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의 목욕탕과 술
“맥주가 가장 맛있는 순간은 언제일까?”
자기 전, 소파에 앉아 혼자 마시는 맥주.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맥주.
시끌벅적한 바에서 마시는 맥주.
편의점 벤치에 앉아 홀짝이는 맥주.
아마 사람마다 좋아하는 각자의 ‘비어 타임’이 있을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비어 타임’은 나른한 오후에 목욕탕을 다녀온 후 마시는 한 캔의 맥주이다. 한낮의 목욕탕을 즐긴 후마시는 맥주가 맛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한 권의 책에서였다. 구스미 마사유키의 <낮의 목욕탕과 술>이라는 책인데, 이 책의 저자인 마사유키의 오랜 취미가 한낮에 목욕탕을 들렀다가 근처 술집에서 맥주 한잔을 마시는 것이라 한다. 책의 일부분을 인용하자면 이렇다.
“나는 지금, 온몸으로 맥주를 받아들이고 영혼을 다 바쳐서 받아들인다. 사랑, 그런 느낌이다.”
“아직 해가 떨어지지않았을 때 마시는 술은 달다.”
이렇게 맛있는 글을읽고 어떻게 따라 해보지 않을 수 있을까. 따라 해보았고 맥주가 달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 후로 나는 종종 맥주 맛을 즐기기 위해 목욕탕을 가곤 한다.
요즘은 정말 혼자 무언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혼밥’, ‘혼술’, ‘홀맥커’ 등 혼자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을 뜻하는 말들도 새롭게 생겨나고TV 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는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현대사회의 필요한 관계에 지친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 아닐까, 이번 한 주도 피곤한 하루를 보냈다면, 주말에는 ‘낮탕술’을 체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