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꽤나 많은 시간이 지나, 다시 돌아온 비런치를 다녀오니 참 많은 생각이 든다. 우선적으로, 비런치는 성장하고 있다. 스타트업도 많아지고, 사람도 많아졌다. 그런 비런치에서 스타트업 종사자가 아닌 사람인 것 마냥, 차분한 마음으로 부스를 돌아다녀보았다. 그런데 재미는 없다. 갈수록 재미가 없어지는 것 같다. 갈수록 식상해지는 스타트업의 콘텐츠인 것 같다. 이쪽에 오래 있어서 그런가, 뻔하고, 뻔하다.
솔직해져 보자. 주변의 사람들의 스마트폰에는 게임과 메신저, 카메라 앱, 그리고 몇 개의 주요 SNS를 빼면 무엇이 깔려있는가? (대기업의 어플은 제외해야겠지 ㅎ) 근데 스타트업들은 뭔가를 끼리끼리 하면 좋다고 자꾸 깔라고 한다. 별로 뭐 없는데 좋은 건 맞는지? 재미있기는 한 건지? 진짜 편한 건지? 편한 건 보통 외국에서 만든 앱이던데.
스마트폰을 빌미로 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은 생태계를 장악하기보다는, 소꿉놀이를 하고 있다.
서비스 설명하는 걸 보면, 소꿉놀이하는 사람들 같다. 흙으로 밥을 짓고, 상상으로 모든 것을 충족시키는, 어린아이들의 소꿉놀이말이다. 모든 것이 가정이라는 것에 갇혀있다. 배틀에서는 투자자들에게 인정받기 위한 서비스로 발전시켜나간다. 잘 모르겠다. 그냥 머릿속을 정리하며 진심으로 기대되는 국내 스타트업을 뽑아보니 딱 이 정도인 것 같다.
만화의 생태계를 잘 장악한 레진코믹스, 수학을 죽도록 잘 파고 있는 노리, 화장품 시장을 틈새를 정확히 파악하고 들어간 미미박스, 뭔가 B2B를 잘하고 있는 것 같은 아이디인큐, 기술이 확실한 SEWorks, 앞으로가 기대되고 있는 Sound.ly
그냥 내 머릿속에선 우리 서비스를 포함한 어중간한 스타트업들의 서비스가 다 외줄 타기를 하는 매출 없는 혹은 저조한 중소기업 제품 나부랭이 일뿐이다. 지하철에서 천 원에 팔 수 도 없는 그저 그런 제품. 그래서 결론은?
창업이 멋지다며, 창업이라는 이름으로 소꿉놀이하지 말자. 우리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해서 성장해야 한다. 소꿉놀이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나 하는 거다. 그리고 동네 형님들도 놀이터 만들어 놓고 소꿉놀이하자고 꼬시지 마세요.
모두들 그냥 진짜 서비스를 하자.
- 2014년 05월 14일 05시 48분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