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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동기 Jan 06. 2020

조선일보 ‘안철수 인터뷰’
무엇을 읽어야 하나

[신문읽기] 연이어 황교안 대표 비판한 조선일보 … 안철수로 대안 모색?

이 글은 고발뉴스에 실린 글을 일부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고발뉴스 기사보기]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낡은 사고로는 미래로 갈 수 없다. 혁신 없는 제1야당(자유한국당)으로는 현 정권의 실정을 막을 수 없다. (야권 통합과 관련해) 지금 무조건 뭉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닌 만큼 혁신이 우선이다. 제1 야당은 수구·기득권·꼰대 이미지에 묶여 있다.” 


오늘(6일) 조선일보 1면에 실린 안철수 전 의원 인터뷰 기사 핵심 내용입니다. 제목이 <“文, 세금으로 자기편 먹여살리기”>입니다. 


안철수 전 의원 인터뷰에 얼마나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질지 모르겠지만 저는 ‘몇 가지 포인트’에 주목합니다. 인터뷰 내용보다 인터뷰를 둘러싼 ‘맥락’에 더 관심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2020년 1월6일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1) 연이은 조선일보의 ‘황교안 대표’ 비판과 안철수 인터뷰 


정계복귀를 선언한 안철수 전 의원이 이슈메이커라는 점에서 인터뷰 하는 건 당연합니다. 아마 조선일보 말고도 안 전 의원 인터뷰를 시도한 언론이 있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제가 ‘조선일보’와 ‘안철수’를 연관시키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자유한국당으로 총선을 승리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조선일보는 지금 시점에서 ‘쉽지 않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이미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사설 등을 통해 ‘황교안 대표 체제의 한국당’을 강하게 비판한 조선일보는 지난 4일 ‘강천석 칼럼’을 통해 노골적으로 황교안 대표를 비판합니다. 칼럼 일부를 인용합니다. 


“지금 이대로면 ‘황교안당(黨)’은 ‘문재인당(黨)’에 필패(必敗)한다. 총선에 실패하면 황교안 대표의 정치생명은 그걸로 끝난다. 황 대표는 공천권에 대한 미련을 던지고 ‘황교안당’이 ‘반(反)문재인당’으로 거듭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누가 봐도 황 대표의 영향권 밖에 있는 줏대 센 인물을 세워 공천권과 당의 비상(非常)관리를 맡겨야 한다. 그래야 사는 길이 열린다.” 


조선일보가 사설 등을 통해 보인 일련의 흐름과 맥락을 봤을 때 황교안 대표가 지금까지 노선을 고집할 경우 ‘4월 총선’은 어렵다고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일보 논설고문이 강천석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저는 조선일보가 ‘황교안 체제 이대로 안 된다’고 사실상 선언을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6일) 안철수 전 의원 인터뷰가 1면과 5면에 실렸습니다. 저는 조선일보가 안철수 전 의원이 ‘반문재인 구심점’이 될 수 있을지 그리고 ‘안철수에 대한 여론의 흐름’이 어떤지 분석하는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 안철수는 왜 조선일보를 선택했을까 


안철수 전 의원은 겉으로는 ‘중도’ 또는 ‘제3의 길’을 표방하고 있지만 자신의 노선을 보수로 확실히 정한 것 같습니다. 저는 오늘(6일) 조선일보 인터뷰가 그런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비록 서면 인터뷰이긴 하지만 귀국 전에 ‘자신의 입장’을 보수진영에 확실히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요? 저는 조선일보 인터뷰라고 봅니다. 보수진영 내에서 이미 ‘보수 통합’ 아니면 4월 총선은 필패라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 아닙니까. 

안철수 전 의원. <안철수 페이스북 캡처> 

더구나 현재 보수진영 내에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강력한 경쟁자’는 없습니다. 안철수 전 의원 입장에선 ‘이런 기회’를 굳이 걷어찰 이유는 없었을 겁니다. 


또 하나. ‘반문재인 연대’ ‘보수 통합’에 방점을 찍고 있는 조선일보에게 ‘자신의 구상’을 전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 이런 판단도 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저의 추정이긴 합니다만 저는 조선일보와 안철수 전 의원이 서로 ‘간보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론은? 그건 지켜봐야겠지요. 


(3) ‘조선일보와 안철수 연대’ 가능할까 


저는 ‘조선일보와 안철수 전 의원’ 모두 나름 계산을 통해 총선 정국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고 봅니다. 아직 계산이 끝난 상황은 아니고 ‘주판알을 튕기는 상황’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겁니다. 


문제는 ‘조선일보와 안철수 연대’가 가능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안 전 의원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통합’보다 ‘혁신’이 우선이라고 강조했지만 사실 이건 레토릭에 가깝다고 봅니다. 


‘통합’이 됐든 ‘혁신’이 됐든 지금 보수진영의 가장 큰 문제는 구심점이 될 수 있는 리더십의 부재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기에 조선일보는 안 전 의원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보는 것이고, 안 전 의원은 ‘구심이 되기 위해’ 조선일보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가능할까요? 저는 물음표를 던집니다. 여론이 그렇게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매일경제가 4·15 총선을 100일 앞두고 여론조사 업체 매트릭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3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요. 


이 결과를 보면 안 전 의원은 보수의 구심점이 되기엔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매일경제 조사에서 ‘안철수 중심 정당’에 대한 질문에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1.4%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지지한다’는 응답 17.6%에 불과했습니다. 


더구나 ‘보수대통합’에 대해 응답자들은 성공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매일경제 여론조사는 무작위 생성 전화번호 표집틀을 활용한 임의전화걸기(RDD) 전화면접(유선 20%, 무선 80%)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응답률은 8.1%) 

MBN 방송 화면 캡처 

물론 4월 총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 점, 그리고 여론이라는 게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지금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미 상당수 유권자들은 대선과 지방선거 등을 통해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정책과 철학 등을 대략 알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가 보수의 구심점이 될 수 있을지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보수의 분열을 막고 통합으로 가기에도, 혁신으로 이끌기에도 왠지 ‘안철수의 힘’은 많이 부족해 보인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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