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마이애미 1

일주일 전에 급 떠난, 마지막까지 다 쓸지 의문인 여행 기록

by 해야


여행할 결심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회사를 가기 전까지 한 달의 시간이 주어졌다. 어디를 다녀와도 충분한 시간이었는데 퇴사 후 곧바로 크리스마스 연휴, 새해가 되다보니 이런 저런 스케줄도 많았고 무엇보다 끝내지 못한 집 정리를 하느라 주어진 시간의 절반 가량은 써버린 것이다. 이제 2주 뒤면 출근인데 이 아까운 시간 동안 집정리밖에 한 것이 없었다 (심지어 제대로 끝내지도 못했다). 어디라도 가지 않기엔 시간이 너무 아깝다. 돈이야 한 달 후의 내가 벌테고 일단 미래에서 땡겨 다녀오면 된다.


갑자기 여행지 결정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당장 다음 주에 출발해야한다. 지금이 아니면 가기 힘든 곳들과 가고 싶었던 곳들의 교집합을 추렸다. 최종 후보는 엘에이, 샌디애고, 마이애미였다. 엘에이는 정확히는 캐년들과 (욕 처럼 읽힌다) 라스베이거스, 엘에이 루트로 짜여진 여행사 단체 관광 상품이었다. 운전을 못하고 동행자가 없고 그랜드 캐년 일대의 주요 자연들을 미국에 살면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지금이 최적기일 것 같았다. 인터넷 검색에서 나온 한인 여행사 몇 곳에 전화를 돌렸다. 이미 홈페이지에서 얼추 가격을 확인한 상태라 금액이 비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예상치 못한 추가 금액이 발생했다. 1인 여행객은 같이 묵을 사람이 구해지지 않으면 혼자 호텔방을 써야해서 1실 금액을 혼자 내야하니 금액이 오를 수 있단다. 혼자 여행하는 것도 우울한데 돈까지 더 들다니. 더 큰 문제는 여행사 패키지 가격은 엘에이에서 만나 여행을 시작하고 다시 엘에이에서 여행을 파하는 것까지의 가격이라, 뉴욕에 사는 나는 개인적으로 엘에이까지 항공표를 사야 한다는 것이었다. 재빨리 머리에 단체 관광하는 내 모습을 시뮬레이션으로 돌려보기 시작했다. 이미 지칠대로 지쳐 빡빡하지 않은 스케줄의 힐링이 필요한 내가 버스를 타고 계속 이동하면서 모르는 사람들과 관광 스케줄을 소화하고, 돌아와서 바로 새 직장에 출근한다? 이건 지금 내게 필요한게 아니라는 결론이 빠르게 내려졌다. (사실 비행기표 가격을 따로 내야한다는 것에서 이미 결론이 내려지긴 했다. 아무리 미래의 내가 돈을 메꾼다고 해도 미래의 나에게도 지켜야 할 예의가 있는 법이니까.)


그렇게 샌디에고와 마이애미로 후보지를 좁히고 최종 결정을 위해 유투브로 줄기차게 여행지 브이로그들을 보기 시작했다. 죙일 유투브만 들여다본 후 드디어 마이애미 행이 결정됐다! 우유부단한 내가 결정을 확고하게 내릴 수 있게 만든건 마이애미 근교의 키웨스트라는 섬 덕분이었다. 키웨스트는 마이애미에서 버스로 대여섯시간 거리에 있는 곳인데 헤밍웨이가 살면서 집필했던 곳이란다. 헤밍웨이나 그의 작품에 그렇게 큰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이미 키웨스트와 헤밍웨이라는 연결고리를 안 이상 이 곳은 가야만 했다. 유투브에 나온 키웨스트는 화려한 관광지같은 마이애미와 다르게 작고 시골 근교같은 느낌이었다. 미국의 가장 최남단. 쿠바와 가장 가까운 곳. 키웨스트를 지칭하는 모든 수식어들이 심장을 뛰게 했다. 바로 저 곳이다! 키웨스트에 마음을 홀라당 빼앗긴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책 한권 들고 나가 카페에서 책을 읽고 동네를 어슬렁 거리다가 또 책을 읽는, 내가 원하는 휴가의 모습이 상상됐다. 그렇게 마이애미와 키웨스트를 함께 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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