론이라고 해서 해당 언론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해단 언론의 독자들에게 설득하고 설명할 의무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한 점에 대해서도 나름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외연 확장과 통합도 ‘새로운 버전’이 필요하다


하지만 박 의원의 중도 외연 확장과 통합에 대한 고민이 ‘이승만과 박정희를 얘기하고 조선일보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방식으로 표출된다면 그건 ‘외연 확장’도 아니고 ‘통합’도 아니라는 얘기는 하고 싶다.

그런 행보를 보인다고 중도·보수 민심이 박 의원이나 민주당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 - 누구보다 박 의원 본인이 잘 알고 있을 거라고 본다.


무엇보다 조선일보로 상징되는 기형적 형태의 한국 보수진영은 ‘자신들의 과’에 대해서 제대로 된 반성과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는데 ‘한쪽에서’ 이승만과 박정희의 공을 얘기하고, 용서와 화합과 통합을 얘기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런 사회통합이라면 정치적 상황 변화에 따라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김경래 기자가 언급한 것처럼 “화합하고 통합하는 것 좋은데 그들이 먼저 진심으로 반성해야지 그 다음에 화합하고 통합해야 되는” 게 온당한 순서 아닌가.


외연 확장과 통합도 ‘새로운 버전’이 필요하다. 이승만과 박정희를 얘기하고, 조선일보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식의 확장성은 더이상 새롭지도 않고 감동을 주기도 어렵다. 이미 수차례 실패를 통해 ‘그런 방식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터득하고 있지 않은가.


‘박용진의 시도와 실험’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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