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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규 Feb 03. 2023

몬스터 바이러스

거짓말 <1>

“우리 일이란 게 참 지랄 같지?”

최 선배의 말에 연우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이제 1년 차를 갓 넘은 햇병아리가 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늘어놓을 상황이 아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저기 우체통 앞에서 잠시 멈춰.”

 최 선배는 감시 대상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지시했다. 평소에는 농담도 잘하고 친근한 이미지인 최 선배이지만 일을 하기 시작하면 묘한 날카로움이 생겨났다. 연우는 그게 최 선배가 기관의 베테랑 조사관으로 인정받는 이유일 거라고 생각했다. 연우는 스캐너 드론을 이용하여 감시 대상의 몸 전체를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아직 체온 변화는 없습니다.”

 “그래,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순 없어. 감염 증세는 예고하고 오지 않으니까.”

 “A-131의 주변 친구들도 현재까지 발병이 보고되진 않았습니다.”

 연우가 다른 조사관들이 보내온 정보를 간추리며 말했다.

 “이대로 별문제 없이 끝나면 다행일 텐데….”

 “잠깐만요. 지금 골목에서 다시 발길을 돌렸습니다.”

드론 조종 패널의 화면을 살피던 연우의 목소리가 커졌다.

“저 녀석 뭘 할 작정이지? 드론 수거하지. 직접 살피는 수밖에….”

 최 선배가 눈살을 찌푸리며 차에서 내렸다. 연우도 스캐너 드론의 귀환 코드를 입력하고 그의 뒤를 따랐다.

 “저 녀석 왜 집 앞에서 방향을 바꿨을까요?”

 “어쩌면 보고 되지 않은 발병 증세일 수도…. 일단 조심해.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최 선배의 말에 연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 저기 다시 나타났습니다.”

 연우가 재빨리 속삭였다.

 감시 대상은 사라졌던 골목에서 다시 나와 집으로 방향을 돌렸다.

“10대들의 행동은 예측 불허라니까….”

 최 선배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감시 대상은 자기 집 앞에까지 와서 다시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는 고개를 숙였다.

“뭐라는 걸까요? 다시 체온을 확인할까요?”

“후우, 아니 됐어. 오늘 감시는 그만하자고.”

 최 선배가 갑자기 몸을 돌렸다.

“네? 하지만 아직 대상자가….”

“저 녀석 울고 있잖아.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 거지…. 하긴 자기 동생을 그렇게 잃었는데…. 위에는 이상 반응 없으므로 보고해….”

최 선배는 휘적휘적 차량으로 걸어 나갔다. 당황한 눈빛의 연우는 AMCVA 예방본부에 접속해서 감시 대상자 파일을 살펴보았다.

 “감시 번호 A-131. 성명 강수호 17세 사망한 발병 인의 오빠로 밀접 접촉자로 분류됨. 발병 장소 거주 중인 주택. 방역 처리 완료. 감시 대상자의 감시 기간 발병인 접촉에서부터 20일. 보고 항목. 체온 변화 및 이상 행동….”

 연우는 먼발치에서 수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수호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울고 있었다.

“자 오늘 우리 임무는 이것으로 끝이야. 이제 우리도 집에 가자고. ”

최 선배의 재촉에 연우도 최 선배의 뒤를 따랐다. 하지만 연우는 연신 고개를 돌려 수호를 보았다. 수호가 만드는 길고 무거운 그림자가 연우의 발을 붙잡는 것 같았다.

“우리 일이란 게 참 지랄 같지? 저런 어린애들을 감시해야 하고 발병한 애들을 상대로 죽기 살기로 싸워야 하고….”

차로 들어온 최 선배가 담배를 입에 물었다.

“AMCVA가 10대들에게만 발병된다는 건 언제까지 비밀로 해야 할까요?”

수호의 물음에 최 선배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글쎄…. 치료 방법이 나올 때가 진 함구하지 않을까? 우리에겐 여전히 가지고 있는 정보가 부족하니까 말이야.”

 최 선배의 말에 수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괴물로 변하는 10대라는 자극적인 기사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 지금의 혼란은 몇 배가 될지도 모른다. 감염경로도 예방법도 모르고 발병의 형태도 종잡을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불안과 공포를 심어줄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나저나 결혼식은 늦춘 거야?”

최 선배가 물었다. 연우는 머리를 긁적였다.

“네, 아직 제 직업에 대해 알려줄 용기가….”

“순진하긴…. 우리 마누란 내 직업을 뭐라고 믿고 있는줄 알아?”

 “네?”

“정수기 외판원이야…. 지난번에 판매왕이 되어 보너스 받았다고 하니 엄청나게 좋아하더라고 그때가 톱니 이빨 달린 여자애가 공격해서 죽을 뻔한 때였는데 말이야.”

연우는 당황한 눈빛으로 최 선배를 바라보았다.

“모든 부부는 다 조금씩 거짓말을 하고 살아. 그러니까 자네도 그냥 결혼해. 안 그러면….”

최 선배가 담배를 끄며 말했다.

“험하게 죽고 나서도 슬퍼할 사람 한 명 남지 않는 인생이 될지도 몰라.”


<계속..... 금요일마다 업데이트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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