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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균 Jan 28. 2016

영화 <오션스> 시리즈 리뷰

love, what else?

b.

 잘 시간을 쪼개 '오랜만에 영화나 한편 보고 잘까' 하고 이리저리 찾다 보면 보고 싶은 영화들이 대개 지나치게 우울하거나 템포가 느린 영화들 뿐일 때가 있다. 그럼 자연스레 가볍게 볼만한 영화들을 찾게 되는데, 그렇게 찾고 찾다 보게 된 영화가 바로 <오션스 일레븐>이었다.

 사실 오션스 시리즈는 숫자가 하나하나 올라갈 때마다 재미는 두 배로 내려간다는 평들이 많았기에 <오션스 일레븐>만 봐야지 했었는데, 마지막에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를 쫓아가는 뚱땡이 두 놈 때문에 <오션스 트웰브>를 보게 됐고, 속편이 가져다준 화를 억제하기 위해 <오션스 13>까지 보게 됐다. 그렇게 내 사흘간의 밤잠이 날라갔다.



1.

 영화는 조지 클루니가 감옥에서 나오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곧바로 도둑질 계획을 세운다. 감옥에 나오자마자 바로 도둑질 생각을 할 정도면 당연히 복수겠지 했는데, 웬걸 뜬금없이 사랑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도둑질을 한다니 얼마나 아름다운 여자이려나 잔뜩 기대하며 보는데 계단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내려온다. 맷 데이먼이 앞에서 설레발치는 대사 몇 마디만 던지지 않았어도 그렇게 기대하진 않았을텐데. 물론 실망도.

 어떻게 보면 이야기의 모든 걸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인물의 등장을 이 이상 더 아름답게 표현할 순 없었겠지 싶다가도 <노팅 힐>에서의 그녀를 떠올려보면 내심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었다. 그래도 뭐 줄리아 로버츠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면 얘기가 달라지니깐.

 무튼 도둑질을 위해 하나 둘 사람들을 모으다 보니 조지 클루니를 포함해 총 11명. 그렇게 그들은 조지 클루니의 사랑과 서로의 돈을 위해 도둑질을 하게 된다. 그러다 일이 커져 유럽에서도 한 탕 하시고, 라스베가스로 다시 돌아와 친구의 복수를 위해 또 한 탕 해주신다. 3편 모두가 해피엔딩이지만, 이토록 허망함과 허탈함만 더해가는 시리즈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해피하다.


2.

 줄거리라 할 것도 없이 참 간단한 내용이다. 사실 도둑질에 뭐 그리 대단한 이야기가 필요하겠나. 그저 돈 아니면 사람 때문에 저지르는 범죄인 것을.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영화는 볼거리에 집중하게 된다. 화려한 캐스팅과 그들을 더 눈부시게 빛내주는 도시의 모습들, 그들의 패션, 소품, 심지어 카메오들마저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화려하다.

 <오션스 일레븐>은 그래도 이러한 화려함이 영화의 재미를 더해주지만, 속편부터는 그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시나리오를 쓰다가 도저히 참신한 도둑질이 생각나지 않았던 건지 전우치가 부적 날리듯 지인 찬스를 마구잡이로 써댄다. <반지의 제왕>에선 그래도 하드 캐리는 온전히 간달프의 몫이었지, 이 시리즈는 여기저기서 쉴 새 없이 서포트를 해주니 '13'이란 숫자가 제목으로 쓰이기엔 되려 작게 느껴진다.


3.

 캐서린 제타존스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사실 그녀를 대표하는 영화하면 자연스레 <엔트랩먼트>나 <마스크 오브 조로>가 떠오르곤 하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다. 그녀가 3편의 시리즈 중 단 한 작품에만 출연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정도로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이상하게 브래드 피트와 호흡을 맞추는 여자들은 언제나 자신의 작품들 중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에서의 안젤리나 졸리도 그렇고, <조 블랙의 사랑>의 클레어 포라니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케이트 블란쳇도 그렇다.

 언제나 브래드 피트 때문에 영화를 봤다가 그의 여자들 때문에 넋이 나간다.


4.

 스티븐 소더버그의 감각적이면서도 디테일한 연출은 시리즈 내내 돋보였다. 그만의 화면 구도와 색다른 촬영기법, 심지어 영화 속에 삽입된 글자 하나하나를 보면서도 속으로 감탄사를 내질렀다. '와'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장면 하나하나가 정말 '깨알'같았다.

 사실 그의 연출이 아니었다면 저 배우들이 속편을 보고서도 또다시 세 번째 시리즈에 출연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덕분에 관객들은 적어도 오션스 일당만큼은 11명 모두를 시리즈 내내 볼 수 있었다. 어쩌면 <오션스 13>은 속편을 보고서도 6년이란 긴 시간을 시리즈와 함께 해준 관객들에게 보내는 반성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끝까지 오션스 일당을 맡아준 연출과 배우들 덕분에 욕은 했지만 내심 다음이 기대되는 시리즈였고, 이야기는 산으로 갈지언정 눈은 뗄 수 없었다.




<오션스 일레븐> ★★★☆

<오션스 트웰브> ★★☆

<오션스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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