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겨우씀 Nov 25. 2016

보통의 밥집

한입 가득 밥을 집어 넣으니 문득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어쩌면 ‘오늘 뭐 먹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돌아오는 답변이 ‘아무거나’라면, 고민은 한층 더 깊어집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참 이상하지 않나요? 매일, 그것도 세 번이나 평생 동안 하는 일이라면 익숙해져야 하는데, 끼니마다 고민을 하게 되니 말입니다.


 무엇을 먹을지에 대한 고민의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으면, 습관처럼 가게 되는 작은 밥집이 있습니다. 뭐라 특징을 설명하기도 어렵고 특별히 어떤 메뉴가 맛있는 것도 아닌, 그냥 보통의 밥집입니다. 먹지도 않았는데 벌써 그 집 제육볶음의 맛은 언제나 생생하게 떠오르는 그런 집이요. 특별함은 없지만 특별함이 없기 때문에 자주 발걸음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집이 없었으면 난 굶어 죽었겠구나” 생각하며 터덜터덜 들어가 늘 먹던 제육볶음을 주문합니다.


 식당에 앉아 한입 가득 밥을 집어넣으니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별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저 그런 ‘보통의 밥집’이 어쩌면, 가장 대단한 밥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요. 특별한 것들은 결국 그 특별함에 질리기 마련이지만, 무난한 것들은 오랜 시간 살아남잖아요. 나무를 보더라도 나무의 중심부인 심재는 죽어 있는 부분이지만 커다란 나무를 지탱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어쩌면 ‘보통의 밥집'은 나무의 심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지 않을까요. 특별하고 맛있고 새로운 것들도 좋겠지만, 심심하게 먹는 보통의 밥집이 가지는 의미도 결코 작지는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날의 식사는 조금 더 만족스러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