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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유담 Dec 12. 2019

아시프 카파디아, <디에고>

뒤늦게 만난 축구의 신神

 다른 광고성 블로그 글 보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의 위치 때문에 <브런치 무비패스>는 이어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쉽게 끝이 났다. 게으르긴 했지만 열심히 글을 썼는데, 나처럼 너무 솔직하게 쓰는 사람이 많아서였는지 더 이상 이어지지 않고 최종 종료한 듯. 마케팅에서 역효과가 났을지도 모른다. 그게 글쓴이의 문제인가는 생각해봐야겠지만.

 영화야 언제든 보고싶을 때 보면 되지만, 내 의지와 무관하게 절대 내가 고르지 않을 영화를 한달에 3~4번씩 볼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어서. 다시 하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던 때에 메일이 왔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영화 마케팅사에서 일일이 무비패스 게시자를 검색해서 직접 연락한 듯. 마침 쉬는 날에 너무나 좋아하는 축구 영화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디에고".

 세레소 오사카 경기를 자주 관전하면서 '디에고' 하면 응원 때문에 우루과이의 레전드 '디에고 포를란'이 먼저 떠오르지만, 그 이전의 신이라 불린 사나이, '디에고 마라도나'의 다큐멘터리.

 시사회 티켓을 받을 때 3부작 이라고 해서 앞에 1,2부는 두고 왜 3부부터 보게 하는건가 했더니 아시프 카파디아 감독이 이전 다큐까지 포함해서 '3부작'이라고 한 거였다. 다큐나 예술영화 좋아하는 사람이면 다 아는 감독인 것인가.  

 

 나름 축구를 좋아하고, 게임 덕분에 꽤 많은 선수들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현역 뛰던 시절을 기억하는 것은 98년도부터다. 그 이전 세대의 선수들은 이름만 알거나 간혹 나오는 자료화면 정도이니 마라도나 역시 그냥 의례적인 '전설'이라는 것만 알고 어느 정도의 선수인지는 관심도 없었다.

 역사상 최고 선수라고 생각하는 "리오넬 메시"가 같은 아르헨티나이니 아무리 예전에 날고 기었다고 해도, 그선수들을 지금의 축구에서도 똑같이 활약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생각이 굳건하여, 마라도나도 메시보다는 못할 거라는 편견 탓이었다.

 말년에 마약 중독으로 불명예스럽게 퇴진하고, 감독으로서도 별로 성공 못한 퇴물인데 왜 아직까지 전설로 인정받을까, 제대로 궁금해하며 알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고보면 아드리안 무투 같은 사례도 있었는데 말이다.


 영화도 다큐이고, 있는 사실 그대로이니 인터넷에 검색만 해봐도 마라도나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경력을 보였는지 다 알 수 있지만. 

 뛰어난 작가들이 아무리 글을 잘 쓰고 연출을 잘해도, 실제로 일어난 일만큼 더 영화 같고 재미있는 것은 없는 듯하다. 역사를 각색하는 것만으로도 평생 다 못 볼 콘텐츠가 나오는 이유일 것이고.

 아르헨 명문 보카 주니어스에서 바르셀로나로. 그러나 바르셀로나에서 방출당해 다시 뜬금없는 이탈리아의 나폴리로. 최근에야 함식, 이과인, 카바니, 인시녜 등 챔스권에 준수한 성적으로 어느 정도 명문 반열에 올랐지만, 마라도나 이전/이후는 별 보잘 것 없는 프로팀이었는데 왜 수많은 팀을 두고 여기를 갔을까.


 이런 팀을 단기간에 우승으로 이끌고, 나아가 UEFA컵 우승까지. 대구FC가 아챔은 물론 클럽월드컵 우승까지 할 가능성 정도가 아닐까. 거기에 아르헨티나를 월드컵 우승에 다음엔 준우승. 

 마라도나하면 '신의 손'도 수식어처럼 붙어 다니는데, 그 경기에서 드리블 돌파 골을 같이 터뜨린 것은 몰랐다. 핸들링 골만 있었으면 영원히 욕 먹었을텐데 두 번째 골 덕에 다 덮어버린 듯. 


 그렇게 나폴리와 아르헨의 신이라 불리는 사나이었다가, 그 다음 월드컵 준결승을 하필 '나폴리'에서 이탈리아와 하게 되는 참 일부러 짜맞추기도 힘든 연출 같은 대진.  

 승부차기 끝에 이기고, 한 순간에 영웅에서 역적이 된 마라도나. 2002년에 페루자에서 방출된 안정환이 떠올랐다. 전반적으로 이탈리아가 싫어지게 되는 영화.

 선수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수준에 올랐을 때. 

 장량처럼 스스로 물러나 신선이 되는 것이 최고의 결말인가. 가장 높은 자의 끝은 왜 거의 다 비극인가. 

 메시도 위대하지만, 이미 최강팀인 바르셀로나에서만 이룬 업적이고 아직 월드컵이나 코파 아메리카 우승조차 없으니 짧지만 마라도나의 최전성기는 더 높이 평가 받을 만도 한 듯.

 

 몰랐을 때는 한심하게만 보였는데, 영화를 보고 나면 동정심이 일면서 경외감이 들게 된다.

 디에고 마라도나.

 건강을 되찾아, 살아생전에 감독으로서도 선수 때의 영예를 보여주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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