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듣던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이 음악엔
나의 가장 맑았던 날과 어두웠던 날의 기억이 있다
눈을 부릅떠 어딘가를 응시하다가
눈물이 났다
눈을 오래 뜨고 있었던 탓일까
무슨 서글픈 기억이 떠올라서였을까
겁을 주지 않았는데도 차 밑에 숨어 굶주린 채 겁을 잔뜩 먹고 있던 고양이가 생각 나서였을까
머릿속이 안개처럼 뿌얘서
예전처럼 유연하지도 진취적이지도 않다는 자괴감에
표정은 자꾸 어둑어둑
얼굴 속 어두운 근육의 주름은 자꾸 깊어만 간다
여행을 가고 싶다
여행을 떠나고 싶다
어떤 존재나 관계, 평가나 책임과 의무에서 자유로운 곳에서
무거운 짐 툭 내려놓고
편히 쉴 수 있는 그곳에서
오르골 소리가 들린다
나의 빛과 어둠을 품고 있는 노랫소리가
들린다
무수히 떨어지는 가을낙엽에 아무 감흥도 느껴지지 않는
추적이 사연이 많은 듯 내리는 가을비에도 옷깃을 여민채 무표정으로 걸어가는
나에게 무엇인가 말하려는 듯
오르골 소리가 간절한 끝음을 이어가며
울려 퍼진다