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디투스 Oct 08. 2016

미국 대선으로 목격하는
미국의 분열

미국 국론분열의 9가지 징조

운명의 날이 이제 한달 남았다.

11월8일, 미국은 45대 대통령을 결정한다.

4년마다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가 지금처럼 처절했던 적이 미국 역사상 몇 번이나 있었을까?

36년 만에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갈아 치웠다는 대선후보들의 TV토론에 대한 관심은 어디서 오는걸까?

분노의 시대다. 혼돈과 분열만이 이런 열풍을 가능하게 한다.

지금 미국이 그렇다...


각 당의 경선 과정부터 본선 유세까지 지켜보면서

현지에서 느끼는 미국의 균열은 Big One의 상처보다 깊고 여진처럼 오랫동안 계속될 것 같다.

이제는 극과 극으로 벌어진 국론 분열의 9가지 현상을 정리해본다.


1. 힐러리 vs 비힐러리

2016 대선은 힐러리와 트럼프의 구도가 아니다. 힐러리와 비힐러리의 대결이다.

비힐러리의 노선에 트럼프가 후보로 있을 뿐이다. 이게 비힐러리 진영의 비극이다.

만약 트럼프가 아닌 다른 후보였더라면, 그가 누구였더라도 단언컨대 이미 게임은 끝났다.

오죽하면 거리에 떠도는 루머중의 하나가 빌 클린턴이 트럼프를 공화당 후보로 밀어줬다는 정도니까.


비힐러리 진영이 겨냥하는건 사실 힐러리도 아니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절박함과 상실감.

그게 기성정치에 대한 분노로 표출된 것이고 그 정면에 힐러리가 서있을 뿐이다.

오바마가 그토록 힐러리를 끼고 도는 이유가 그런거다.


<대통령은 위대한 배우>라는 명제를 완벽하게 구현해낸 대통령

이미지 메이킹의 천재.

타고난 웅변가. 그리고 감성을 자극할 줄 아는 최면 정치의 달인.

미국 역사상 가장 과대평가된 대통령.

변화의 아이콘으로 등장했지만 정작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는 비판 속에서도

결국 그는 위대한 대통령 중의 한 명으로 기억될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의 구석으로 몰린 학생들조차 교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이렇게 만들어진 지형을 탓할 것이기에.


2. 가진 자 vs 잃은 자

미국이 지향해온 New World Order는 결국 있는 자들의 이데올로기였다.

가자는대로 따라온 국민들은 이제 이 길이 누구를 위한 선택인지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NAFTA,TPP,Trikle-Down등의 혜택이 언젠가는 자신에게도 돌아올 것이라 믿어온 사람들이다.

미련할 만큼 오래 견뎠고 이제 그 수혜대상이 자신들은 아님을 깨달으면서 믿음은 분노로 바뀐다.

실업률이 떨어지고 중간소득이 올라가고 빈곤율이 급감했다는 정부의 통계를 이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세상은 좋아진다는데 나는 여전히 가난하고, 더 큰 상심은 지금이 가장 가난하다는 거다.

상위 1%가 소득의 99%를 가져간다는 양극화가 이들을 좌절시키는게 아니다.

1%의 삶에는 관심조차 없는 사람들이다.

American Dream으로 상징되던 -일한 만큼 먹고살 수 있었던 정직함을 누가 치워버린 것이다.


3. 기독교 vs 비기독교

다수의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은 트럼프를 지지한다.

정확히 말하면 힐러리를 낙선시키기 위해 트럼프를 지지한다.

힐러리는 오바마의 후임자로 지금의 정책을 고스란히 승계해갈 것이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기독교가 이토록 오바마의 정책에 대해 불편, 아니 적대시하는 이유는 당신이 아는 그대로다.

유투브에 들어가 오바마라고 검색하면 관련된 수많은 동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교리적인 차원에서의 해석까지 갈 것도 없다. 

분명 오바마의 정책은 전통적으로 간직해온 신앙의 자유와 대치된다.

종교적 차별을 없애겠다는 정책은 오히려 기독교에 대한 차별을 초래하고 있는 까닭이다.

마치 국교처럼 누려온 기득권을 기독교가 고수하려는 저항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전개되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 

기독교 신앙을 기초로 설립된 학교가 미국에 얼추 3만여 개가 넘는데 만약 이 학교 내에서 정부의 정책,

특히나 차별방지법(증오방지법이라고도 한다)을 위반할 경우에는

정부지원은 중단되고 심지어 미국 국세청 IRS가 제공하는 면세혜택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

차별을 하지 말라고 제정한 법으로 어디서는 목소리를 높이지만 어디서는 침묵을 강요당한다.


4. 백인 vs 흑인

흑인으로 인한 시위와 소요사태로 하루로 잠잠할 날이 없는 요즘이다.

이게 모두 백인에 의한 인종차별로 촉발된 것이라고 단정한다면 간단은 하지만 안일한 해석이다

가해자 백인 vs 피해자 흑인의 프레임으로는 지금의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다.

로레알에서 나온 머드팩을 하고 Feels good to finally be a nigga라는 표현을 스냅챗에 올렸다가

캔사스 주립대 여학생은 가차없이 퇴학을 당한다.

누구를 공격하려는 의도도 아니었고 다만 재미로 올린 것이며 깊이 반성한다고 페이스북에 사과문까지

올렸지만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캔사스 주립대의 학생이 아니다.

미국 사회에서 흑인을 비하한다는 건 상상 이상의 결과를 가져온다.

공권력의 과잉진압이나 총격으로 흑인이 사망했다고 하면 그 동네는 바로 시위가 벌어지고 뉴스를 탄다.

반면에 유색인종이 사망했다거나 백인이 사망했다고 해서 뉴스로 보도되는걸 본 기억은 드물다.

흑인 목숨도 중요하다는 Black Lives Matter는 갈수록 격해지고 있고 지금은 사건이 발생한

해당 도시의 시장 자택까지 몰려가 시위를 한다. 내쉬빌에 있는 공공 도서관이 최근에 이 운동 관계자들로

곤혹을 치렀는데 흑인 전용공간을 마련해 달라는 요청을 거부하자 인종차별이라고 몰아 부친 까닭이다.

BLM (Black Lives Matter) general body meetings are open to black and non black people

of color only -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의 모임은 흑인과 비흑인 유색인종에게만 개방된다는

원칙때문에 백인의 입장을 금지해 달라는 요구를 공공 도서관측은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

그럴 수는 없다며 거절한 것인데 격렬한 후폭풍을 감수해야 했다. (결국 미팅 장소는 변경됐다.)

여기서 더 나아가 백인 학생들의 출입을 금지한 흑인 학생들만의 <safe spaces> 안전 공간을 캠퍼스 내에

제공하라는 요구도 있었다. 이런 사례만 놓고 보면 이젠 입장이 서로 바뀐 형국이다.


백인들은 어떤 시각으로 이런 사태들을 바라보고 있을까?

NFL의 쿼터백 콜린 캐퍼닉은 흑인을 차별하는 나라를 위해 일어서지 않겠다며(나중에는 말을 바꿨지만)

미국 국가 연주 때 기립을 거부하고 있다. 다른 NFL 선수들과 치어리더들까지 동참을 하고 있고 오바마 역시

헌법상의 개인 권리라며 옹호하고 있지만 캐퍼닉은 미국인들 사이에서 비호감 선수 1위로 등극했다.


운동을 하는 동료 중에 흑인들이 여럿 있다. (성실하고 멋진 친구들이다.)

동작을 따라 하면서 그들은 흑인이 아니고 나는 동양인이 아니다.

우린 그저 같은 운동을 하는 관원일 뿐이다.

갈등 - 무슨 이유인지 어떤 세력이 이걸 조장하고 있는건 아닌지 참 조--심스--럽다.


5. 성소수자 vs 전통적 가정주의자

연방 대법원이 오바마의 손을 들어주면서 미국 내 천만명에 달한다는 성소수자들의 합법 결혼이 가능해졌다.

각 주에서는 관련 정책 시행으로 얼마의 추가 수입이 있었다고 발표를 한다.

오는 11월에 캘리포니아 마리화나 합법화를 실시하면 당장 얼마의 재정수입이 늘어난다고 하는 걸 보면

미국은 무슨 정책이든 경제논리로만 해석하나 싶어 거북해지기도 한다.


성소수자들의 거리라고 일컬어지는 산타모니카 주변에 소위 게이 클럽이 몇 군데 유명하다.

구경삼아 몇 번 놀러간 적이 있었다. 바에 앉아 그들과 담소 나누며 은근 차별받는 사람들이라 영어가 서툰

동양인에게도 딱히 거부감이 없는 것 같아 친근감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 드러낼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던 역사적인 날.

그때 만났던 얼굴들을 떠올리며 '그 친구들 이제는 같이 살 수 있겠네' 했었다.


그 후, 내가 만나는 뉴스들은 그렇게 행복한 기사거리가 아니었다.

동성 커플이 결혼 케익을 주문하자 신앙에 기초한 주인은 정중히 거절을 한다.

다른 케익가게를 찾아갈 수도 있을텐데 차별을 이유로 소송을 냈고 그 주인은 패소한다.

재판동안 시위대들이 몰려왔고 시달림을 견디지 못한 주인은 결국 가게문까지 닫게 된다.

동성 커플의 결혼을 거절한 목사님 역시 법적으로 주례를 강요당하는 상황을 맞는다.


차별이 하나 없어졌으면 세상은 더 평안해진다고 믿는건 결국 순진한건가?

그 후,

소수였던 동성애자들은 자신의 입장과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됐고

다수였던 전통주의자들은 결혼과 가정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대놓고 말하지 못하게 된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각 주정부는 동성애자 거부로 인해 초래될 법적인 책임을 면하게 하는

소위 <종교 자유법>이라는 것을 제정하는데 이번에는 거대 기업들이 투자 유치를 취소하겠다며

반발하는 탓에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누군가는 자신의 신념에 의해 살 수 있는 세상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신념을 포기하거나 침묵당해야 한다면

그게 과연 마땅한 일인건지.

변화를 위한 과정이 아니라 결국 제로섬 게임 수준인건지---


6. 미국인 vs 외국인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처지의 사람들에 대한 인식의 차이라고 하자.

인도적인 차원을 차치하고 나면 이민자들에 대한 계산법은 늘 경제논리에 기초한다.

이민자들을 통해 걷어지는 세수가 얼마이며, 그들이 경제의 하부구조를 지탱한다는 설명인데

이게 안 먹히는 현실이다.

걸인도 다섯 명이 모이면 더 이상 걸인이 아니라고 하던가?

어느 집단이던 구성원의 수가 많아지면 세력화가 되고 이해 조직이 형성된다.

그 이해세력을 자신의 표밭으로 형성해가는데 가장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는 정당이 바로 민주당이다.

흑인계와 유색인종계는 후보가 누구던, 정책이 무엇이던 거의 몰표를 몰아준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민정책의 수혜를 입은 사람들이 투표권을 가질 경우, 공화당을 찍을까?

세력화와 블럭화 - 이것이 완성된 후면 지금의 다수는 마이너가 될 것이다.

Whites are new Blacks라는 주장이 괜히 나오는 소리가 아니다.


7.  세계주의 vs 고립주의

<미국 먼저>라는 말은 사실 트럼프의 고집이 아니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미국은 언제나 그랬다.

American Exceptionalism(미국 예외주의)은 미국 우월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사상이다.

오바마가 대선에 도전하던 2008년 당시, 이 사상을 경솔히 대했다가 사단이 날 뻔한 일이 있을 정도니까.

보호무역장벽이나 마치 쇄국정책처럼 비춰지는 트럼프의 <America First> 구호나

<Stronger, Together>를 외치는 힐러리의 구호나 별반 다를게 없다.

결국 우선은 언제나 미국이다.

단지 힐러리가 조금 더 현대적이고 세련된 방식을 취할 뿐이다.

뻔한 의도를 놓고 방법이나 표현이 다른 탓에 언론은 둘로 나누고 편을 가른다.

세계주의는 진보적이고 고립주의는 미개한 정책이라면서.

내가 아는 정치는 절대 통합이 아니다.

가르고 또 갈라놔야 거기서 편을 얻는다.


8. 노년층 vs 젊은층

노년층은 위대한 미국을 추억하며 트럼프를 지지하고, 젊은 층은 힐러리를 지지한다는 말이 아니다.

힐러리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은 젊은 층에서 더 강렬하다.

버니 샌더스가 자신을 추종하던 청춘들에게 아무리 힐러리 지지를 당부해도 더 이상 말빨이 먹히질 않는다.

오죽하면 오바마까지 나서서 젊은 층이 투표하지 않으면 트럼프를 도와주는 꼴이라고 읍소할 정도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세대들은 역대 최저의 투표율을 기록할지 모른다.

<차악을 뽑는 것이 선거다>

그동안 수십년 우려먹은 이 진부한 캠페인은 이 시대 젊은 세대들에게는 말도 안되는 논리다.

최선도 아닌 그렇다고 차선도 아닌

기껏 차악을 뽑기 위해 2년동안 경선을 거쳐 본선까지 천문학적인 돈을 탕진해가며

이 난리를 치는 이유를 절대 이해못한다.

그들에게 버니 샌더스는 최선이었다.

그렇게 높아진 기준을 갑자기 힐러리에게 맞추라는 요구를 어떻게 수용할 수 있을까?


9. 그리고 여자 vs 남자

Trickle-Down Feminism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다.

여성이 최고 지도자의 위치에 오름으로 그 효과가 정치,사회,문화 각 분야로 흘러 내린다는 논리인데

아직도 건재한 old feminist들에 의해 오르내리는 주장이다.

이 논리대로 하자면 Trickle-Down Afrocentrism도 가능했었다는 말인데

지금 미국 사회에서 흑인들의 시위가 난무하는 상황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여성에게 투표하지 않으면 지옥불에 떨어진다는 말을 전직 여성 국무장관이 하는 걸 보면서

여성 지도자가 여성의 자유의지를 침해하는 발언을 서슴없이 던지는 현실에 소름이 끼칠 정도다.


캘리포니아 주 하원의원으로 재선에 도전하는 영 김 의원이 이런 말을 했다.

"제가 한국사람이라고 저를 뽑지는 말아 주세요, 제가 일을 잘한다고 믿으면 재선하도록 도와주세요."


지금까지 거론한 9가지 내용은

어쩌면 존재하지도 않는 허상일 수 있고

존재할 필요도 없는 것일 수도 있고

존재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하루에도 몇번씩 목도하는 현실이다.


살면서 이번 미국 대선처럼 편을 철저히 갈라 싸우는 선거판을 경험한 적이 없다.

누구나 통합을 외치지만

누구도 그것을 원하는 사람은 없는 것처럼.


분열과 혼란.

당신들이 왜 이따위를 필요로 하는지는 우리도 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조장하는지

이번 선거는 어쩜 그걸 가려내는 작업일거다.


테러가 이제 일상화되어 더 이상 불평거리가 아니라는 프랑스의 체념처럼

분노가 습관이 되는 세상이 안되려면...




미국대선과 관련한 자세한 소식은 팟캐스트를 통해 특집방송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관심계신 분들은 podbbang.com을 방문하셔서 검색창에 미국대선이라고 치시면 청취하실 수 있습니다.

http://pod.ssenhosting.com/rss/auditus/auditus.xml













































...

작가의 이전글 드림웍스에서 날개를 얻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