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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셈트 Jul 30. 2020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
명상 [Mindfulness]

piknic 2020 전시 프로그램 - 명상[Mindfulness] 리뷰

스트레스를 극도로 많이 받는 시즌 이었다. 

바뀐 환경에 적응할 때 쯤, 스스로를 살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고, 어느 순간 부터 찾아오는 휴식의 시간이 마냥 편한것이 아니라 '계획 되지 않은 불안한 시간' 으로 인식되었다. 

전시를 보고 난 이후에 심적으로 완전히 어떤 변화가 일어났다고 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시간동안, 그리고 얼마동안 그 여파가 있었기 때문에 리뷰를 남기기로 했다.   


위와 같은 이유로 피크닉의 새로운 전시 '명상' 을 꼭 혼자 가리라 생각하고 있던 터라 바로 적당한 때를 골라 예약했다. 코로나 여파로 예약제로 진행되었고, 일부는 현장에서 공석이 있을 시 표 구매를 할 수 있었다.

전시 주제 자체가 명상 인 만큼, 인원제한을 둘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오히려 반가웠다. 


되도록 이면 혼자, 처음 혹은 마지막 타임에 방문하여 온전히 즐겨야 하는 전시. 



피크닉 건물 뒷문

의도적으로 이 전시를 온전히 즐겨 보고 싶었다. 

전시의 리뷰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갔기 때문에, 약간의 실망 할 수 도 있을것 이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 속에서도 나름의 만족을 찾자! 하는 휴식을 목적으로 갔다. 


일요일 오전 10시, 첫 타임을 예약했고, 메이크업도 하지 않은 채로 그야말로 '쉬러' 갔다. 

(괜히 경건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주차 스트레스를 피하고자 지하철을 타고 갔고,

회현역 3번출구로 나와 3분정도 걸어 피크닉 뒷문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늘 내리막이 있는 정문으로 들어갔었는데, 뒷문은 낡은 회색 건물과 붉은벽돌 피크닉 건물 사이에 자연스럽게 있었다. 





피크닉 건물 정문으로 돌아가서 보니 유리에 비친 주변모습이 액자에 담긴 듯 했다.



피크닉 주변 건물은 대부분 오래되었거나, 무채색이다. 그 사이에 흰색과 붉은색의 피크닉 건물은 고전과 세련됨 그 사이의 멋을 보여주는 것 같다.  



오전시간이라 대기하는 사람도 없던 뒷 뜰.

피크닉의 조경에서 수국은 정말 최고의 아이디어 인 것 같았다. 붉은벽돌 건물에 경쾌한 포인트가 된다. 

그리고 수국을 양옆으로 한 전시 포스터 위치는 늘 정말 멋진 프레임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수국과 함께 곳곳에 비치체어, 파라솔이 있어서 전시 관람 전후로 앉아서 쉴 수 있다. 높은 건물 속에서 편안한 휴식이라는 것이 모순이 있어 보이지만, 피크닉 에서는 가능했다. 요새에 들어와 있는 듯 했고, 요즘 이런 연출이 고려된 건축물들을 눈여겨 보게 되는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화이트 세트가 더 좋았다 :)


피크닉의 전시 대부분은 사진촬영이 일부 구간만 가능하다. 

전시를 회상하며 재 감상 하기에는 아쉬운 규칙 이지만, 전시를 감상하는 순간을 위해서는 좋았다. 

( 오히려 가끔 있는 전시장에서 필요 이상으로 사진을 찍는 비매너 행동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 보다는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 싶다. )





전시 자체에 대한 리뷰를 너무 디테일 하게는 하지 않으려 한다.  주변에 전시를 소개 해 줄 때도 내가 어떤 포인트에서 매우 감명 깊었다는 이야기나 어떤 방식으로 전시가 진행되지는 지 이외에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우선, 이번 전시에서 명상을[Meditation] 이 아닌, [Mindfulness] 로 표기하였다. [Mindfulness] 는 보다 가벼운, [Meditation]을 위한 준비계인 나를 들여다 보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래서 보다 다양하게 나에게 집중하는 방법들을 아트웍으로 선보인다. 

이런 전시 였기 때문에 선입견이나 구체적인 상상을 하지 않은 채로 작품들을 온전히 느껴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디테일한 설명은 배제하려 한다. 






1. 전시소개  

- 피크닉 홈페이지 내용을 옮겨담았습니다.  (http://piknic.kr/exhibition/mindfulness)


인간은 하루에 6만 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살아갑니다. 어제의 후회와 내일의 걱정이 쉼 없이 교차하는 생각의 급류 사이에서 있는 그대로의 ‘지금 여기 나’를 솔직하게 바라보는 ‘명상’은 우리의 마음을 현재로 데려와 살아있는 순간을 마땅히 향유하도록 도와줍니다.
2020년 피크닉의 새로운 전시 «명상 Mindfulness»는 명상을 시작하는 데에 도움이 되거나, 실천했을 때와 유사한 변화를 유도하는 작품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잠시 복잡한 생각을 멈추고, 예술을 통한 감각과 경험에 자신을 맡긴 채 마음으로부터의 소리에 조용히 귀 기울여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 앞에 놓인 삶의 괴로움과 죽음의 두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조화로운 삶의 태도와 지혜를 여러분 안으로부터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2. 참여작가


박서보 PARK SEO-BO + 원오브제로 1 OF 0
미야지마 타츠오 Miyajima Tatsuo
데이빗 린치 David Lynch + 테트아테트 Tête-à-Tête
오마 스페이스 OMA Space
패브리커 Fabrikr
플라스티크 판타스티크 Plastique Fantastique + 마르코 바로티 Marco Barotti
차웨이 차이 Charwei Tsai
자오싱 아서 리우 Jawshing Arthur Liou
서승모 Seungmo Seo




3. 전시구성, 흐름


죽음과 함께하는 삶 (Being with Dying)

수행 (Practice)

알아차린다는 것 (Awareness)

의식의 바다 (Sea of Consciousness)




4. 전시 관람 포인트


가장 메인 포인트는 전시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아트웍을 통한 체험으로 나에게 울림이 있는 명상법을 경험 해 보는것 이라고 생각한다. 


감각을 동원한 감상

 개인적으로 'Awareness' 에서 느리게 걸으며 감각을 통한 자각을 하는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무래도 시각적 효과와 더불어 촉감이라는 직관적인 감각을 극대화 하는 방법의 아트웍이라 인상깊었던 것 같다. 걸음,감각 에서 유추 해 볼 수 있듯이 맨발로 느껴지는 촉감으로 나를 온전히 느껴보고 몰입하는체험 이었는데, 점진적인 전개를 통해 나의 현재와 가까운 과거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현재의 힘듬과 미래의 불안함으로 받던 스트레스를 과거-현재의 나를 돌이켜 보는 것 으로 오히려 진정시킬 수 있는 신기한 경험 이었다. 

4개의 카테고리에는 각각 아트웍이 두개씩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감각을 동원한 경험이 가능하고, 때문에 잔잔하면서 흥미로운 감상이 가능했다. 



날씨를 감상하기

전시의 끝은 루프탑에 마련된 공간에서의 티타임인데, 그 순서로 이어지기 전 '의식의 바다' 중 패브리커(Fabrikr)의 아트웍은 실내 전시의 마무리겸 바깥공간으로 이동하기에 매우 적합했다고 생각된다. 

(작년 런던방문때 테이트모던에서 관람했던 Olarfur Elliason 의 전시중 하나와 표현방법은 비슷했는데, 그 의도는 달랐기 때문에 느껴지는것도 달랐다. 그러나 여전히 사용된 '색' 의 의미는 궁금하다.)


전시관람에서 날씨를 언급 한 이유는 이 루프탑 공간에서의 감상 때문이다. 마루에 앉아 티타임을 가지게 되는데, 남산이 보이는 자연에 둘러싸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내가 방문했던 날은 푸른 하늘에 맑은 날씨 였는데, 티타임을 즐기면서 비오는날 와도 너무 좋을 것 같았다. 한강이 아닌 곳에서 그날의 날씨를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을 오랜만에 가질 수 있었고, 날씨 나름의 감상포인트를 또 제공하는 것 같았다. 


(재방문을 한다면 비오는날 혹은 마지막 타임에 가서 해질녘을 감상해 보고 싶다)



루프탑에 마련된 공간에서는 그늘아래 마루에서 티타임을 가진다. 카운터에 놓여진 카드 중 나의 상태에 맞게 주문하면 그에 맞는 티를 내려 주신다



창가 자리가 쟁탈전이 있어 보였는데, 나는 틈새로 보이는 하늘이 좋아서 정면을 바라보고 앉았다. 밖으로 나오니 남산타워가 선명하게 보이던 맑은 날씨였다. 고요하고 시원한 날 이었다


그날의 날씨




카페 피크닉에서 스페셜 음료 마셔보기

전시감상을 끝으로 카페 피크닉으로 내려가 잠시 쉬기로 했다. 

메뉴 중 '명상 Mindfulness' 를 재해석한 음료 두가지가 있어서, Purple Tea / Purple Fizz 중 탄산이 있는 Fizz를 마셨다. 안정을 돕는 라벤더가 주 재료이기 때문에 Purple 이라는 이름이 지어진 듯 했고, 전시 관람 티켓이 있으면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전시주제를 재해석한 '음료' 를 만들었다는 것에서 우선 디테일함이 느껴졌는데, 음료를 받는 순간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커피를 더 많이 마시긴 하지만 전시감상 후 정리하는 단계에서 연계된 음료를 마시는것이 우선 탁월했던것 같고, 코스터에 새겨진 문구를 보고서는 전시를 주최하는 글린트(GLINT) 의 섬세함을 엿볼 수 있었다. 


라벤더-레몬에이드를 좋아하는데, 레몬이 없이도 라벤더 향을 탄산으로 즐길 수 있는 음료였다. 

허브의 향과 살짝 단 맛이 함께 느껴졌고, 부담스럽지 않은 깔끔함 이었다. 


일반적인 커피 메뉴나 와인을 마시는 것도 좋지만, 감상의 여운을 보다 오래 느끼려면 스페셜 음료를 선택해보기를 바란다. 


Diving into the self
코스터에 새겨진 전시의 슬로건 'Diving into the self' 와 빛이 투과되어 번지는 핑크빛은 힐링 포인트가 되었다.




5. 샵 피크닉

카페를 나와서 샵을 잠시 둘러보았다. 

피크닉샵과 키오스크 두가지가 있는데, 물론 다른 큐레이션과 특색을 가졌다. 

지난번 피크닉 방문때 들러보지 못해서, 간단하게만 둘러보았다. 

샵 피크닉



 공간의 목적성과 브랜드 캐릭터


여기서 잠시 들었던 생각이 있는데, 피크닉은 '카페' 피크닉, '샵' 피크닉 처럼 목적이 앞에 붙는다. 

의도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목적이 앞에 오는 타이틀은 그 공간의 목적과, 브랜드의 캐릭터를 동시에 강조하는 것 처럼 느껴진다. 만약 '피크닉 카페' 라고 했으면, 피크닉 전시장에 있는 카페구나~ 라고 생각했을텐데, 카페 라는 목적성이 앞에 보이니 그 전문성이 더 강조되는 것 같다. 


위와 같은 맥락의 관점에서 만약 의도된 네이밍 이라면 정말 글린트는 생각보다 더 디테일 장인들의 집합체가 아닐까 싶고, 언제간 꼭 한번 함께 일해보고 싶은 그룹이다. 





다시 뒷문으로 나가면서, 엄청난 눈치싸움이 벌어지던 포토존



이시대의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휴식의 '방법'을 제안하는 전시


전시가 기획된 것은 코로나가 발생하기 더 이전 일 것 이다. 공간디자인을 맡은 서승모 님의 에필로그에 따르면 [ 현대인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위의 시간은 초조하고 불안한 것 이지만, 잠시 멈춰서 모든 것을 손에서 놓아보자.] 라는 전시 기획 의도가 엿보인다. 거창한 것이 아니라, 아주 잠시라도 가속을 멈추고 삶의 짧은 순간, 작은 부분에서 느끼고 관찰하면서 숨을 고르는 시간이 필요한 것 이다. 


중요한 포인트는, '지금 당장 멈추고 눈을 감고 생각해' 라는 획일화된 명상으로 인한 치유가 아니라, 조금씩, 천천히, 그리고 다양한 방법속에서 나에게 와닿는 휴식의 '방법' 을 제안하는 것 이다. 


코로나의 여파로 여러가지 변화 속에서 좌절과 희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누군가에게는 기회, 또 누군가에게는 위기의 시간이다. 이 전시 하나가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는 없겠지만, 삶에서 이런 부분을 가질 수 도 있구나 하는 작은 안식처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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