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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유담 Jul 04. 2019

질 를르슈,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좋은 영화, 나쁜 극장

  


3연속으로 계속 선정이 안되다가 다시 뽑힌 시사회.

 존재만 알고 있었던 아트나인. 예술 영화만 상영하는 곳으로 인지하고 있었던, 별도로 소극장처럼 따로 건물이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곳. 7호선 이수역이라 어떻게 갈지 고민이 되었다. 이사를 하는 바람에, 그 전이라면 퇴근하고 바로 전철로 가서 대림에서 갈아탔을터인데 안양천변을 따라 철산역까지 가서 탔다. 거리상 그냥 광명사거리에서 타는 것이 나을뻔 했다.

 지도에 이수역 7번 출구에서 나와 바로였는데 계속 헤맸다. 메가박스는 있었는데, 아트나인 간판을 제대로 찾지 못해서 바로 앞에 두고도 몰랐다. 메가박스 바로 위가 아트나인이었다. 작은 환상이 깨졌다.

 배가 고파서 먹을 것을 찾다가 혼자 갈만한 곳이 마땅히 없어서 쓸데없이 시간만 허비하고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먹었다. 마실 차와 팝콘을 사서 올라갔다. 

 교육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인지 올라가서도 헤맸는데, 그도 그럴 것이 일반적인 극장이 아니라 카페처럼 개방된 공간이었다. 가운데는 일반 주점처럼 주문대와 식탁들이 놓여있고, 우측에는 개방된 공간이 있었다. 영화 현수막이 붙어있고, 스크린에는 계속 반복된 광고가 나왔다. 

 음질도 별로고 작은 화면이라, 이렇게 영화를 보는 건 새로운 경험이긴 해도 참 별로다라고 생각이 들었다.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직원이 표가 있어야 된다고 하여, 되돌아가니 엘리베이터 앞에 별도로 표를 받는 창구가 있었다. 

 음식물 반입이 안된다고 해서, 음식점이랑 같이 있으니 그런가보다 하고 수긍하고 표를 받아서 자리에 앉아있었다. 8시가 되니 양쪽에 바람이 들어오지 않도록 창문을 다시 치고, 영상이 시작되었다. 예술의 전당 로고와 함께 춤추는 장면이 시작되었는데. 이상하게 관객 수도 적고, 10분동안 계속 춤추는 영상만 나왔다. 단순 광고라고 생각했는데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이상한 생각이 들어 다시 로비로 나가니 영화 상영관은 여기가 아니라 좌측이라고 했다. 한 순간에 바보가 되었다. 

 내가 들어가는 것을 뻔히 보던 직원은 왜 아무 말도 안해준 것일까. 내가 뻔히 영화표를 들고 들어가는 것을 봤으면서. 한 남자 직원은 내가 들고 있던 음료수 병을 가방에 집어 넣으라고 강압적인 말투로 말을 해서 기분이 다 잡쳤다. 한 마디 하려다가 영화 시간이 아까워 들어갔다.

 영화관이 너무 작아 영사기가 나 때문에 가려질까 조심하면서 들어갔는데, 직원이 안내해준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아있었다. 확실히 그쪽이 잘못 앉은게 맞았는데 어찌할 줄을 모르길래 극도로 화가 났지만 다른 사람들에 피해가 갈까봐 맨 앞줄 빈자리에 앉았다. 영화는 이미 꽤 진행된 상황. 어이가 없고 내가 부끄러워 중반까지 영화에 집중을 못하고 분을 삭혔다.

 영화평을 써야하는데 엉뚱한 이야기만 썼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영화에 녹아들어 얼굴까지 붉어졌던 화를 식혀내고 기분 좋게 나갈 정도로 좋은 영화라는 반전.


 취직을 못하고 처형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베르트랑(초반을 놓치니 누가 누군지 이해하는데 한참 걸렸다),  회사가 파산하기 직전인 마퀴스, 차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도 꿈을 놓지 않는 히트곡이 없는 락커 시몽, 가족간의 불화와 어머니의 정서 불안으로 까칠한 로랑. 약간의 지적장애로 수영장 정리만 할 수 있는 정이 넘치는 티에리. 어딘가 문제가 있는 중년 남성들이 수영장에서 수중발레를 통해 변화하는 어찌보면 또 뻔한 줄거리. 이들을 가르치는 여성 코치 델핀은 전 연인에 대한 집착 등으로 심리치료 중, 아만다는 하반신 장애로 휠체어를 타고 다니고. 모두가 제약을 이겨내고 멋진 결말을 이루어내는데 쾌감이 있다. 


 초반이 너무 궁금해서 태어나 처음 이해도 못하는 프랑스 사이트를 뒤져 원본 영상을 찾아내서 놓친 앞부분을 다시 봤는데, 말은 하나도 못 알아들었지만 대충 이해가 갔다. 작은 원안에 인생 전반을 보여주는 굉장히 철학적인 장면이이었는데 이걸 놓치다니! 어찌보면 수미상관 방식의 영화였는데, 마지막에 왜 네모에도 동그라미가 들어갈 수 있다고 했는지 오프닝을 무조건 봐야 이해할 수 있는 말이었다. 


 주연배우들을 분명히 어디선가 한번은 봤던 배우들인데, 헐리우드 영화와 구분을 못하는 무지함. 로랑 역의 기욤 까네는 이전에 본 <논픽션>의 편집자 역이었는데 이미지가 완전 달라 놀랐다. 

 극장이 작아서 그런지 관객이 옆사람을 의식해서인가 유독 웃음소리가 자주 들리고 크게 났다. 내가 감정이 메마른 것인지 딱 한 번 크게 웃었는데, 재미도 감동도 다 잡았다.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들었던 음악이 나오고, 제목은 모르지만 익숙한 음악들이 자주 나와서 좋았다. 

 대역이 아니라면 얼마나 피나는 연습을 했을까 할 정도로 멋진 수중발레씬.

 

  둘 다 아직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한국영화 <즐거운 인생>, <브라보 유어 라이프>가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한다. 중년들에게 큰 힘이 될 영화.

 참 좋았는데,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내 미래가 심히 걱정이 들었다.


누가 봐도 여기서 상영할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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