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피해를 주는, 어쩌면 피해를 받는
비가 오는 날이 길어질수록
거리에서 달팽이와 지렁이를 찾는 시간도 길어진다
비 오는 날이 신나서 그러는지
흙에서 나와 아스팔트를 활보하는 아이들
그러다 해가 뜨면
길을 찾지 못한 채 뜨겁게 익어갈 아이들
어쩌면 그저 내 마음이 편해서 그런 거일 수도 있지만
그런 아이들이 보일 때마다 주변의 들것들을 이용하여 가까운 흙 속에 놓아준다
얼마 전에는 뜨거운 아스팔트 바닥에서 꾸물거리는 지렁이를 만나
어렵게 들어 흙에 던져주었다
배 부분이 반쯤 익어, 조금만 더 놓아두었다면 말라서 개미 밥이 되었을 아이
놓아주고 나서 잘 살기를 진심으로 기도해 주었다.
지렁이는 집이 없어 계속 꿈틀거리며 뜨거움을 피해보려 한다면
달팽이는 가다가다가 희망이 없어지면 집 안으로 들어간다
햇볕 밑에서 뜨겁게 바삭 말라있는 아이들은 꼭 집 안에 들어가 있는 모습이다
그 안에서 무슨 생각을 하며 말라갈까?
엄마까투리 만화가 생각난다.
"얘들아 잘 시간이야.."
라고 말하며 불길 속에서 아이들을 감싼 채 타 죽어가던 엄마 까투리
인생은 가혹하다
여름이면 식량이 많아 보이지 않을 거라 생각되었던 로드킬 당하는 생물들도
많이 보인다.
여름의 녀석들은 아마 식량을 찾아서가 아닌, 활발하게 놀다가 그렇게 된 아이들이 많겠지?
그들은 왜 이런 도로가 곳곳에 있는지, 왜 이런 아스팔트를 넓게 깔아 놓았는지 알지 못한다.
화단은 너희의 영역
도로와 아스팔트는 우리의 영역
이라고 선심 쓰듯이 구분해 놓은, 땅따먹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기적인 선심
산 사람들은 그렇게 우위를 점하는 듯 하지만
죽은 사람들은 우리가 우위를 점했던 생물들에게 우위를 점하지 못한 채
처분만을 기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