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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sa J Jun 27. 2024

지극히 개인적인 소소한 행복 20가지

아프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일들에 대하여

"모양이 좋지 않네요. 어쩌면, 혹시 모르니 추가검사를 해봅시다."


그리고......

결과는 암이었다.

눈물은 나지 않았다.

잠시 두려움이 스치고 지나갔으나 반쯤은 예상했던 터라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 마음과는 다르게 손이 미세하게 떨렸고 마주 잡은 두 손은 차갑게 느껴졌다.

아주 잠깐 '나는 참 살았다. 딱히 억울하거나 슬픈 일은 없었다. 아빠를 고이 잘 보내드렸고 아이들은 잘 컸으며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좋다.

초기암이라 그럴 일은 없겠지만 설사 뭔가 잘못된다 해도 크게 나쁘지 않을 상황이야'라는 것까지 생각에 미치자 마음의 평안이 찾아왔다.


수술은 잘 마쳤고 충분히 쉬는 동안 평온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내게 주어진 시간에 감사했고 먹고 보고 느끼는 모것들이 행복으로 다가왔다.

언젠가 행복은 상대방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어야 한다고 쓴 적이 있다.

그래야 여러 번 행복을 느낄 수 있으며 누군가와 헤어진다 해도 내 안의 행복을 뺏기지 않는다고 말이다.

내가 느끼는 소소한 행복에 대해 적어보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혹 당신에게는 없다고 생각한 행복이 나열한 것 중 한 가지라도 있으면 어떨까, 그리고 그 기분 때문에 설핏 지나가는 감정이라도 당신이 미소 짓고 있다면 참 좋을 것이다. 행복은 상대적인 감정이라 내가 느낀 행복이 누군가에게는 행복이 아닐 수 있겠지만. 아래 한 가지라도 행복한 감정이 든다면, 또는 다른 행복한 일이라도 떠올랐다면 그 또한 보람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 무더운 여름을 지나 긴팔을 꺼내 입는 아침 차가운 공기. 일어나기 싫어 이불을 끝까지 뒤집어쓰는 일.

   스웨터나 가디건을 첫 개시할 때의 기쁨이란!

2. 내가 좋아하는 과일이 시즌이 되어 판매하기 시작할 때, 과일 가게에서 발견하는 순간 기쁘다.

최근 초당옥수수나 자두를 발견했을 때의 내 기분!

3. 단골 옷가게에 구경을 갔는데 이런 예쁜 옷이 너무 많다. 두근두근 설레는 기분으로  몇 가지 라인업 중 최종 선택을 했을 때. 그 옷을 입고 외출할 때 몇 번은 더 행복하다.

4. 내년 다이어리를 선택하고 휴일과 각종 기념일을 체크할 때.

5. 우리 집 강아지 쩡이가 한없이 내 눈을 맞추고 안을 때 그 따뜻함.

6. 좋아하는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길.

그리고 충분히 수다 떨다 돌아오는 길의 마음 벅찬 감동.

7. 도서관에서 책을 구경할 때. 분위기만으로도 최고만 마음에 드는 책한 권을 빌려 나올 때 든든한 마음이 좋다.

8. 커피숍에 들어설 때 밀려오는 짙은 커피향기.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케이크 한 조각이면 더 부러울 것이 없다.

9. 분위기 좋은 노래. 요즘 너무 좋다 힐링되는 쏘울 곡이 있다. 뒤늦게 꽂힌 Creep_radiohead

10. 비 오는 날 집안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 빗소리를 들으며 낮잠까지 잤다면 완전 행운이다.

11. 예쁜 크리스마스 트리, 캐롤이 울려 퍼지는 상점들. 시내 한복판에 서면 밀려드는 감정. 언제나 12월은 행복하다.

장하다. 나는 1년을 또 잘 살았다 하는 안도감은 덤.

12. 좋아하는 친구, 가족에게 줄 선물을 고르고 상대방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일. 스스로 뿌듯하달까.

13. 이올린 연주. 합주할 때의 기쁨이란. 다른 사람들 연주가 90프로 이상을 차지해도 내 것이 되는 것 같은 느낌.

아이러니하게도 새 악보를 받아 들고 초견연주할 때 가장 설렌다.

14. 브런치식당이나 카페테라스 자리에 앉아 초록초록 풍경을 볼 때. 파란 하늘까지 더해 몽글몽글 내 마음이 구름이 된다.

15.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 기다리던 뮤지컬 공연을 보는 일. 눈과 귀가 즐겁고 마음까지 풍요롭게 해주는 시간.

16. 여행을 앞두고 여행계획을 세울 때의 기쁨! 극 j인 나는 계획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설렐 때가 많다.

17. 금요일 아침. 출근길부터 기분이 좋다. 오늘 내게 주어진 불금 포함 2박 3일의 주말 시작! 기쁨은 늘 전야제부터 시작이니.

18. 가끔 사는 로또. 당첨금으로 뭘 할까 하는 상상은 상상만으로도 너무 즐겁지.

19. 학교에서, 집에서 아이들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고 있다는 나만의 개인적인 자부심? 오늘보다 내일 더 나아질 거야 하는 희망.

20. 분위기 좋은 스탠드 불빛 아래 아로마 향초를 맡으며 글을 쓰는 일.  또각또각 들리는 타자소리까지 더해져 또 하나의 소소한 행복이 된다.


 글을 쓸 때 참 행복다.

그리고 누군가 이 글을 읽고 한 명쯤 미소 짓기를.

오늘 따뜻하기를.

매 순간 스스로 소중한 사람임을 잊지 않기를.

모든 날들이 축복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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