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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네치카 Apr 26. 2021

직장인브이로그_점심편

이 글에는 오롯이 직장인 나만 있다

 가끔 유투브를 본다. 아니 조금 더 자주, 아니 꽤 자주 본다. 뉴스도 보고, 연예 기사도 꼼꼼히 본다. 부동산, 코인 얘기도 훑듯이 보다보면, 씁쓸해 진다.

  브이로그도 즐겨본다. 남의 일상을 관객 때론 지인 쯤은 되어 같이 영상을 통해 잠시 보내본다. 댓글도 본다. ‘왜 아무것도 안하는데 재미있죠’ 란 식의 댓글이 종종 보이면, 내 딴엔 훌륭한 브이로그란 판단에 이른다. 예쁘고 잘난 배우들이 나오는 극 마저도, 막장이여야 사람들 눈길을 끌게 하는 시대에서, 아무것도 안하는데 10분 이나 시간을 쏟는다는 건, 말 그래도 ‘꿀노잼’ 이라는거다.

 오랜만에 글을 쓰고 싶은데, 글감이 안 떠올라 나의 점심시간을 써보기로 한다. 브이로그처럼. 문제는 내 글에는 없는 것들이 많다 꿀노잼 브이로그에는, 영상미, 나레이션, 가끔 혹은 때때론 배우 뺨치는 일반인 들이 등장하는데, 내 글에는 오롯이 ‘글’만 존재한다.

 서론이 너무 질척거렸다. 결론은 나의 점심편 브이로그의 오프닝은, 고층 빌딩에서 사원증을 달랑달랑 목에 걸고 나오는 시점부터 시작이다.

 점심은 회사 지하 구내식당에서 간단히 먹었다. 아침을 못 먹고와서, 제대로 된 밥을 먹고 싶었는데 길고 긴 줄을 참을 수가 없더라. ( 언젠가부터 회사 점심시간의 줄이 더더더 길어진 느낌이다. 취업이 힘든 시기에 사람이 갑자기 늘어났을리 없고, 코로나로 출장이 어려워져서 그런가 싶다. 코로나는 회사 건물 공간의 적정성을 어림잡기 힘들게 한다. 때론 사람이 넘치고, 때론 재택근무로 공간을 허하게 만든다.)

 오늘은 굳이 팀,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싶은 날은 아니었다. 할 일도 많고, 그래서 마음도 바쁘다. 혼자 여유로운듯, 나의 페이스대로 밥을 먹고 봄공기가 가득한 외부로 나와본다. 내가 지금 나의 직장을 좋아하는 손에 꼽을 수 있는 이유 중에 하나는, 여의도에 있다는 거다.

 파랗고 높은 하늘 아래, 숲도 있고, 한강의 기적의 주인공인 한강도 지척이다 오늘은 풀 냄새가 마스크까지 뚫고 들어오는 싱그러운 숲, 공원으로 와 본다.  와이셔츠에, 정장 바지와 치마를 입은 직장인들이 사방으로 다닌다. 마스크를 쓰고, 사원증을 매달고, 커피를 손에 지니고 있다. 마스크로도 감출 수 없는 훈남, 훈녀도 보이고, 잠시라도 자유로워 보이는 부장님들의 얼굴도 보인다. 취준생 시절, 사원증을 매고 커피를 들고 삼삼 오오모여 웃는 직장인들을

본 적이 있다. 부럽고 멋있었다. 어느덧, 새롭지도 않은 일상이 되었다. 좀 더 멋있어 지고 싶은데, 요즘은 무엇이 멋있는 일인지 잘 모르겠다.

 잠시 앉고 싶었는데, 자꾸 이름 모를 벌레들이 얼굴에 몸에 앵긴다. 봄이라 오늘 아침에 뿌린 장미 향수 때문인가보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다리는 걷고, 손은 두드리며 이 글을 쓴다.

 시간은 벌써 12시 사십분, 점심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양치하고 하려면 지금은 슬슬 들어가봐야 한다. 오후에는 많은 일들이 밀물처럼 밀려올 것이다. 밀려가지 않고 중심을 잡으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점심 시간, 공원에서 걷고, 보고, 브런치에 글도 쓰며 에너지를 충전했다. 그러고 보니 월요일이다. 모든 직장인 화이팅!!


pa.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쓴다. 인생에 거대한 전환점이나, 무료한 글테기를 맞아서도 아니었다. 정확하게는 모르겠는데, 게을렀다. 시작은 미약하지 않고 어렵다. 오랜만에 어렵게 쓴 글이라 주저리주저리해도 이해해 주시기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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