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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디투스 Oct 14. 2019

골목길과 광장-프랑스 니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골목길-생 폴 드 방스 그리고 마세나 광장 

내 삶이 들어서던

골목길은 늘 막혀 있었다...


이 길을 따라만 가면 

언젠가는 햇살이 직각으로 떨어지는

광장으로 들어서겠지.. 그럴거야... 


출처 : 구글 이미지 (by Kale Taylor )


그러고 보면

인생이 앞으로 가본 적이 없구나..

들어가고 다시 돌아 나오는 

절망과 기대의 지겨운 반복으로 한 세월이 지난다

그저 위안이 있다면... 멈추지 않았다는... 그 정도...


프랑스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남부의 작은 골목에 있다고 들었다.

모파상이 그렇게 징그러워했다는 에펠탑도 아니고

프랑스의 자존심이라는 루브르도 아니고

엘리시움의 들판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샹젤리제 거리도 아닌

생 폴 드 방스...

생 폴 드 방스 전경

샤갈의 마을로 유명한 곳..

그것에는 정말 3월에 눈이 내릴까...


차를 타고 이곳을 들어가려면 좀 난감은 하겠다..

웬만한 박물관 못지않은 security가 흥미롭다.

생 폴 드 방스 들어가는 입구
생 폴 드 방스 안내판

도대체 이 좁은 골목길에 뭐가 있다고 

샤갈은 이 동네에 빠져 결국 여기서 눈을 감았을까? 

생 폴 드 방스안의 전시관들
생 폴 드 방스안의 상점들

몇 사람만 들어가도 꽉 찰 것 같은 작은 전시관과 상점들이 골목 양쪽에 늘어선 풍경.

물건을 파는 곳에 이런 정감을 느낄 수 있다는게 신기했다

바깥세상은 광속으로 변해가는데 이곳에서는 모든게 정지해 있는 것 같은 착각...

바닥

이 길을 따라가면 광장이 나올려나? 

한번도 만나지 못했던...

생 폴 드 방스의 우편배달부

우연히 집에 우편물을 넣어주는 장면을 찍게 됐다.

조르쥬 무스타키가 불렀던 우편배달부가 생각나는 장면.

그 가사처럼 일찍 떠나지 말고 오래오래 사랑을 전달해주길... 


마르크 샤갈은 이 프랑스 남부에 정착하기 위해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다

니스는 샤갈의 83세 생일을 맞아 샤갈 미술관을 개관해 그를 환영한다

그리고 97세의 나이로 눈을 감을 때까지 20년 동안 샤갈은 이곳을 떠나지 않고

결국 여기서 눈을 감는다. 재혼한 바바와 함께...

샤갈의 무덤이 있는 유대인 묘지


3월에 샤갈의 마을에 눈이 오면

겨울 열매들은 올리브 빛으로 물들고

아낙들은 그해의 가장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김춘수--샤갈의 눈내리는 마을 중)


이 시때문에 가끔 샤갈 전시관에서 샤갈의 눈내리는 마을이라는 작품을 찾는 해프닝이 있다지?

아무렴 어떨까? 눈이 내리던, 비가 내리던, 아무것도 아니던

왜 그가 그토록 이곳을 사랑했는지 헤아릴 수 있으니...

광장-고대 그리스의 아고라에 만명의 사람이 모이면 만개의 의견이 있었다고 하지.

드골이 프랑스에는 수만 개의 치즈가 있다고 자랑한건 

그만큼 다른 취향과 견해를 존중하는 나라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LA에 살면서 가장 이해가 안되는 것중 하나가 여기엔 광장이 없다.

가장 진보적인 도시를 자랑하고 지향하면서 시민이 모일 장소를 계획하지 않았던 이유가 뭘까...


이탈리아는 도시가 광장 중심이고, 스페인도 사방이 광장이다.

권력자들이 누구보다 잘 활용했으면서도 가장 두려워했던 곳...

권력이 없으면 광장도 필요없는걸까? LA는 그런 의도로 광장을 안 만든 걸까?...


마세나 광장의 태양의 분수와 노천 분수

니스가 자랑하는 마세나 광장

나폴레옹 당시 2인자라고 불리던 앙드레 마세나 장군의 이름을 붙인 곳이다

영국의 BBC가 선정한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략가 100인 가운데 91위에 이름을 올린 사람

그가 니스 태생이다.

언젠가 골목길을 벗어나

햇살 찬연한 광장에 이를 수 있을거라고...

그렇다면 이런 풍경이었을거다, 

거칠게 없는, 무엇보다 아련히라도 끝이 보이는...


보이지 않는 끝이 무서웠다.

여기서 저기까지라면 무엇도 감당할 수 있으련만

지금 제대로 가는건지,

이 골목길만 돌아서면 되는건지,

그냥 계속 반복하기만 하는건지...

내가 돌아선 길은 다 벽이었는지...

생 폴 드 방스 전시관의 조각

생 폴 드 방스에서 만났던 고뇌하는 조각은

거울처럼 나를 비춘다.


이제 다시는 이 골목을 벗어나기 위해 애쓰지 않을 것이다

먼지를 닦고

꽃을 심고

편지를 쓰고

고양이도 키우면서 

여기서 살기로 한다...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시 - <벽>

생 폴 드 방스에 와서야 그게 무슨 말인지 끄덕인다...


'그대 벽 앞에 섰을 때

 그 벽에 기어오르지 말라

 벽이 그대를 가로막을 때

 그 벽에 머리를 부딪치지 말라

 벽 앞에서 그대는 눈을 감고

 벽이 그대의 친구가 되게 하라

 그대 마음의 눈에

 벽 너머의 세상이 보일 때까지

 그대 다만 기다려라

 그대 어깨에 날개가 돋아나지 않아도 

 그대는 그 벽을 넘을 수 있으리니'(신현봉 님의 '벽')



 

오랜만에 글을 올립니다

한동안

주문했는데도 음식이 나오지 않는 식당같았습니다

구독해주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와 사과의 마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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