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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셈트 Feb 05. 2023

회사 책상에서 내 미래를 생각하다가 메모장을 열었다.

회사에서 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면 우선 나부터 점검해 보자


내가봐도 내가 못난 사람일 때가 있다. 심지어 실제로는 딱히 그렇지 않다는 사실도 알고, 괜한 투정이라는 것도 알고 있는. 바로 내가 지금 그런 상태 일명'인생의 슬럼프'기간을 겪고있다. 회사 모니터 화면 속 스케줄러의 형형색색 일정들을 제외하고는 회색으로 가득찬 책상. 그 책상에서 나는 내 현재의 답답함을, 미래의 불투명함을 느꼈다. 



프리랜서로, 회사원으로 일 한지 모두 합쳐 약 5년.

사실 지금 객관적으로 내 삶을 들여다보면 나름 평탄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며 차곡차곡 연차를 쌓아가고, 그러다 또 더 좋은 회사로 이직하는 그런 패턴으로 살 수도 있다. 그리고 이 패턴이 내가 지금 회사에서 만나는 선배들의 삶이기도 하다. 

그러다 문득, 아니 사실은 문득 '떠오른'것이 아니라 정신을 차렸다고 봐야겠다. 

디자인을 전공하고 대학 졸업 이후의 시간 동안 나는 나를 투자해서 내가 만드는 무언가로 돈을 버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몇 년은 그래왔다. 그리고 그중에 회사는 없었다. 주변에 유독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친구들이 많았고, 다들 그 자리에서 나름 이름을 알리고 있다. 나도 그들과 시작은 비슷했지만, 서로 조금씩 다른 것들을 추구하다 보니 각자 다른 종류의 디자이너가 되어있다. 내가 회사에서 디자이너라는 이름으로 일하고 있지는 않지만, 굳이 따져본다면

'콘텐츠 기획자로 회사에서 일하고 있으며, 퇴근하면 프리랜서 브랜딩 디자이너가 되는 사람'

으로 말할 수 있겠다. 처음 회사를 들어갔을 때 이 두 가지의 비율을 7:3 정도로 맞추자!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8:2를 맞추는 것도 어렵다. 야근을 하는 날은 집에 오면 잠들기 바쁘고, 야근이 없더라도 집에 와서 강아지 산책, 저녁, 씻고 옷 갈아입는 기본적인 것만 끝내도 이미 나는 바닥에 녹초가 되어 기절 직전이 된다. 그리고 그 바닥에서 책상 앞으로 올라오기란 너무나 큰 결심이 필요하다. 

사실 그 결심에 '마감&돈'이라는 마법을 걸면 용수철처럼 튀어올라앉을 수도 있다. 하지만 외주 프로젝트가 끝나버리면 마법도 동시에 풀려버린다는 것.


이런 현황체크를 잠시 멈춰두고, 나는 왜 지금 회사에서 미래가 보이지 않으며 무기력함을 느낄까? 생각해 본다. 똑같은 패턴으로 출/퇴근을 하고, 몇몇 사람과 일로 받는 스트레스 등이 떠오르지만, 사실 핵심은 따로 있다. 내 삶의 진짜 목표를 잃어버린 것.

나 지금 어디에 있지?


'뭐 하고 있지?' 보다는 '어디에'가 떠오른 건 아마 회사에 들어가면서 했던 나의 첫 결심 '회사에서 내가 얻고자 하는 것만 채워오자'때문일 것이다. 그 말은 즉, 그동안 내가 얻고자 했던 것들은 잘 얻어왔다는 반증이 된다. 하지만 그동안 깨달은 것. 나는 그 '필요한 것만 얻고 나오자!'라며 정해둔 내 기간 동안에도 그저 그것만으로는 충족할 수 없는 사람이었고, 회사라는 편리함에 속기 쉽다는 것.

그래서 회사 프로젝트를 하며 만나는 사람들, 브랜드를 보며 나는 질투가 났고, 그 질투와 부러움이 쌓여 그들과 다른 위치에 있는 나를 자책하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응어리가 폭발하기 직전인 것이다. 


이 폭발의 정점을 찍은 것은 한 3주 전, 나는 무기력함에 빠지게 되었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을, 축하를 건네는 것에도 야박해진 사람이 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친구가 짧은 편지에서 건넨 응원과 '우리 지금 함께하고 있어'라는 말에 왈칵 눈물을 쏟아버렸고,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그 시작에 필요한 건 있는 그대로 지금의 나를 인정하는 것. 내 감정과 상태, 스펙 등 모든 것이 해당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스트레스가 심해 긴 글을 못 읽었던 나는 운명처럼 책 한 권을 만나게 되었고, 단숨에 한 권을 읽어냈다. 

자, 다시 일어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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