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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셈트 Oct 09. 2016

오브젝티파이드와 굿디자이너

많은 생각 끝에, 한 가지 생각

제품디자인을 하는 디자인전공 학생, 그리고 디자이너라면 열에 여덟은 봤을 게리 허스트윗 감독의 'Objectified'(오브젝티파이드).다큐멘터리 영화로, '헬베티카' 가 전편으로 있다. 

대학때 처음 본 영화를 최근 '멘붕의 현장'을 홀로 겪으면서 정화하는 마음으로 다시 보게 되었다. 


대학에서 디자인 공부를 하는 동안 흔들리기도, 굳은 결심을 하기도 했던 '이런 디자이너가 되자' 라는 생각은 요즘 들어 꽤 깊게, 자주 고민하게 된다. 학생때의 되고픈 굿디자이너란, 과 특성의 영향을 많이 받은 탓 이겠지만 사용자와 구매자에 대한 배려와 자본의 사용성과 순환, 환경, 사회적 영향 등 미적인 것 이외의 것들 까지 고려할 줄 알아야 하며, 유선적이거나 구조적인것, 그리고 심플함을 지향하는 것 이었다. 

그러나 지금, 과연 그 요건들만이 제품디자이너로의 자세라고 할 수 있을까? 굿디자이너랑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실 무엇이든 롤모델 이라는 것은 있을수도, 없을 수 도 있는 것 이다. 학교를 벗어난 지금, 나는 그 때 보다 더 확고해진 나의 디자인과 취향, 그리고 보다 자유로운 생각을 한다. 하지만 가끔 브레이크가 걸릴 때 가 있는데,도돌이표 처럼 그 과정은 반복 하는 것 같다. 주변을 돌아본다는 것은 잠시 쉬어가며 나의 위치를 알아두는 것 이기도 하지만, 약간의 나약함이 더해지면 비교하고 좌절하고, 불안해하게 하는 것이 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다시 본 오브젝티파이드는, 나에게 너는 어떤 디자인과 어떤 디자이너를 꿈꾸냐! 라는 질문을 다시 하게끔 했다. 


나는 산업디자이너라고 할 수 없고, 제품디자이너 이지만 공예품도 만든다. 아트웍을 하는 제품디자이너랄까..

다른 직업들 처럼 간단명료하지 않은 직업을 가졌다는 생각에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오브젝티파이드에서 헬라융게리우스가 나오는 장면에서 강렬한 색감들이 이미지로 뇌에 박히듯 기억에 남는데, 이렇게 이미지로, 색감으로 기억될 수 있는 디자이너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오브젝티파이드는 공예가나, 아트웍을 하는 디자이너들에게는 큰 영감이 없을 듯 했다. 

제품디자인을 배운 나에게도 분명 유익한 다큐멘터리 였지만, 질문을 던지거나 그럴수 있지 하며 넘겨버리는 부분들도 있었으니까.

인터뷰를 했던 디자이너들은 이미 그들의 분야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사랑받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인터뷰를 보면서 나는 중화되는 느낌을 받았는데, 아마 내가 공예적인 성격이 강한 작업들을 하고 있는 요즘이라서, 중간지점을 찾는 데에 힌트가 되었기 때문일 것 이다. 


사실 제품디자인 이라고 하면 갖춰야할 요건이나 고려해야할 부분들이 보이지 않는 메뉴얼처럼 존재한다. 이것은 음식을 만들때 청결하고 맛있게 라는 것 과 같은 것 이다. 여기에다가 나만의 레시피를 첨가하게 되면 그것은 독특하고 독보적인 나만의 디자인이 된다. 나는 그러한 것이 나에게 있어서 공예적인 성향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방법으로 디자인 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개개인의 감성과 감각이란 다르니까. 

나에게 있어서 좋은 제품디자인은 합당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오브제같은 제품이다. 

산업의 부산물과 같은 느낌과는 다른 느낌을 선호하는 나의 디자인에 있어서 아름다움이란 시각적이고 혹은 촉각적인 것 이다. 색감이나 질감의 조화,조합을 통해 아름다움을 끌어내며 이는 합당한 소재의 쓰임과 인정 할 수 밖에 없는 역할을 부여함으로써 완성되는 것 이다. 


위의 아래 세 줄에 포함된 내용은 글로쓰기에는 약 20초 정도가 걸리지만 생각하고 표현하는것은 20일을 꼬박 해도 어려운 것 이다. 아주가끔 20시간 혹은 20분만에 떠오르기도 하지만...!



개인적인 고민이지만, 굿디자인과 굿디자이너에 대한 생각에 많은 영향을 끼친 걱정거리가 있었다. 

최근 친분이 있는 디자이너들의 스튜디오 작업을 보면서 조금은 다른 계획을 가지고 있는 나의 1인스튜디오의 작업과 비교하며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아했었다. 이 글을 다 쓸 때 쯤 이면 고민을 모두 글 속에 담아두고 가리라 마음 먹고 있지만, 예쁘고 아름다운것을 만들고 싶은 욕망이라는 것은 다시 또 슬금슬금 나오고, 한눈 팔 정도로 아름다운것을 만들어 내기 전 까지는 주변을 넘겨보고 질투하고 욕심 낼 것 이다. 

하지만 이러한 욕심조차 없이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을까..! 하며 넘겨보려 한다. 


이번 걱정거리와 오브젝티파이드가 내게 남긴 것은 어떤디자이너가 될래?! 라는 질문이기도 하지만, 어떤 디자이너가되라! 그냥 어떠어떠한! 이라는 무한한 공백을 만들어 주며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얼마전에 학교 후배들에게 졸업전시를 응원하는 메세지를 부탁받은 적이 있었는데, 해주고싶은 말을 적으며 스스로도 꽤 짧지만 깊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그때 내 기억으로는 하고싶은 디자인을 솔직하게 하라 라는 것 이었는데, 정말 가장 솔직한 작업이 정말 깊이 있는 나의 스타일과 감각을 끌어내는 것 같다. 

둘러보기를 줄이고, 눈감고 펜을 드는 시간을 늘여가야지. 10년 후 나를 목표삼아 상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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