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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영 Aug 31. 2020

최선의 순간을 위한 강약 조절

2020.08.31 즈음의 질문들

1. 중요한 순간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 순간도 필요하다. 최선의 에너지 비축을 위해. 강약 조절이라는 기능을 탑재하려고 노력 중이다. 함께하는 동료들과 우리에게 최선의 순간이어야 하는 중요한 전장에 대한 생각이 찰떡같이 잘 맞았으면 싶다. 잘 해내기 위해 온 힘과 마음을 다하는 순간에 혼자이고 싶지 않다.


2.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의 특성상 피드백을 자주, 많이 받고 또 자주, 많이 한다. 요 몇 주간은 더욱 잦았다. 배우고 싶은 사례와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는 반면교사 사이에서 다시금 마음에 새기게 되는 좋은 피드백의 요소. (좋은 피드백에 대한 지혜를 댓글로 나눠주시면 더욱 감사!)

좋은 피드백을 위한 태도
- 제대로 성의껏 살펴보고, 원하는 바가 있다면 명확하게 디렉션을 줄 것
- 내게도 대안이 없다면 무조건 거절이나 비난은 하지 말 것
- 대세에 지장 없는, 취향의 영역일 경우에는 작성자를 존중할 것


3. 나에 대해 쉽게 판단되는 것이 정말 싫어서 나 역시 단정적으로 말하지 말아야지, 늘 다짐하는데 잘 안된다. '나는 어떤 사람이야, 너는 어떤 사람이구나' 같은 말. 결코 알 수 없다.


4. 주말에 한 인터뷰를 읽다가 울컥 화가 났다. 선생님처럼 늙고 싶다 먹먹하다가도, “사소한 즐거움을 잃지 않는 한 인생은 무너지지 않는다”라는 문장이 밉고 야속했다. 사소한 즐거움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삶의 많은 변수 가운데서도 나는 이 사소한 즐거움을 계속 ‘즐거움’으로 여길 수 있는가? 나의 작은 행복과 사소한 즐거움에 대한 의심이 생긴다.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내 일상의 안전망을 갉아먹고 있다.  


5. 내가 나를 꾸미지 않아도 되는 관계,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들을 가끔 만난다.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내 말, 생각, 삶에서의 모순을 기어코 발견하고 파헤쳐 묻지 않는 친구들에게 고맙다. 내 날것의 모습, 날것의 생각에도 실망하지 않고 편견 없이 들어주고 봐주는 이들이 없었다면 이 시기를 어떻게 견뎠을까.



이번 주 나를 살린 콘텐츠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오랜만에 다시 꺼낸 책. 모두가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만드는 상호 참조의 시대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정말 새로운 것 없이 모두가 모든 것의 전문가인 마냥 한 마디씩 보태는 시대다. 하필 이런 시대에 (어쩌면 그래서 더 편할 수도 있는 시대에) 콘텐츠 기획자로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고 또 만들고 싶다. 나는 무엇을 만들어야 할까? 또 나는 무엇을 다르게 할 수 있을까?

저자 사사키 아타루는 이 책에서 과감히 아무것도 보지 않고 말하지 않을 용기를 이야기한다. '정말로' 읽고, 생각하고, 쓰는 것의 무게를 되새기게 한다. 얼마 전에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적어둔 메모가 기억났다. "독자들은 진짜 이야기는 귀신같이 알아요." 진짜 이야기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을 잃지 말자.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사사키 아타루,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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