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ar away from Jan 20. 2024

젖은 나무껍질

가끔 홍수처럼 과거의 기억이 쏟아지곤 한다

누군가의 허락 없이 무언가를 하는 것이 두려웠던

잘 길들여졌던 나인데

어떤 허락이 떨어졌길래

과거의 기억들이 쏟아져 내리는 것일까?


비가 올 때 나무는 비를 맞는다

더 선명한 채도의 나무껍질은

더 건강하게 무언가를 말하려 하는 듯하다


그래서 난 우산이 싫다

나의 선명해짐을 방해하는 것 같아서

온전히 젖어

그로 인한 자유로움을 갈망한다


문화의 구분 없이..

어렸을 땐 나이 든 문화를 접함에 거리낌이 없었는데

나이가 들어가니 어린 문화를 접함에 거리낌이 생긴다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것이겠지


어렸을 때는 어른의 눈치를 보고

나이 들어서는 어린이들의 눈치를 본다


어쩌면 팔자 같아 한숨이 나지만

그 팔자에 나름 숨겨진 뜻이 있겠지


과거의 기억들이 쏟아지지만

그 가운데 상상하는 것도 꺼려지는 기억들도 있다

수많은 고개와 산골을 넘고 넘어

숨조차 죽이며 지새운 밤들이 몇 번이던가?


아무리 위로해도 위로받고 싶은

비 오는 어느 주말

동경하듯 젖은 나무껍질을 매만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하고 싶은 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