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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네치카 Jan 09. 2021

이번 새해는,  떡국 말고 떡볶이가 먹고 싶어

나에게 필요한 건, 짜릿하고 매운 알싸함과, 그 알싸함에서 오는 갈증이다



새해가 찾아왔다. 올해도 나는 어김없이 떡국을 먹었다. 새해 아침부터 따뜻하게 끓여진 떡국은 추운 속을 따뜻하게 달랬다. 그 따뜻함이 주는 배부름과 포만감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올해는 떡국 말고 떡볶이가 먹고 싶었다.

그것도 맵고, 짜고, 달고 자극적인 떡볶이 말이다. 더 이상 나이를 한 살 더 먹기 싫은 나이에 이른 것도 있고,

 고추장 범벅이 된 떡볶이 먹으며 정신 좀 차리고 싶다. 요즘의 나에겐 필요한 건 등 따스한 포만감이 아니라,

짜릿하고 매운 알싸함과 그 알싸함에서 오는 갈증이다. (아 그러고 보니, 매운 떡볶이와 쿨피스도 같이 먹고 싶다.). 올해는 다를 거라는, 다르게 살고 싶다는 소망에서 오는 갈증. 올해는 꼭 그 갈증을 어느 정도 달래주고 싶다.

나의 떡볶이 취향은 새빨간 색의 통통한 쌀떡파다. (사진은,, 밀떡같군요)

 언젠가부터 처음이라는 말에 설레지 않게 되었을까. 분명 한 때는 첫 만남, 첫사랑, 첫 출근 등에 한없이 설레던 날들이 있었다. 새해도 그랬다. 먹으면 나이 한 살 더 먹는다는 떡국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뽀얀 쌀떡이 꿀떡꿀떡 미끈하게도 목을 넘어갔다. 뽀얀 쌀떡과 국물이, 올 한 해의 내 미래 같았던 나날들이 있었다. 새로운 꿈을 꾸고, 다짐을 하고, 작심삼일 될 것 같은 계획을 세워도 즐거웠다. 새로운 시작은 가끔은 지난날에 대한 면죄부 같았고, 시작이란 말이 주는 희망감 자체로 행복했다

 어떤 책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후회할 일이 많아진다고. 요즘의 나는 새해가 그리 희망차지 않다. 최근 몇 년간 새해는 나에게 새롭게 시작하는 즐거움 보다, 무기력하게 지나간 지난해에 대한 아쉬움으로 그득했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눈을 뜨고, 8년째 같은 장소로 출근하고, 퇴근 후에는 넷플릭스를 보는 쳇바퀴 같은 생활은 안정적이었지만, 만족스럽진 않았다. 변화하고 싶다는 소망, 나아지고 싶다는 갈망,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다는 욕망이 그러데이션으로 올라왔다. 안정감이 주는 편안함에 몸을 기대면서 움직이지 않으면서 매년 다를 거라는 착각에 살았다. 내가 하지 않으면, 결코 내년도, 내후년 새해도 떡국 먹으며 나이만 먹을 것이다. 그래서 올해는 무엇이든, 조금씩이라도 하려 한다.

 그 시작이 바로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이다. 글쓰기는 나를 행복하게 한다. 나를 무엇이 된 사람처럼 만들어 준다. 설사 무엇이 되지 않아도, 조금 나은 사람처럼 느끼게 한다. 글로 모인 사이는, 올해 나에게 첫 떡볶이다. 꾸준함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매운맛이다.그러나 곱씹다 보면, 얼마나 달달한지. 떡볶이 애호가로서, 그 찐맛의 행복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올 한 해 열심히 떡볶이를 즐겨서, 내년 새해에는 따뜻한 떡국을 다시, 설레는 마음으로 먹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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