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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네치카 Mar 31. 2024

저, 멘토가 되고 싶어요

회사에 즐겁게 출근할 동기부여가 하나 더 생겼다. 

 멘토란 무엇인가!. 사실 이런 글을 제일 싫어하는데, XX란 무엇인가!라고 시작한다는 건, 상당히 천편일률적이며 상상력이 빈곤해 보이기까지 한다고 늘 생각했으니깐. 하지만, 자기모순적 이게도 이 글은 이렇게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멘토가 되고 싶은데, 누가 그게 뭔데요?라고 하면 대답할 말이 선뜻 떠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이버에서 '멘토'를 검색했다. 네이버는 이렇게 말한다. 멘토란 , '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담 상대, 지도자, 스승, 선생'이라고.  아! 내가 그래서 멘토가 되고 싶었구나. (나의 이상형은, 현명하고 대화가 잘되는 사람인데, 내가 멘토를 구하고 있었던가!!! ) 


 나의 어릴 적 꿈은 선생님이었다. 매년마다 줄기차게 했던, 장래 희망에 나는 부단하게도 '선생님'이란 세 글자를 또박또박 적었다. 내가 꿈꾸던, 어른이 된 나는, 항상 교단에 서 있었고, 학생들에게 사랑도 받고 , 존경도 받는 이상적인 선생님의 모습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신문부' 동아리 선배가, 내가 꿈에 그리던 대학의 국어교육과에 합격했다. 마침 나도 그 학교에 시험을 보러 가게 됐는데, 그 선배가 시험 끝난 나를 따뜻이 맞아주었다. 아름다운 교정, 멋진 이성 친구들, 그냥 그 자체로 자유롭고 싱그러운 분위기들이 압도적으로 나를 부럽게 만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선배의 후배가 꼭 되고 싶었던,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잠시 설렜던 고3, 나의 몽글몽글한 감정도 생생히 기억날 정도니, 얼마나 내가 그 학교에 가고 싶었는지 가늠이 된다. 결론은, 무심하게도 나는 떨어졌고, 뭐, 지금은 브런치에 이따금 글을 써서, 족적을 남겨보려는 직장인이다.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였을까, 나는 유난히 선생님을 좋아했다. 선생님께 칭찬받고 싶었고, 좋은 학생이 되고 싶었다. 이 버릇은 회사와 서도 이어졌는데, 회사 팀장님이나 선배를, 처음엔 선생님처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당연한 건데, 날카로운 피드백, 이성적인 지시, 냉철한 평가 앞에서 감정적으로 슬퍼했던 적들이 있었다. 

 이쯤 되면, 나의 첫 멘토가 생각나는데, 나는 항상 되뇐다. 이 분 때문에 회사생활한다고!. 엑셀 피벗도 모르고, 폴더 정리도 잘 못해 업무 능력 최하인 데다가, 야근해서 친구와의 약속을 취소해야 하는 상황을 비극적이라 생각하며 질질 짜던, 정식적으로 미성숙했던 병아리를 사람으로 만들어 놨다. 그 방법이, 지금 생각해 보면 다소 건조하면서도, 묘하게 자존심을 갉아먹는 방식이긴 했어도, 나에겐 사실 그 방법이 잘 맞았었다. 그리고, 결국은 그 멘토 분이 굉장히 똑똑하고 일도 잘한다고 기본적으로 내가 인정했기에, 따를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항상 나는 진심으로 멘토분께 감사하다. 

어렸을 때는, 멘토란 멋진 것이라고 생각했지, 어려운 일인걸 몰랐다. 

나름 중견 연차에 들어서서, 후배들과 일할 상황이 많아지는데, 멘토토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요즘 자주 느낀다. 솔직히, 조직책임자도 아니고, 다 같이 일하는 Just 팀원일 뿐이므로, 멘토와 꼰대 차이는 '님'과 '남' 차이의 정도일 뿐이고, 내가 햇병아린인 시절과 요즘 친구들의 감성과 태도가 다르니까, 고민이 된다.  이번에 후배랑, 같이 일할 일이 있었는데, 내 이름도 같이 걸려있어서인지 조금은 초조하고, 일의 진전이 느리게 될 때 불안했다. 안정성이 사라지자, 자애롭고 착하던 선배는 사라졌다. 예민하게 쫀다거나(?), 말투가 차갑게 나간다거나, 부정적인 말은 안 해도 그런 공기를 만든다거나 말이다. 이런 건 나도 싫어하던 모습인데, 여유가 없어지니 어쩔 수가 없더라 싶었다. 대신, 최선을 다해서 같이 일하려고 했고 (생각해 보면 계속 같이 있어서 싫었을 수도 있겠다.ㅋ), 전체적 방향성을 바로 잡아주려고 노력했다. 나름 새벽까지 일하면서, 보고서 검수도 했으니, 기준 정말 최선을 다한 것이다. 다행인 건, 다른 감성을 가진 MZ 후배지만, 일에 대한 열정도 있고, 무엇보다 똑똑한 후배라서, 결론적으로는 업무를 같이 마칠 있었다. 끝내고 보니, 뿌듯하다. 그리고 이런 뿌듯함을 느끼게 해 준, 후배에게도 고마웠다.  

 이 뿌듯한 감정이 의외로 참 좋다. 어쩌면 나 멘토에 특화된 것인지도!. 이 감정이 좋아서, 기회가 있다면 또 멘토로서 나서고 싶다. 대신에 좀 더 여유로워지고 싶긴 하다. 모든 여유로움에는, 완벽함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다. 더 노력해야겠다. 매일매일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좋은 멘토가 되고 싶다는 회사 생활을 의미롭게 만들, 동기부여가 하나 더 생겨났다. 먹고살기 위해 매일 천 근 만 근 한 몸을 일으켜서, 미세먼지 심한, 아침 공기 마시며, 만원 지하철로 내 몸을 실어야만 하는 운명에,  이런 아름다운 동기 부여 하나 더 된 것이 얼마나 좋은지! 내일 출근을 앞둔, 일요일 저녁. 참 행복...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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