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금 중고용품의 세상 <Resale Revolution>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내 400대 부자 명단에
한국인 최초로 이름을 올리고 커버스토리로 장식될 만큼 직진만 하던 포에버 21이
결국 챕터 11을 부르고 뼈아픈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흔히들 파산신청이라고 하는데 미국은 챕터 7과 챕터 11로 나눠서 구분한다.
포에버 21이 부른 챕터 11은 구조조정을 통한 회생절차라고 이해하는 것이 맞겠지만
한국말로 번역하다 보니 그냥 만세 부르는 것쯤으로 통칭되어 오해를 사고는 한다.
아무튼,
그렇게 잘 나가던 포에버 21이 이런 수모를 겪는 건 스스로도 인정했듯이 급변하는 소비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실수가 클 것이다.
그 분야에 내로라하는 인재들이 모인 그 큰 회사가 세태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것이
이해 안 되긴 하지만 요즘 소비성향은 더러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 소비시장의 주축이라고 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은 더욱 그렇다.
2019년 11월 15일 LA Times는 중고용품이 크리스마스 쇼핑에서
차세대 트렌드로 자리 잡아간다는 보도를 한다.
흥미로운 건 Accenture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의 조사에 의하면,
절반에 가까운 미국 소비자들이 올해 선물로 중고의류를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는 사실이다.
남들이 입었던 중고옷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는다면 당신은 어떤 기분일까?
혹시 '동티 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남의 물건이나 옷을 건들면 거기에 묻어있는 나쁜 기운이 나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준다는 말로 알고 있다
어렸을 때, 누군가 줬던 물건을 들고 왔더니
할머니가 집 밖으로 내다 버리시면서 소금을 뿌리던 기억이 있다
그때, 처음 들어봤다. 그 '동티'라는 말...
남의 좋은 기운도 있을텐데 왜 지레 나쁜 기운이라고 전제했을까?
내 팔자가 이런데, 그 기운이 무슨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싶었지만
나중에 공부해보니 뭐,,, 나름대로 이유와 논리는 있었다
그러나 이런 소리를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에게 했다가는 환경파괴의 원흉쯤으로 낙인찍힐 것이다.
2018년, 미국 여성 5천6백만명은 중고의류를 구입하는데
이 수치는 미국 내 전체 여성 성인 인구의 반 정도가 되는 규모다.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온라인 의류 유통업체 thredUP의 조사에 의하면
2019년 올해 중고의류 판매시장은 70억달러 수준이라고 한다.
이 규모가 2023년이 되면 510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는데 아마 그 이상이 될 것이다.
thredUP 조사에서 눈길을 끄는 건,
18-25세 여성 4명 중 1명이 패스트 패션 구매를 중단하겠다고 답변했다는 거다
이러니 포에버 21이 그 지경이 될 수밖에 없었을 거다.
그리고 조사 대상자의 50%는 중고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다.
도대체 이 세대는 뭔 생각으로 새 걸 마다하고 굳이 남들 쓰던 중고 제품을 돈 주고 사겠다는 걸까?
이걸 이해 못하면 미국에서 돈 벌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 게 좋다
무엇보다 당신은,
세상이 추구하는 가치에 반하는 꼰대로 놀림을 받을 것이다.
긴 글에 호흡이 딸리는 분들을 위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환경보호>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패션 Resale Marketplace인 thredUP의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이들이 어떻게 마케팅을 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알게 된다.
엄청난 의류 쓰레기가 버려지고, 티셔츠 한 장을 만들기 위해 물 700갤런이 소비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지구와 후세들을 위해 선택한 것은 중고제품이라고 소개한다.
그리고 이 선택을 <Resale Revolution-재판매의 혁명>이라고 명명한다.
우리는 이들의 시작을 기억한다
원래 옷장 안에 안 입는 옷들이 가득 쌓여 있는 걸 처리하고자 남자 셔츠 Swapping 하던 곳 아닌가?
그러던 일개 중고 셔츠 교환 업체가 갑자기 <환경>이라는 깃발을 들고 등장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중고품 옷을 입을수록 그만큼 낭비는 적어진다.
모든 사람들이 올해 새것이 아닌 중고용품을 하나씩 구입하면 carvon 배출을 6십억파운드 줄이고
절약되는 전기는 에펠탑을 141년 동안 밝힐 수 있다.
이미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옷이 차고 넘치도록 있다.
그냥 그걸 입자!!"
이 매력적이고 감동적인 제안을 과연 누가 거부할 수 있을까?
특히나 가치와 경험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이 회사의 미션에 공감하고 흥분한다.
작년 연말 Holiday Season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자신들의 옷을 사지 말라고 광고하던 파타고니아에 그랬듯이..
thredUP의 성공은 단언컨대 세대를 정확히 읽어낸 그들의 안목 덕분이다.
(마케팅 전략이라고 쓰고 싶지만... 그건 너무 thredUP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 같아서...)
지금 미국은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환경문제가 가장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고
신제품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나오는 말이 'Future is Secondhand-미래는 중고품의 세상'이다.
Stitch Fix, The RealReal, Tradesy, Buffalo Exchange, Depop, Vinted, Twice, Everlane 등
이루 헤아리기 어려운 플랫폼과 회사들이 추세를 이끌고 있는데
기존의 중고 마켓을 <공유 서비스>로 재정의하는 센스를 발휘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소비의 새로운 방식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덕분에 옷을 조금만 입고 버리는 것은 자원낭비며 환경오염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중고용품 시장의 양대산맥인 poshmark가 플랫폼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다면
thredUP은 아예 유통에 직접 개입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들의 가장 탁월한 업적은 단순히 시스템 개발이나 마케팅 방식이 아니라
중고용품을 '환경을 보호하고 타인을 돕는 기회'로 각인시켜 아예 패러다임을 전환시킨 점이다.
세상이 이렇게 변하다 보니 그 콧대 높은 백화점 체인 Neiman Marcus도 온라인 중고의류 판매업체에
투자를 하고 있고, Macy's와 JC Penny 도 thredUP과 파트너십을 맺고 중고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LA 패션산업의 메카(요즘은 예전 같지 않지만)로 불리는 다운타운에서도 싼값에만 치중하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걸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요즘은 납품업체와 계약을 할 때, 친환경소재를 사용한다는 사항을 아예 명시하라는 주문이 대부분이다.
이제 대형 백화점조차 자존심을 꺾고 증고 의류점 코너를 신설하고 있고
아웃렛들은 차라리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싣는 중이다
물론 그조차도 한계에 부딪치면 조만간 아웃렛에서도 중고의류 매장을 만나게 될 테지만..
12월 11일 타임지는 '2019 올해의 인물'로
스웨덴 출신의 16살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를 선정하고 커버에 싣는다.
타임지가 92년 동안 선정해온 올해의 인물 가운데 최연소 선정자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으로 바로 빈정거리셨다. 그레타는 분노장애 조절부터 하라는 식으로...
노벨 평화상을 갈망하는 트럼프는 인정하기 어렵겠지만 어쩌겠는가?
이게 대세다.
아마 미국에 오시는 분들은 아웃렛을 자주 찾으실 겁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아무리 세상이 중고용품이 대세라지만 미국까지 와서 쇼핑의 즐거움까지 참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한국에서 촬영에 필요한 의상들을 구입하고자 하던 분을 아웃렛이 아닌 다른 곳으로 모신 적이 있었죠.
그분은 '여길 모르고 아웃렛만 다니던 내가 미친 x이네'하시더군요.
지금도 오실 때마다 여기만 가자고 하십니다.
LA에 사는 현지인들도 잘 모르는 Offline 중고용품 매장 세 군데를 소개한 영상을 달았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계시다면 한번 들러보시길... (소문은 내지 마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